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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 이장의 대국민 호소문

김지태 이장의 대국민 호소문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 사는 대추리 이장이자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 위원장 김지태입니다.
  
  국가나 기업이나 각 가정이 모두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지금 가뜩이나 짜증나는 세상에 평택 미군기지 문제까지 불거져 더욱더 생활의 고통지수를 높게 해드려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20여년 농사지으며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사실 별 부러움없이 큰 걱정거리없이 마을 이장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2003년 어느날 미군기지 이전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평화로운 대추리는 거의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그 용어자체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 겪었던 일제 때의 이주, 그리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겪게된 집단 이주. 이후로도 철조망 옆에 살면서 겪은 각종 피해를 겪었는데 이제는 아주 떠나랍니다.
  
  국책 사업이면서 국방사업이고 또한 한미간 중요 외교사안이란 소리에 더욱 놀랍고 결국 우리가 나가야 되나 보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지이전 협상의 모순점과 국회비준안 동의 과정등을 지켜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저 뿐만이 아닌 대추리 도두리 절대 다수의 주민들 마음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2004년 국회 비준전에도 주민들은 수십차례 걸쳐 기지이전반대 집회 및 국방부, 외교통상부, 미대사관 항의서한 전달 등을 통해 저희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답변은 거의 없었고 어쩌다 답변서가 오면 '국책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 양해바란다'는 말 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부측 대화의 자세입니다.
  
  20개월 넘는 끈질긴 투쟁을 통해 겨우 범대위가 구성되었고 이때부터 범대위와 함께 투쟁을 하니 정부측에서는 외부 불순세력이란 말을 서슴없이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기는 커녕 대추리 도두리 주민은 기지이전에 반대하는 극히 일부주민으로 묘사되었고 범대위 소속 단체는 모두 외부불순세력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측에서 아무리 주민들을 무시하고 시민사회단체를 왜곡해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진실을 알고 있기에 끈질기게 싸웠고 또한 이러한 싸움의 대열은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기지이전 반대 주민과 대화를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애써 뿌려놓은 농지에 철조망을 둘러친 정부. 마을 주민의 운동 및 휴식공간인 대추분교를 철저히 파괴하고도 못마땅해 운동장을 샘파듯 파헤친 정부. 그러고도 대화를 계속 하자고 합니다.
  
  자신들은 연방 국방장관이다 총리다 하여 수시로 언론을 동원하여 발표를 하고 발표문의 진위는 전혀 가리지 않은채 그대로 진실인 양 보도해 버립니다.
  
  이렇듯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싸움에도 저희는 굽히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언론을 뒤덮는 '폭력시위, 엄정대처'. 도대체 폭력을 좋아하는 국민이 누가 있단 말입니까?
  
  이제라도 정부는 평택미군기지이전에 대해 진상을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진상을 정확히 알린 후 여론조사를 하든 투표를 하든 해야 합니다.
  
  내용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폭력시위 물어보면 누구나 다 폭력시위 반대한다하지 찬성할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혹 정부에서 진상을 끝까지 숨기고 가르쳐주지 않는 다면 국민여러분들께서도 이제부터 스스로라도 진상을 알기위한 노력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대책위에서 발행하는 간행물 및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궁금증을 해소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부측에 제의합니다.
  
  과거에 국책사업이라 어쩔수 없다, 시간이 없다를 되풀이 해왔던 화법이 이젠 대화하자로 바뀌었는데 과연 어떤 대화를 원하십니까?
  
  또다시 저희를 불러내놓고 보상과 기지건설을 얘기하자 하시겠습니까?
  
  이제 보상얘기 듣기만 해도 지겨우니 그만하시고 기지건설 강행이 목적이라면 우리가 짓던 그 논에, 당신들이 장비를 동원해 훼손해 놓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 그 구덩이에 그대로 묻어주십시오.
  
  구덩이는 그런 용도로 미리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그 길만이 정든 땅 억울하게 쫒겨나는 것보단 내 땅에 뼈를 묻겠단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당신들의 마지막 선처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국가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저희들을 적극 지지하시든 비난하시든 모두가 애국시민입니다.
  
  애국의 열정을 갖고 계시기에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시고 그러기에 지지도 해주시고 비난도 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지를 하든 비난을 하든 기지이전에 따른 모든 과정 및 법적 근거가 충분했는지 문제점은 없었는지를 파악을 해주시고 현재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시위와 농성, 그리고 600일을 넘긴 촛불행사는 왜 했는지를 정확한 정보습득은 어려우시겠지만 그래도 사태의 본질을 어느정도 이해는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후에도 지지나 비난을 하시는 것은 충분히 감수하겠으며 그러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드리겠습니다.
  
  대추리 도두리 주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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