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5일 있을 2차 시험 준비에 매진해야 하건만, 그리고 오늘부터는 공부를 하겠다고 어제 연구소 총회 뒷풀이도 끝까지 있지 않고 집에 왔건만...
어제 총회의 그 무거움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 상처와 아쉬움들이 그대로 남아 머리속을 헤매이고 다닌다. 머리를 식혀야겠다 생각하고 블질에 돌입... 다른 동지들의 글을 읽다가 문득 몇일전에 본 소설이 생각나 몇 줄 적는다.
날개 달린 물고기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의 '이용석' 동지에 대한 전기 소설(?)이다. 2005년 가을 2주기를 맞아 발간되었다고 한다.
아는 동지가 빌려주어 읽기 시작한 책은 1차 시험이 끝나고 이 지역 저 지역을 오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사람들을 만났다. 조직사업의 차원이기도 했고 친목다지기의 차원이기도 했고...) 기차와 버스 안에서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이용석 열사의 상태도에서의 어린시절을 시작으로 하여 목포로의 유학, 취직도 못 하고 지낼때의 상황, 공부방 선생님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근비노조 활동의 시작과 그날의 사건과 그 이후의 투쟁 상황까지...
마치 전태일 평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소설적인 미덕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열사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살아있는, 그리고 열사의 일상과 삶을 보여주는 그런 종류의 소설이다.
사실 이게 왜 전기라는 이름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지 이해가 좀 안 되기는 했다. '전기' 스러운 느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전기'스러운 느낌은 내가 이용석 열사를 봤고, 근비노조의 투쟁을 지켜봤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긴장을 놓을 수가 없는 운동의 특성상 근로복지공단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은 학생때부터 있었다. 언제나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우리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사전 집회신고의 당사자들이었고 집회를 할 때마다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한다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탄압을 해왔다. 그래서 그들이 파업을 한다고 했을때 무쟈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암튼, 그런 기억속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노조에 취한 태도부터 나의 기억이 소설속에 인입되기 시작했다.
이용석 열사가 분신하던날 이용석 열사를 붙들고 오열하고 있는 주봉희 동지의 옆에는 내가 있었다. 집회판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분신을 했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의사'임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있다. 옷을 찢고, 물을 붓고... 그 자그마한 체구가 밀랍인형처럼 허옇게 변해 있는 것도 얇은 옷이 안에 있어 잘 찢어지지 않았던 것도 공기를 감싸고 흐르던 타는 냄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와중에도 '비정규직 철폐'를 말하던, 그리고 '울지말라'고 말하던 열사의 달싹거리던 입술도 생각난다.
그 얇은 옷이 그 전날 연맹사무실에서 입은 내복이라는 사실을 책을 보고 알았다.
열사의 분신이후 이어진 근비노조의 투쟁... 날은 추워지고 하여 감기와 몸살에 걸리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진료연대라는 이름으로 지켜본 조합원들의 지침과 불안함, 그리고 떨어져 나감과 타결까지...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여 하염없이 울고 그 울타리를 부수던 일... 오열하는 동지들의 목소리에 조합원과 연대온 우리까지 눈물바다가 되었던 일... 그날 같이 있던 연구소 동지들의 눈이 발갛게 얼룩지던 장면들... 모든것에 대한 기억이 다시 오롯이 살아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전체 조합원들이 단식을 하면서도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았던 내가 만났던 부산본부 동지들 중에 책 속에 등장하는 유채희가 있을 것만 같다. 노동자대회에서 던져지던 화염병의 불길속에 그 동지가 나와 어디선가 스쳤을것 같다. 실명이 거론되는 동지들이 내가 만났던 동지들의 얼굴과 엮인다.
근비노조의 농성장에서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컵라면을 먹으면서 근로복지공단에 타격을 주기위해 우리가 집단요양투쟁을 조직하는 시기에 근비노조가 같이 파업하자며 웃었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마지막 타결이 되던날 근비노조 위원장 동지의 그 허탈한 눈빛과 '미안합니다'라는 한 마디도 다시 떠 올랐다.
그렇게 소설은 다시 기억으로 되살아났다. 이용석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가졌으리라...
시험이 끝나고 문득 상태도를 가보고 싶어졌다.
이용석 열사가 날개 달린 물고기가 되어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없는 상태도의 바다 어디에선가 자유롭게 펄떡 거리고 있을거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비정규관련 투쟁을 안타깝고 가슴아프게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 여전히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극심한 탄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하이닉스 동지들이 찬 바람 휭휭 부는 빌딩 숲안에서 유서까지 써가면서 맨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많은 비정규직들의 현실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또는 '생산성'이라는 이름의 이윤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바다를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월에는 광주에 다녀와야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하이하바 2006/01/22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험 잘 치루시고 합격까지 하셨다니 축하해요.
시험이 끝났는데도 뭔가 골치 아픈일이 있나봐요?
마지막 남은 시험까지 잘치루세요.
해미 2006/01/23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이하바/ 골치아픈 일이라기 보다는... 셤 끝나구 삼계탕 먹어야죠? ^^
newtimes 2006/01/23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사람이 떨어졌길래..혹시나 했는데...ㅋㅋ 역시나 붙었군...
해미 2006/01/24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wtimes/ 저두 셤 보구 나오면서는 떨어진줄 알았어요. 2월에 계획중이던 휴가가 연구소에서 짤린지라 셤 끝나고 치과갈 시간이 생길듯... 시험끝나구 전화함 할께요. 떡도 안 사줬으니, 대신 술사요. ^^
newtimes 2006/01/25 1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지
하이하바 2006/01/26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셤 끝났는데 왠 삼계탕? ^^; 몸 보신 해야하나?
날을 잡아야 먹지! 아니 닭을 잡아야 되나? ㅎㅎ
먹을 날만 잡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