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9/21 17:18
Filed Under 머리굴리는 창고

번역을 하고 있는 책이다. 제목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보건에 대한 교과서라고나 할까? 올해 초 번역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의욕있게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역시나 번역은 어려워'라며 좌절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번역을 맡은 부분은 '여성 노동자에게 정말로 노동보건상의 문제가 있기는 한건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보건의 문제가 어떻게 은폐되고 무시되어 왔는지를 밝히는 챕터와 '여성 노동자를 일에 맞출 것인지 일을 여성에 맞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흔히들 생각하는 생물학적인 여성의 특성에 근거한 성별 분업의 문제를 밝히는 챕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챕터의 3개이다.

 

시사하는 바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고, 그 동안 느꼈던 것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번역이라는 과정 자체에 매몰대서 헉헉 대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주까지 초고를 수집하면 검토와 수정의 기나긴 과정이 시작될 터. 에고.. 갈길이 멀다.

 

<내가 맡은 부분 중 기억에 남는 것>

 

#1.

공식적 통계에서 남성의 재해율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이론은 여성이 하는 일이 더 안전하기 때문에 보상받을 재해나 질병에 더 적게 이환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여성이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도록 직종을 분리해야 하며 이것이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보상체계가 지금까지 남성이 많은 직종과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들의 상해와 질환이 보상에서 소외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건강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보상받지 못함으로써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또 다시 충분한 인식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2.

우리는 성별에 따라 작업과 관련한 건강 문제들이 어느 정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이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건강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는 작업 방법과 장소를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북미에서 대부분의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특정한 유형으로 존재한다. 여성은 같은 직종이라도 남성과 다른 업무에 배치가 되며 상관이나 동료, 그리고 고객들도 여성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그래서 1장에서 언급한 바대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직업이더라도 반드시 같은 건강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연구의 대상이 된(그리고 작업장의)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근속연수, 평균 나이, 작업 배치, 일의 숙련도, 그리고 직장 밖에서의 생활 또한 다르다.

 

#3.

즉 노동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특징은 유전자와 환경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조절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유전자의 영향은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개인의 역량에 대한 일부 제한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진정한 ‘결정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성과 남성의 유전자 상의 차이는 염색체 한 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젠더간의 차이를 연구하는데 있어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작업자의 직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적합한 노동자를 찾는 방식으로만 그 동안의 접근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동 작업과 육체노동에서 위험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업과정과 작업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남성이 주로 하는 작업으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세탁 가방은 너무 무겁고 세탁물 저장고는 너무 높이 달려있고(왜 가방의 크기를 줄이거나 저장고를 낮추거나 단독작업을 없애지 않는 것인가?), 쓰레기통은 너무 크고(왜?), 거울은 닦기에(또는 살펴 보기에) 너무 높이 매달려있다는 것이다.

 

#5.

채용 신체검사의 과학적 근거는 주로 남성이 하는 작업에서 요구하는 육체적 조건을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삼아 구성한 것이다. 남성이 주되게 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이 부딪히는 많은 장벽들은 이렇게 고착화된 편견 때문이다. 만약 의지가 있다면 업무를 여성에게 적절하게 변화시켜서 여성이 쉽게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매우 일반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일이라도 각각의 업무에 요구되는 재능과 자질은 매우 다르다. 남성의 보편적인 자질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성차별적이다. 또한 주로 남성이 하는 직무의 건강 위험요인만을 살펴보는 것은 반복, 굽힘, 장시간 노동과 같은 요인이 여성에게 주는 잠재적인 위험을 간과하는 것이다.

 

#6.

이러한 모든 상황을 살펴보면 과학적 근거란 것이 유난히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고 심지어 반대되는 지점에 서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 있는 작업보다 중량물 작업에 대한 연구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작업 도구를 설계할 때 고려하는 요인들은 왜 이렇게 제한적일까? 또한 왜 논문의 편집자와 사독자들은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성이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의문은 우리가 연구자들을 선임하고 훈련시키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9/21 17:18 2008/09/21 17:18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442

댓글을 달아 주세요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19267
· Today
: 141
· Yesterday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