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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제자리에서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5/11/08 09:59
  • 수정일
    2005/11/08 09:59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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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그새 단풍은 더 고와졌고, 날은 더 추워졌다.

 

역시 난 여행을 하면서 '사람'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시카고에서 머물렀던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가정에서는 그들이 누리는 행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숲속에 작은 성과 같은 집을 짓고, 씩씩한 엄마가 아이들과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남편은 남부럽지 않은 수입을 벌수 있어서 충분한 생활을 지켜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웃'은 그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이지 나누고 책임져야 할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 듯 했다. 창 밖으로 단풍을 바라보며 '영화'의 한 장면에 내가 끼어 들어 그들을 만나고 있다는 느낌, 이렇게 사는 것이 내겐 행복일 수 없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버몬트 산 중에 나무로 집을 짓고, 그림 그리고, 겨울이면 스키타고, 장작도 패며 봄부터 밭을 일구어 채소를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노부부의 여유로운 삶을 보면서는  '노후'에 대한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 그들은 젊어서부터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고, 운이 아주 좋았던 사람들임이 분명하니 이 또한 다른 출발선상의 여정이리라 싶었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 내게 주어진 시간과 조건을 '반드시' 나의 노후를 위해 배분해야 함은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지난 과거의 흔적 위에서 앞으로 다가올 날들의 여백을 어떻게 채울지 준비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려니..

 

보스톤에서 만났던 친구들, 동료들,.. 여전히 정겹고, 반갑고, 언제 그렇게 멀리 떠나왔던가 싶은 느낌이었다. 목표를 향해,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하고자 애쓰는 모습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새삼 나를 자극하기도 헀다. 앞을 향한 달음질에 몰두할지라도, 주위를 돌아보며 때론  앞에 있는 목표가 정말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나눌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한 바탕 꿈을 꾸고 깨어보니 다시 제자리다. 시시콜콜, 자자한 걱정들이 다시 고개를 치켜든다. 아득히 멀게 느껴지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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