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기사를 봤다. 몇년전 빈곤과 관련해서 2박 3일간 합숙(?)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살펴보던 개념이었다. 그 때의 느낌은 '좋아보인다'는 거였고 이걸 주장한다는게 너무 과격(?)하다는 평가를 받을 거란 이야기를 했었는데 공황 국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요 일간지에서 엄청난 양의 지면을 할애해서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게다가 기업가들에게도 복지 측면의 전체 재정규모 놓고 볼 때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에 공공연하게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낯설게 느껴졌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듣고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이유는 노동을 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최소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어야겠지만)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을 모두에게 준다는 것이다. 노동을 하던 안 하던 각자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을 얻을 수 있는 돈을 준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요즈음의 생각은 조금 변했다. '돈'을 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른 소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각자가 삶의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재화와 노동을 어떻게 다른 체계에서 생산(?) 할 수 있을까가 해결되지 않으면 '돈'을 주는 것은 일시적이고 큰 효과가 있지만 결국은 패착이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이다.
소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변화시킬지와 노동을 안 할 권리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사람들의 가치 판단의 기준을 각자의 삶과 일상에서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편안함이 되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은 계속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재화를 원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이러한 왜곡된 '필요'는 자본이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저 문제의식이 있을 뿐. 이의 재구성을 우찌할 지는 차근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오늘 급 꽂혀서 몇 개의 자료를 살폈다. 몇가지 기억할 개념과 느낌.
#1. 기본소득은 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2. 기본소득의 취지가 인간을 억압적인 노동으로 해방하여 능력에 따라 보다 자유롭게 노동을 선택하게끔 경제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대신에 노동시간을 감축하고 자유시간의 길이와 질을 향상시키는탈노동중심주의임을 감안할 때, 강제노동의무 등이 포함된 기본소득모델은 여전히 기존 노동중심주의 사회복지 틀에 갇힌 발상이라 할 수 있다.
#3. 기본 소득의 설계가 가능한 재원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것이 아쉽다. 이렇게 계산하면 4인가족 기준으로 연 1600만원을 소득으로 받게 된다는게 언론의 보도인데 조세개혁을 통한 가능한 재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최소 필요를 기준으로 그 금액을 정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3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딱 최저생계비 수준을 지급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전제로 한다면 가능한 일일 수는 있지만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적정생계비가 기준이 되면 안 되는 걸까? 개인의 필요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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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바리 2009/04/16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박3일 세미나 다시 함 해볼까나? ㅋ
2박 3일 세미나를 할 정도로 화~악 땡기는 주제가 생긴다면야 저는 언제든 좋죠. ^^
강연자 2009/05/05 1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기본소득 공부 중인데.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실업해소와 자율시간 확보 및 그 사용 등이 나의 고민의 초점. 기본소득,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