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연대의 꿈

2008/09/24 15:25

내가 살아가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상의 관성인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에게 긍정적 에너지의 씨앗이 없다. 

바삭바삭 메마른 육신에 무슨 알맹이가 자라겠는가 

 

이제 나는

젊은 시절 혁명의 활력도 사라지고

행복한 인간적 연대의 꿈도 막연하다

남은 것은 무미건조한 위선적 관계와 간신히 살아가는 끔찍한 몸부림이겠지

 

어떤 이는 죽음으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증오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귀찮음으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공간적 거리를 이유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시간적 차이를 이유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일상의 단절을 위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재물의 노예가 되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를 떠나고

 

그래서 남은 것은 불쌍하게 혹사당하는 내 육체 뿐이다

 

모두 나로 인해서 비롯된 일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언제 다시 나에게 간절함이 다가올까

언제 다시 他者을 위한 위안의 숨소리를 낼 수 있을까

 

참으로 지독한 30대가 지나가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느낌] 2008. 9. 22.

2008/09/22 19:48

 

1.

늦게 일어나서 피우는 담배

 

곡기라고는 전혀 없는 내장 속으로 거친 담배연기만 들이쉰다

마치 아주 바짝 마른 장작에 불을 피우는 기분이다

내 속이 푸석푸석한 아궁이 속 같다

 

축축한 것이 그립다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비처럼 끝없이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살고 싶다

 

나에게도 이제 그런 용기와 희망이 스며들때가 되었건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으면 아직도 아득하다

 

아... 그리운 사람아

당신은 나에게 깊은 쓰라림만 가르쳐 주었고

나는 바람처럼 떠돌아 다니기만 한다

 

순간, 아주 잠시  당신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물고 싶어서 말이다

용서해주시길.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

죽음은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지독한 변명이다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죽은 놈만 서럽거나

살아있는 놈만 서럽거나

둘 중에 하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3.

소주 한잔 먹고 싶다

소주끼에 몽롱하게 취해 밤거리를 뚜벅거리고 싶다

 

그 술한잔 받아 줄 친구가 그립다

 

그래서

술자리 한귀퉁이에서 몰래 소주를 훔쳐먹듯

한잔하고 싶었지만

 

사람과 부대끼는 것

즐거움을 표현하거나

화냄을 나타내는 것이

시원치 않게 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이

성가시다

 

많은 것들이 그리운 월요일 저녁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어려운 생각들

2008/09/03 11:35

1. 이성(logos)과 감성(pathos)에 관한 문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생각이다. 난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폭력과 착취, 억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핵심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감성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성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감성은 시간(時)과 공간(場)이 어루어지는 '순간'의 문제(氣)이기도 한데 이것을 중요시하면 이성의 시대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직 '조화'를 말하기에는 내가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앙상블(합체) 같은 개념을 끄집어 내서 설명하지만 역시 타협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 인간이 드러나고 움직이는 것은 '윤리(ethos)'의 문제인데 - 이제 이성과 감성의 긴장감을 잠깐 쉬고 실천(실제로 움직임)을 꼼꼼이 따져볼 생각이다.

 

2.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지성(intelligence)과 감성(emotion)의 문제인데, 한때는 이 해법을 영성(soul, spirit)으로 찾고자 했다. 그런데 영적인 영역은 참 많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영역이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영성이 답일수도 있지만,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설득하기가 정말 힘든 문제이다. 사기꾼('도를 아십니까')이나 싸꾸려 장사꾼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끄집어 내는 말이 '내면'에 대한 문제의식인데 역시 말빨이 안서기는 마찬가지이다. 조금 비틀어서 '자기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라고 말하면, 이기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특히 요즘같이 완전히 인간이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세상에는 더욱 그렇다. 차라리 나무나 개들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쉽다.

 

( 다른 영역의 개념을 빌려서 말하면, 질서(cosmaos)와 질서가 아닌것(chaos무질서)에 대한 질문이다. 이 상반된 개념을 해결하기 위해 역시 '상호침투'라는 문제의식을 투입한 '카오스모제'(가타리)라는 말이 있다. 주체성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학과 생태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

 

3. 또 다른 것은 삶의 문제이다. 현실(드러나는 것)과 가상(상상하는 것) 그리고 실재(존재/원래 있는 것)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지냈지만, 원래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노력(잘보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고 알고자 하는 것 그래서 원래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깨달음'. 

이걸 구하면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일기] 2008. 8. 26.

2008/08/26 23:37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他者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스스로 생존하는 인간은 없다

따라서 타인을 포함한 타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를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데, 그래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 힘들지도 모른다

지난한 인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남은 만남이 아니다. 부딪침이 사랑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또한 나를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항상 이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 2008. 8. 26. 사랑하는 동료를 만나서 술한잔 걸치고 그냥 자기 뭐해서 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서울은 죽음의 도시다

2008/08/12 13:07

어제 밤
습기를 가득 품은 더운 공기를 피해
에어컨 밑에서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
조심스러움도 없이 마셔서 숨이 차고 정신이 희미해져 갈때
내가 분명히 생각했던 것.

'ㅆ ㅣㅂ ㅏ,   서울은 죽음의 도시다'

 

다음 날 어김없이 지각했다. 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