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주말보내기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5/10/09 18:32
  • 수정일
    2005/10/09 18:32
  • 글쓴이
    크자
  • 응답 RSS

주말을 어찌 지낼까? 할 일은 쌓여 있지만, 그 스트레스에 눌리기는 싫고 해서 이런저런 궁리가 너무 많다.

 

지난 주에 이어 어제도 남한산성 안에 있는 둔전마을이라는 곳에 친구가 아는 분의 집이 비어 있어서 다시 갔다 왔다.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산 길 중간에 마을로 깊숙이 산 아래까지 들어가면, 정겹게 한옥기와를 얹고 앞마당은 푸른 잔디로 잘 가꾸고 옆 마당엔 텃밭을 넓게 가꾸어 놓은 곳이다.

그 집 텃밭에 무우, 배추, 가지, 고추, 오이, 호박, 깨, 시금치, 당근,,,, 각종 채소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주인이 집을 비운지 한달남짓 되다보니, 벌레 먹어 쓰러지거나 상한 고추, 무우, 배추 등이 많았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아서 눈에 보이는 호박과 오이, 무우 등을 그냥 따다가 반찬을 만들어 먹는데 그쳤으나, 어제는 미안한 마음에 밭에 좀 들어가보았다.

배추들이 너무 널브러져 있는 듯해서, 어디서 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끈을 찾아다가 묶어주고, 벌레가 많이 갉아 먹은 잎은 떼 내주는 작업을 한참동안 했다.

참 신기한 것은 채소들도 그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슈퍼에서 장을 볼 때, 식탁에서 채소를 먹을 땐 그저 먹거리였다고 생각되는데, 어제 직접 밭에서 병든 잎을 때주고, 벌어진 잎을 모아주며 가까이에서 접해보니 생생한 생명력이 전해지는 듯.... 게다가 배추잎을 갉아먹는 벌레들조차 마구 잡기가 좀 주저되었다. 심한 경우, 배추가 다 녹아서 형체가 없어지고 악취가 날 정도로 벌레의 폐해가 큰 것을 보았지만, 고물고물 기어다니는 벌레들도 살아보겠다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이...

 

땀 흘린 후 속아낸 배추를 다듬고  있는데, 윗 집 할머니가 내려다보시고 한마디 하신다. "멀쩡한 배추들을 왜 벌써 그렇게 다 뽑아내냐고.. " "벌레 먹은 잎이 너무 많아서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벌레를 잡아야지, 배추를 뽑다니.."??? "아니 힘들어서 어떻게 벌레를 일일이잡나요?" 속으로만 답했을 뿐.

 

선무당이 남의 집 배추밭을 다 망가트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김치에는 납이 들었고, 한국에서 키우는 민물고기에는 발암물질이 들었다고 연일 먹거리 걱정이 요란스럽다. 나이 사십이 넘도록 농사일이라곤 농활때 풀 뽑은 것 밖에 없을 지경으로 농사에 무지하지만, 새삼 씨뿌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일을 배우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주말을 어찌 지내면 좋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