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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 1990. 에릭 로메르.

델핀이 참 답답하고 웃기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실제로도 굉장히 까탈스러운 캐릭터지만, 그래도 난 이해가 간다. 누구나 때로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은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깊어지면 영화속의 델핀처럼 자기 스스로도 잘 모르겠고 마음의 갈피도 잘 못잡게 되곤 한다. 그러니까 자꾸 울음만 나고... 일종의 방황 같은 거 아닐까. 델핀이 좀 예민한 성격이라 방황이 깊고 길어졌겠지만, 방황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닐까. 각자의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누군가를 만나 외로움에서 벗어나든 녹색광선을 보고 진실을 깨닫든 , 어찌됐던 대부분의 방황은 시간이 지나면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새로운 방황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또 일상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방황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늙어가고 죽어가겠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생각해보면, 방황중이다. 좀 됐다. 좀 됐는데 스스로 방황이라고 인식한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벗어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중인데 잘 안된다. 어쩌면 만성이 될 것 같다. 그리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고 벗어나고 싶은데, 최근 시작하려 하는 글쓰기가 나의 방황을 벗어나게 해줄 "녹색광선"이 되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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