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한창이다. 예년과 다르게 꽃샘추위가 매서웠는지 꽃이 이전만큼 예쁘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봄은 봄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꽃도 영향을 받은 것일까? 꽃은 이전보다 덜 예쁘면 그만이지만 노동자들에게 올해 4월은 너무나도 아픈 달로 기억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그 어려움과 힘듦이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부품사들은 정리해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의 정리해고는 규모면에서나 기술면에서 98년도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98년이 정리해고의 법제화에 따라 87년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던 노동운동의 기운을 꺾고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던 평생직장의 개념을 부수어 노동유연화를 전면화하고 자본의 현장통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정리해고는 노동운동의 씨를 말리고 노동시장의 전 세계적 유연화와 모든 노동자의 노예화(?)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체 인원의 절반이 정리해고 대상에 오르는 것이 기본이고 60%를 넘는 경우도 많다.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희망퇴직에 대한 위로금을 주는 것이 아까워 자진 퇴사를 하도록 연고지도 없는 곳으로 전환배치 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영이 어렵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똑같은 회사를 하나 더 지어 물량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시장에 침을 흘리며 야금야금 들어왔던 외국의 투기자본들은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기술만을 빼가고 한국에서 철수를 하고 있다.
작년 역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렸고 수출시장에서의 소형차 시장의 강세 속에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는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잔업과 특근이라는 장시간 노동으로 살아가던 노동자들은 줄어든 물량 때문에 본인들이 말만 ‘귀족’인 저임금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월평균 고정임금이 절반미만이었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물량의 축소는 생활의 어려움으로 직결되고 있다. 두세 개씩 보내던 아이들의 학원을 끊고, 보험이나 적금을 해약하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애들을 학원에 못 보내다 보니 아파트 단지에 애들이 많이 늘었다는 말이 돌까?
이렇게 잔인한 4월이 흐르고 있다. 정리해고로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이 상하고 있다. 4월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이다. 전 세계에서 노동재해로 사망하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기간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한 가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노동 재해로 다치고 아픈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자본의 위기 전가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노동자들의 아픔을 나누고 연대하는 것이다. 자본의 욕심 때문에 다치고 죽는 노동자, 직장을 잃고 가난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모여 다시 한 번 외치자. 우리에게는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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