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특이한 것과 특수한 것

2007/11/20 17:09

들뢰즈/가타리 정치철학에 대한 글들을 읽다 보면 "특이한 것"과 "특수한 것"을 구분하지 않고, "le singulier"를 "특수한 것"으로 번역한 경우들을 가끔씩 본다.

그러나 "le singulier"와 "le particulier"는 정확히 구분되어야 할 개념들이다.

 

특수성이란 고전적인 개념, 특히 헤겔의 "Besonderheit"에서 유래한 개념으로서, 일반성(Allgemeinheit)과 짝을 이루는 개념이다.
이 두 개념은 "종과 유"라는 고전적인 개념쌍의 한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수한 것들의 집합이 일반적인 것이며, 따라서 이 두 개념 사이에서는 "매개"라는 개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헤겔 정치철학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매개"로서 대의정치를 상기해 볼 수 있다)

 

반면 들뢰즈적 의미에서의 "특이성(singularite)"은 일반-특수라는 계통학적 질서를 모두 지워버리고 내재면(plan d'immanence) 위에서 점선(點線)으로 그려지는 존재들, 즉 '이것(haecceitas)'으로서의 존재들을 뜻한다.

 

비유컨대 특수성들은 대학의 학과들에 해당한다. 여기에서는 인문사회와 자연, 인문과 사회, 문학과 역사와 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등등의 특수-일반의 수목형(樹木型) 구조가 성립한다.

 

이에 비해 특이성이란 이런 구분을 모두 지우고 "학문"이라는 내재면 위에서 문자 그대로 "특이한" 전공을 점선으로 만들었을 때 성립한다.

이것은 대학이 아니라 국가라는 전체를 두고서 생각했을 때 보다 분명하게 확인된다.
국가라는 체계 내에서 모든 것들은 결국 "특수한" 것들이기에 말이다.

 

어떻게 "특이한 것들"을 창조할 것인가, 여기에 정치의 핵심이 있다.

 

 

* 출처 :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http://www.sowo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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