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2/21 23:0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내일 동기들과 공부하면서 발표하기 위한 정신과 공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 돈다.

 

내부게시판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일터'의 개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바라보면서, 총회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되는 것들에 대한 내 '고민'과 '수준'을 어떻게 노출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가 막연하다.

 

더군다나 나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는것에 대해 거의 '공포증'적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를 하고 전문의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을 핑계삼아 쉬고 있고 시험이 끝나고 2월까지도 '정리'를 하겠다는 핑계하에 더 쉬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병원일을 5년만에 공식적으로 한달가량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전화 등등으로 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혼자 돌아다니면서 생각하고 책 읽을 수 있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나의 욕망을 분탕질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고민들은 내년말에 하겠다고 결심하고 미루면서, '무엇'을 고민하고 소통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들은 남겨 놔야 할 것 같다.

 

#1.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전문성이 뭔지 잘 모르겠다. 공부를 하면서 잘 모르는게 많았음을 그리고 아직도 멀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전문성이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선배들의 '내공을 쌓을 때다'라는 충고가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내가 가진 전문성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속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식'도 무궁무진하고 '실천'도 확실하게 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위 전문가라는 알량한 지식의 외피가 유난히 추운 지금, 그렇다고 공부에 매진하지도 못하고 실천에 매진하지도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전문성은 도대체 어떻게 쓰여질 전문성이어야 하고 어떻게 해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단 말인가?

 

#2. 

 

한 일년전쯤 한 선배한테 너는 '동지'가 맞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선배는 '진짜 활동가'라는 단어로 나를 소개하기도 했다. 시험공부를 시작하기 전, 또 한명의 선배는 '동지'가 아니라 '후배'로 생각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동지'라는 의미가 가진 말의 의미 속에서 어쩌면 나는 '무늬'만 활동가 이거나, '말'과 '글'만 활동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동지'로 인정하는 선배의 삶을 따라갈 자신도 그리고 그렇게 해야 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 내가 무늬만 활동가인 이유일까?

 

내가 정말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살기를 원하는 걸까?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어쩔수 없는 관성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어야 한다. 현장의 일상을 파고들고 작은 행동들을 조직하고, 실천들을 만들어 내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속에서 나는 활동가가 되는 것일까?

 

#3.

 

개인의 욕구가 앞설때가 있다. 영화를 보고 싶고, 여행을 가고 싶고, 놀고 싶은 욕망이 하늘을 찌를 때가 있다. 시험이  끝나고 푹 쉬고 싶은 지금이 그렇다.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지난 전공의 생활 5년을 평가하고 반성하고 싶다. 

 

그런 평가의 바탕에서 2006년을 이어갈 고민의 기반을 만들고 싶다.

 

다들 투쟁하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워진다.

 

사람들이 맞아 죽고, 홍콩에선 어이없는 구속이 이어지고, 당장 얼어버릴것 같은 추위에 밖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있고, 여전히 현장을 고민하니라 머리가 터질것 같은 동지들이 있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내 느낌이 과연 '올바른' 걸까?

 

#4.

 

2006년...

 

노동자들의 일상과 시간을 되찾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런 실천을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이론'을 매만져 보고 싶다. '이론'이 쓰여질수 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

 

비정규직과 빈곤의 문제를 노동보건에서 접근하기 위한 기초작업들을 해보고 싶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할 수 있을까?

 

#5.

 

매체를 고민한다. 매체가 '편집 기조'와 '핵심'이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내가 생각한 핵심이 '감성적 편안함'이나 '실용성'은 아니었던것 같다. 그렇다고 지나친 '선명함'이나 '지르기'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정세'를 읽고 판단하면서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고, 그때 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으로 채워왔다고 생각했다. 정세를 '예측'하고 '판단'하고 그걸가지고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것은 '방법'상의 문제였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그리고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는 것은 우리가 담고자 하는 '우리의 내용'이 무엇이냐?이다.

 

#6.

 

후... ㅠㅠ

 

고민을 정리하고 그 고민들 속에서 동지들과 소통하고 싶다. 이 정도의 단상을 가지고 동지들과 '토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점점 더 답답해진다.

 

그렇다구 모든걸 다 째고 고민에 매진할 용기도 없다.

 

우짜겠냐... 단상은 일단 이대로 남기고, 고민은 다음을 기약하고, 일단 공부해야겠다.

 

(다 쓰고 보니 괜시리 우울모드다. 정서상태는 우울이 아니다. 다만 더 꼼꼼하고 엄격하게 나를, 그리고 우리를 바라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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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1 23:08 2005/12/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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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이하바 2005/12/22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은 항상 할일은 많고 내가 가고 있는 길 지금 내 선택이 올바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지요.
    지금 걷고 있는 시간 과정을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을거 같아요. 지금 다른 어떤 일이나 실천을 한다고 세상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진짜 필요한 일이고 거쳐야할 과정이라면 한번쯤 자기자신을 돌아보며 현재 해야할일을 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솔직히 인생 중에 그것도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언제도 또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겠어요.

    어떤 후배rk 직업훈련원 간다고 하면서 정세가 이런데 아무것도 안하고 1년동안 직훈에 박혀 있을 생각하니까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던 적이 기억이 나네요. 그 후배들에게도 1년 투자해서 평생운동할 수 있거나, 아니면 잠시라도 니가 하고 싶은 운동 한다면 좋은거 아니냐! 이런저런 말을 나눴던 같아요.

    암튼 우울모드도 아닌데 괜시리 길게 썼네요. ^^; 지금도 눈이 내리네요. 청와대 갔다가 잠시 인권운동연구소 송년회 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보고 글 남기고 가요.

  2. 해미 2005/12/24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이하바/ 그렇겠죠? 우울모드가 아니니 이런 고민 끈질기게 한번 물고 늘어져 볼랍니다. 2005년이 모색의 한 해였다면 2006년은 구체화의 한 해로 만들고 싶거든요. 추운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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