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8/17 11:15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하여간 꼭 원고의 압박에 시달리때면 딴 짓을 하게 된다. 빈곤과 사회보험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4대보험을 통합하겠다는 오늘 신문기사까정 가세 하면서 더~~욱 글쓰기가 싫어지고 머리가 복잡해 지고 있다. 역쉬 평상시에 열심히 고민 안 하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건 어렵다.

 

근데 도대체 왜 요새는 그 동안 많이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이렇게 훠~~얼씬 어려워 지는 거야? ㅠㅠ

 

하여간 이런 글쓰기의 어려움은 수다 내지는 '가벼운' 글쓰기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 하루종일 병원에 있을 터이니 수다떨기는 글러먹은 듯 하고, 걍 '가벼운' 글쓰기를 해서 손가락과 머리에 기름칠을 좀 해야 쓰겄다. 

 

최근에 신규 조직된 노조의 주체들을 만난적이 있다. 이미 조직되어 있고, 투쟁의 역사도 좀 되고 산안실이 활동을 할 정도로 조합체계가 안정적인 사업장을 그렇지 않은 사업장보다 훨씬 많이 만나본 나로서는 기대도 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내가 그 사업장의 이야기를 듣게 된것은 조합을 띄우려고 준비를 하던 중이었고 만난날은 설립신고를 하기 전날이었다.

 

 



회사는 조합원 조직대상이 약 130명 정도 되는 그나마 규모가 좀 있는 사업장이었다. 완전 독점에 알짜배기 회사라 그 정도 인원에 연간 순이익이 100억 가까이 된단다(젠장.. 생산직 1인당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준 셈이다!).

 

보아하니 코스닥에 상장된 주식은 사장과 사장와이프가 거의 다 가지고 있었다. 부채비율은 40% 정도 되고 몇년사이에 몇 백억을 사업장에 재투자한게 아니라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고 한다. 참으로 전근대적인 알짜배기 회사인것이다.

 

2002년에 생겼다는는 이 회사는 워낙에 작업환경이 꽝이고 일이 힘들어 2년근무하면 최고로 많이 근무한 거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평균연령은 20대 말-30대 초 정도(심지어 제가 만난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은 다 저랑 동갑이었다는...)되는 젊은 남성 노동자들이 그리 못 버티는 것일까?

 

주야 맞교대인 이 사업장의 평균임금은 130만원 정도란다. 월급명세서에 야간수당도 없는 이상~~한 월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쥐꼬리만큼 있는 수당마저도 체불이 된다고 한다. 허걱... 이건 넘 심하지 않은가?

 

더 가관인 것은 그 사업장의 작업환경 관련된 내용(사실은 이 얘기를 하려고 만난거였다. 본분을 망각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는... ㅠㅠ)이었다.

아주 얇은 엘씨디 유리를 취급하는지라 사고도 엄청 많은데 산재처리 절대 안 되고, 특검은 시행도 하지 않았고 측정은 작업라인이 아니라 공장 입구에서 하는 등등 문제가 엄~~청 많았다. 뭐, 사실 이때까지야 '조합없는 사업장이 그렇지 뭐...'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는 자본이 알아서 해준적 있나? 경영구조 보아하니 자본이 순~ 악질 이겠구먼 더하면 더하지 설마 덜하겠냔 말이다. 보아하니 지역의 검진업체를 하나 선정해서 특수건강검진은 하지도 않고 이상한 싸구려 종합검진이나 하고 있고 작업라인 근처에는 오지도 않은체 밖에 공기 숭숭들어오는 입구에서 측정을 한답시고 알짱거리고 그 업체 간호사가 매달 보건관리 대행을 하고 있고 보아하니 대행 의사나 위생사 얼굴은 본 적도 없는 듯 하다.

 

도대체 이 동네 노동부는 뭐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기본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거야 뭐, 우리나라 사업장의 99%는 그러니까 대충 그렇다 치겠다. 근데 문제는 이 사업장이 엄청 위험사업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염산, 질산의 강산을 사용하는지라 피부는 산 땜시 녹아내리고 피부염 생기기 일상이고 장갑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꿔줘야 하는데 보아하니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을 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발암물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용액도 마구,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었다.

 

비산되는 용액때문에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고 공장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진정을 할 정도고, 노동자들은 들어와서 살이 죽죽 빠진다.(지회장은 한달새 8kg, 6개월간 12kg이 빠졌다 함) 거기에 강산들을 많이 쓰는데다가 환기도 안 되서 그 증기에 기계들이 녹이슬 지경이라고 한다. 시력도 죽죽 떨어지고 피로도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을게 틀림없다. 게다가 업종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진다.

 

그러다 보니 의심스러운 점이 몇가지가 있다. 경영구조를 보아하니 아주 후진 자본인데 주야맞교대를 하는 와중에도 무려 휴식시간이 오전오후 각각 30분씩이나(!) 된다. 옛날에 사업장 초기에 사용하는 물질때문에 휴식시간을 늘렸다더라는 뜬소문만 있을 뿐 왜 다른 사업장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30분 휴식을 하고 있는지 근거가 없다.

 

게다가 기본적인 특검도 안 하고 임금도 체불하면서 종합검진은 풀세트로 해서 (물론 결과의 신빙성에는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젊은 남성 노동자들에게 매년 소화기내시경과 초음파등의 검진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뒤가 구리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무슨 성분이 들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는 쓰레기같은 내용만 가득하다.  


누가봐도 뭔가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사이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도대체 지금은 어느 시대길래 아직도 이런가 싶기도 하다. 초등학생때까지만 해도 난 21세기가 되면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고 태양에너지가 석유를 대치하고 개인용 이동 수단이 생겨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올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런 내용으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탔단 말이닷 ㅜ.,ㅡ). 누구나 적당히 일해도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땐 너무 순진했다. ㅠㅠ).

 

지금은 그런 21세기건만... 여전히 전국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업장들이 널려있고, 정당한 자신의 권리을 외치는 노동자들은 경찰에게 맞아 죽고 있다.

 

젠장! 초등학생때 내 꿈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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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7 11:15 2006/08/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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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각생 2006/08/18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슴다, 제 꿈도 돌리도 ㅡㅜ . 어디나 다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계속 뭐라 하면 니가 정신상태가 틀렸다 식으로 얘기하죠.. 교육과 사회가 개인에게 심어 놓은 것들 때문에 스스로 움츠려들게 되고요 으..

  2. 해미 2006/08/19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각생/ 가끔이 철이 없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요. ㅋㅋ 움츠려들지말고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안 하게 만들어보세요. 어려울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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