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 "오늘 우울한거?"라는 후배녀석의 문자가 고맙게 느껴지는 걸 보면 "우울"까지는 몰라도 센치한건 맞는거 같다.
열나 단 'death by chocolate'까지 먹었는데도 효과가 별로 없다.
당분간, 금주해야겠다.
#2.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 그저 법이라도 지켜지길 바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
간부들은 매번 바뀌는데, 참으로 비슷하게 반복되는 질문들...
#3.
그래. 내가 생각해도 시니컬함이 심해지고 있다. '너의 근거 없는 낙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거니?'라는 선배의 질문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 어느덧 나도 모르게 교육을 하는 와중에 슬쩍슬쩍 시니컬함이 비친다.
'이만하면 견딜만하다' 또는 '이정도면 된거 아니야?' 또는 '우린 안돼'라고 생각하는 간부들에게 시비를 걸고 싶다는 느낌인데 나야 말로 '우린 안돼'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곰곰히 반성해야 겠다.
#4.
석면이 없다는 결과에 '에고 이를 어쩌나...'라는 실망이 앞선다. 석면이 없어서 그간 일해온 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투쟁의 주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조아라만 해도 되는 사안인데, 이게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쓰럽다.
#5.
빈곤 해결책이 절대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사회적 일자리라는 미명하에 가사노동과 일의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돌봄노동이라는 미명하에 공식적/비공식적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마음 가는데로 표현도 못하고 사는 여성 노동자들...
40%가 성추행 경험이 있고, 50%가 업무중 사고 경험이 있는 끔찍한 일자리.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완전히 먹혀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6.
유족들을 만나는 것은 항상 어렵다.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집안의 보배로 자라서 집안의 자랑거리이던 20대의 아들이 갑자기 심근 경색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12년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모범 직원상도 받았고 아무 문제 없던 37살의 남편이 태어난지 몇달 되지도 않는 아이를 놔두고 자다가 사망했을때 아내의 마음이 어땠을까?
이런 그들을 위로하기는 커녕 없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자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화가 났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눈물을 여러번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직장 폐쇄가 된 상태의 자회사 노동자들이 파업투쟁 와중에 연대를 하면서 아버님과 언니는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하는데', '우린 아직도 멀었어, 더 해야해'라고 이야기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강남의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서로를 챙기는 노동자들과 유족의 모습에 가슴이 짠하다.
이기게, 이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