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04/13 20:59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2일 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여행이 있었던지라 긴긴 비행 시간에 본 영화가 꽤 된다. 영어 울렁증에 대한 임시적 처방약으로 미뤄두고 못 봤던 한국영화도 많이 봤다.

 

#1. 루벤스, 바로크 거장전

 

 

간만에 간 전시회였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그림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름데로 기획은 잘 된 전시였다. 한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들을 비교해 볼 수 있게 전시가 되어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본 결과 난 인물화보다는 역시 풍경화나 이야기가 있는 역사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루벤스는 이탈리아 여행 당시에 꽤 많이 봤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의 그림에 푹 빠져서 사실 긴 시간을 들여 보진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본 루벤스는 사람의 살빛을 에로틱하게 또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소원한 느낌이 들도록 이상할 정도로 화사하게 표현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본 작품들 중 내가 가장 좋아라 한 것은 루이스달의 약간은 음울한 듯한 풍경화였다. 난 왠지 허한 느낌의 풍경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2. 밑바닥에서

 

 

완소 엄기준이 연극을 한다길래 부랴부랴 김수로와 엄기준이 나오는 날을 예매했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하는 연극은 처음이었는데, 연극을 보기에는 무대가 너무 크다 싶었다. 전통 연극을 꽤 했던 김수로와는 다르게 연극을 거의 안 해본 때문인지 엄기준의 목소리가 작은게 아쉬웠다.

 

솔직히, 스타성에 기대서 예매를 한 것인데 연극은 희곡자체가 정말 훌륭했다. 막심 고리끼의 대표작인 밑바닥에서는 그 시대 러시아의 가난한 '밑바닥' 인간들의 군상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었다. 아편굴 같은 지하합숙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썩어있는 종교인이나 경찰, 지식인들 뿐만 아니라 알콜중독자 배우, 도둑, 창녀, 사기노름꾼, 모자 장수, 구두 수선공, 자물쇠 장수, 막노동꾼 뿐만 아니라 이주 노동자도 있다.

 

빈곤과 인간다움과 거리가 먼 삶 속에서 그들은 희망도 찾을 수 없고 미래를 설계할 자유조차 없다. 아프면 그냥 죽어야 하고, 삶에 절망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고전을 접할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 그 변함 없음에 대한 섬뜩함일텐데 밑바닥에서 역시 그런 느낌을 주었다. 고리끼의 희곡을 직접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3. 언니네 이발관 콘서트

 

 

언니네 이발관의 왕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가는 콘서트였다. 직장 상사와 대판 붙은날 우발적으로 예매한 표였다.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너무 잘 되서 소수가 좋아하는 은밀함은 없어졌지만 그들의 변화가 흥미로웠던 터였다. 자기들의 노래를 좋아하면 사랑을 잘 안 믿게 된다는 이석원의 멘트라니.

 

아쉬운건 공연장과 음향이었다. 가사 전달도 잘 안되고 사운드 믹싱도 별로였다. 말하는 듯한 보컬이 잘 살 수 있도록 음향이 되어야 하는데 보컬의 컨디션이 문제인지 음향이 문제인지, 하여간 좀 불만족스러웠다.

 

뭐, 그런 부족함도 라이브의 묘미라면 묘미겠지? (라고 위안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4. 모던보이


 

 

시대적 혼란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란과 삶을 스타일리쉬하게 녹여보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훨씬 낫다는게 개인적인 느낌이다. 물론 영화의 시간과 드라마의 시간이 다른지라 이야기를 풍부하게 풀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미술과 세트에 많은 돈을 들인것에 비해서 이야기가 빈약한 느낌이었다.

 

#5. 고고 70

 

 

극장에서 좋은 음향으로 봤으면 좋았을 것 같은 영화다. 시대를 문화적으로 저항하던 젊은 사람들의 반항이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그냥 음악과 신나는 화면만으로도 시간은 잘 가더라.

 

뮤지컬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조승우도 멋졌지만 연기가 처음이라는 노브레인의 차승우의 팔딱팔딱 튀는 연기가 좋더라는. 스토리는 너무 기대하지 말고 젊음을 느끼고 싶다면 좋은 음향과 가급적 큰 화면으로 즐기면 될 듯.

 

#6.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

 

 

이렇게 직접적인 동성애 영화가 히트를 치다니.예전에 만화책으로 잠깐 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영화는 참 예뻤다. 순정만화에서 그대로 튀오나온 듯한 세트와 인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영화를 대충대충 봐서인지 스릴러적 요소가 있는 이야기는 잘 기억이 안난다. 예쁘고 보기 좋은(?) 영화이고 그런 장점을 잘 살린 촬영이 장점인 영화다.

 

#7.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 강지환 모두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다. 종이 한장 차이 같은 배우와 실제 깡패의 영화만들기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진다. 흰색과 검은색 의상으로 상징되는 깡패같은 배우와 배우가 꿈인 깡패의 이야기는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느끼게 한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장면을 만들어낸 촬영도 발군이었고 신인 답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도 좋았다. 무겁구 어려운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실력이 좋더라.

 

#8.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건 기~~일게 적었으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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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3 20:59 2009/04/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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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9/04/13 2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아공.. 와우..

    • 해미 2009/04/16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아공에 학회때문에 열흘 좀 넘게 다녀왔어요. 여행기도 남겨야 할 터인데 아직 필름이 현상이 안되서리.. ^^ 나중에 얼굴보게 되면 남아공 이야기해드릴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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