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관련... 스크랩



평택 미군기지 예정터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김 승 환(전북대 법대 교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군 관계자는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영농행위를 차단하고 시설공사를 조기에 시작하기 위해 팽성읍 대추리 일대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 이런 계획은 현행법상으로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문제점은 없는가?
  
  군사시설보호법은 ‘중요한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이 법이 말하는 ‘군사시설’이란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또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이란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국방부장관이 설정하는 구역’을 말한다(법 제2조 제2호).
  
  법조문을 차례로 분석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이 법이 말하는 군사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진지나 장애물은 전투를 예상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기타 군사목적’ 역시 진지·장애물에 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에 따를 때, 사격장은 군사시설에 해당하지만, 부대의 막사를 가리켜 이 법이 말하는 군사시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부대의 막사는 전투를 예상하는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이러한 (전투를 예상하는) 군사시설은 ‘직접’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은 군사목적에 공용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공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시설이 될 수 없다.
  
  셋째, 이러한 군사시설은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공용되는’이라는 개념 속에는 시간의 요소가 들어 있다. 과거에 ‘공용되었던’ 또는 장래에 ‘공용될’ 군사시설은 여기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이 될 수 없다.
  
  넷째, 그것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행정법에서 말하는 ‘공공’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물적 시설’이라는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행정법의 특별법분야에 속하는 군사행정법에서 말하는 ‘군사’시설 역시 그 최소한의 요건으로서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단순한 토지를 가리켜 군사‘시설’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특정한 군사시설이 위 네 가지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는 경우, 국방부장관은 그 시설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국민이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주거·공업·상업·농업 등의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을 국방부장관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가이다. 그에 대한 답은 ‘불가’이다.
  
  이 경우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어떠한 요건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요건들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해당 지역에 ‘현재’ ‘군사시설’이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대한 해석을 평택 미군기지 예정터에 적용해 보기로 하자. 이곳은 민간인들이 사실상 이용하고 있는 토지이지, 군사시설보호법이 규정하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은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국방부장관은 이 땅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국방부가 군사시설보호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 거기에는 국민의 기본권과의 민감한 충돌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은 직접적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평화적 생존권 그리고 행복추구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이 법에 대한 해석은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하고, 기본권을 제한할 때 적용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 예정터 문제를 미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미간의 갈등은, 두 나라 정권이 서로의 주권을 존중해 가면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미국의 군사적 이익이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헌법상의 기본권에 우선해서는 안 되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우리의 법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적대시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불법국가라는 사실을, 그리고 힘의 철학을 신봉하는 미국의 속국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공언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5/06 10:48 2006/05/06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