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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유감

예전에 1년쯤 채식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써놓은 글이다. 채식을 해놓고 왠 '유감'?


난 채식을 한다. 사이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채식을 한다고 말할 정도는 된다.  엄밀히 말하면 눈달린 것은 먹지 않는다.

년초에 TV에서 채식을 알리는 프로그램 때문에 요즘 채식열풍이라고 한다. 그래서 좀 짜증난다. 내가 그들과 같이 취급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채식한다는 말을 될 수 있으면 안 한다. 민망해서. 근본적으로 대부분은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한다. 나? 난 건강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난 오히려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또한 건강에 좀 해로와도, 입에서 즐거운 것을 먹다가 좀 일찍 죽자는 생각이 크다.

또한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려면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식단에 무지하게 신경써야 하는데, 난 그럴 여력이 없거니와 별로 그럴 마음도 없다.

 

그럼 난 왜 채식을 하는가? 누가 물어보면 일단 내 대답은 이거다.

"유난떨려고."

그런데 이젠 너도 나도 채식을한다고 해서 유난떨지도 못하게 됐다.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인간들의 먹거리 양식이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 때문이다. 옛날처럼 생존을 위해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의 즐거움을 위해 고기를 먹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동물들에게 몹쓸 짓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난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보신탕 먹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나의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램이 한가지 있다. 고기맛을 좀 좋게 하려고 살아있는 개를 몽둥이로 패는 일은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어차피 잡아먹을 건데 그게 뭐 어떠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는게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먹으면서 동물들에게 미안해 할 것까지야 없더라도 고마워하는 마음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채식을 하고 있는 주제에 채식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어쨌든 한마디 하고픈 말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 채식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안이다. 물론 채식만 하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도 없다. 실제 채식만 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건강위해서 하겠다는데 말릴 생각도 전혀 없다.

얼마전 100분토론에서 채식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채식을 옹호하려고 나온 사람중에 한명이 우리과 선배인데 정말 인상깊은 대목이 있었다. 고양이에게 채식을 시켰더니 건강해졌다는 엽기적인 내용이었다. 처음엔 안먹으려고 하더니 배가 고프니까 할 수 없이 먹더란다. 이건 정말 엽기적이고 또한 대단히 폭력적이다. 육식동물에게(개는 잡식이지만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다.) 채식을 강요하다니!!! 학교다닐 때도 좀 싸이코 기질이 있더니 그런 짓까지 하다니.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생명사상'같은 의미에서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식물은 생명아닌가?

영화 '개벽'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동학에서는 모든 것이 하눌님이라고 믿는다. 나도 하눌님이고 너도 하눌님이고 개도 하눌님이다. 최시영(맞나?)이 딸과 바닷가를 걷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화인데 딸이 아빠에게 묻는다. "사람도 하눌님이고 조개도 하눌님이면 하눌님이 하눌님을 먹느냐"는 것이다. 이때 최시영의 대답이 걸작이다. "하눌님이 하눌님을 먹이는 것이지." 그렇다. 난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인간은 잡식하도록 진화했고 그것이 무슨 '악'이 아닌 한 억지로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눌님이 하눌님을 먹여살리고, 그걸 먹는 이는 그걸 고마워하며 먹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아까 개를 패는 이야기를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개를 먹는 것이야 무슨 죄이겠냐마는 좀더 맛있게 먹겠다고 팰 것까지야 있나? 그런 면에서 회를 먹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든다. 끓여먹든 날로 먹든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굳이 숨을 헐떡거리는 것을 보면서 먹어야 마음이 흐뭇한가? 중국요리에서는 아예 생선을 튀기는데 기술적으로 몸만 튀겨서 튀긴 생선이 식탁위에서 숨을 헐떡인다. 그런짓을 해서는  죽어도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는가?

모든 인간에게 인권이 보장되야 하듯이 모든 생명에게는 나름대로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옛날처럼 소를 키우면서 일도 시키다가 나중에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개나 돼지도 마찬가지였고. 그래도 개는 사람하고 친하다고 차마 직접 잡아먹지는 못하고 이웃의 개와 바꿔서 잡아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고기'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어떻게든 생산량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동물들에게 몹쓸 짓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어야 살이 찌니까 좁은 곳에 가둬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사료에 육류성분을 넣었다가 생산량은 늘어났는데 광우병이란 것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몇백만 마리를 도축했다고 하는데, 게네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난 이런 꼴같지 않은 인간들의 행위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나혼자 항의 표시로 채식을 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냐고? 아무도 안알아 주겠지. 인간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소나 돼지들에게 제대로된 대접을 해줄리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내가 그러고 싶으면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강타나 문희준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듯이 말이다. 그런다고 게네들이 TV에 안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짜증나니까 돌리겠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육식이 늘어나는 것은 커다란 식량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인들이 육식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데, 십억이 넘는 인구가 육식을 늘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식량부족을 낳을 수 있다. 고기먹는만큼 곡식소비가 줄어드니까 그게 그거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끼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곡식이 400그램이라고 치자. 똑같은 한끼를 해결하기위해 고기를 먹는다면 아마도 비슷한 양의 고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소나 돼지가 내버려두면 그냥 알아서 자라나? 당연히 뭔가 먹여야 된다. 한끼로 먹을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먹여야 되는 곡류의 양은 5배정도 즉 2000그램을 먹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기아문제는 생산량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나가면 분배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채로 식량부족문제까지 생길 것이니 큰일 아닌가.

 

Rumble Fish - 예감 좋은날(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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