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06/07 19:4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레볼루셔너리 로드

 

 

결혼과 일상의 무거움을 벗어 버리지 못해 파멸하고마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즐겁지도 않고 보람도 없는 일을 하는 남편과 꿈을 이야기하는 달콤함에 결혼했다가 어쩌다 생긴(?)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꿈을 유보하며 살아가는 부인. 그들은 중산층들이 사는 교외의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에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웃들 역시 무언가 불안해 보이는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 아늑해보이는 그들의 삶이 인내를 거부하는 그 순간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것인지를 영화는 참으로 잔안하고도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런 아슬아슬한 삶의 순간들을 파르르 떨리는 눈빛과 멍한 행동으로 보여주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그저 이쁜 꽃미남인줄 알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렇게 생긴 배우들의 전처를 밟지 않고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케이트 윈슬렛은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었다. 더 리더와는 또 다른 격한 감정선을 지닌 이 영화에서도 정말 최고의 연기를 했다.

 

약간은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은 배우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허상들 드러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선 보였던 샘 맨더스는 이번에도 자신의 재능과 본인이 관심있는 주제를 명확하게 잘 드러내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한발짝 더 나간 느낌이었다.

 

#2. 박쥐

 

 

최근에 나온 영화중에 가장 격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영화이다. 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쪽에 해당한다. 물론 이동진씨처럼 별 5개는 아니지만 4개는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찬욱의 영화 중 올드보이를 가장 좋아하고 다음은 복수는 나의 것을 좋아한다. 박쥐는 그 다음을 차지할 만한 영화다.

 

일단 촬영, 미술, 색감 등 이미지적 면에서는 거의 최고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의 피를 빠는 장면이나 둘이 섹스를 하는 가운데에 끼어있는 신하균의 모습 등은 영화의 내용과 핵심을 아주 명확하게 전달하는 장면에 해당한다. 영화가 소설과는 달리 이미지를 사용하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200%쯤 활용한 연출이었다. 거기에다 영화의 전반적인 방향과 분위기를 제시해주는 한복집과 집의 변화등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격렬하게 가르는 것은 드라마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약간은 판타지스러우면서도 모호한 뱀파이어 영화이기 때문이리라. 사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신부인 상현은 뱀파이어라기 보다는 그냥 사람의 피를 마셔야지만 살 수 있는 특이한 돌연변이에 가깝다. 오히려 김옥빈은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기꺼이 살아간다. 변화된 조건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문제에 대한 그들의 갈등이 결국 파국(?)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두고 원죄나 속죄의 알레고리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무엇이 원죄이고 무엇이 속죄인지는 잘 모르겠다. 신부를 직업쯤으로 생각하면서도 스스로를 기꺼이 죽음에 몰아넣는 상현의 심리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라 여사가 아들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아들이 김옥빈에게 의존적인 이유도 모르겠다. 스토리 구석구석 모르는 것과 모호한 것 투성이 이지만 이미지로 설명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다음이다. 설마 이명세 스타일로 가는건 아니겠지? 어쨌든 박찬욱은 위험한 대중성과의 줄타기를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3. 클림트전

 

내가 가본 전시회 중에 최고로 사람이 많은 전시회였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점만 빼면 클림트의 토탈아트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림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충실한 비교적 괜찮은 전시였다. 특히 작업을 하기 위한 스케치들을 유화와 같이 배치한 점이나 음악과 그림의 조화를 키워드로  한 베토벤 프리즈 같은 대작을 가져온 것도 훌륭했다. 클림트의 그림은 너무 화려해서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난 왠지 금박을 두른게 싫다는..) 아래와 같은 그의 몽환적인 그림들은 마음에 들었다.

 

<물의 여신, 실제 그림은 이 보다 조금 더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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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19:48 2009/06/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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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리채 2009/06/07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6월 볼 것
    명파리도 날개 있다?



  2. 파리채2 2009/06/08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쥐를 본 눈에
    그 말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치 사진을 보면 표본실의 청개구리 소설이 연상되어 머리가 아프다.
    특이한 눈이 별별별 칭송을 하는것도 이해할수 있지만

    여하튼 이런 난리굿의 영화는 "아,돈벌라고....."
    생쇼를 다하는 저 영화를 두고
    "수준높다,고급스럽다?"

    아주 상품의 포장속에서 품질을 논하는 것이 뭐,대단한데?

  3. 해미 2009/06/08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리채/ 흑... 댓글이 잘 이해가 안 되서, 제가 뭐라고 답글을 달아야 할지... 그런데 죄송한데요. 혹시 제가 아는 분인가요? 반말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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