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우왕좌왕 했더랬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하늘을 찔러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여기저기서 또 제안이 오고 귀얇은 나는 이 기회에 직장을 옮겨야겠다 생각을 했더랬다.
서울의 두 곳과 지역의 한 곳
지역의 한 곳은 평일 이틀은 오전오후 내내 출장검진하고 하루는 내내 원내 검진하고 하루는 내내 판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주말빼고 일주일에 하루 비는 건데 이건 뭐 사업장 교육일정이나 회의 일정 하나도 잡기 어려운 형국인데다가 이렇게 일할거면 대학병원에 굳이 있을 필요 없이 돈이나 왕창 버는게 좋겠다 싶어서 안 가기로 했다.
서울의 한 곳은 의과대학의 교실로 가는 것이었는데 비정규직 교수직이고 연구만 하면 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대학 출신의 언니가 가겠다고 해서 패스.
서울의 또 다른 한 곳은 내년에 특채로 교수로 뽑아준다는 조건이었는데 일주일에 3일 정도 오전부터 오후한두시까지 검진하면 되는 비교적 괜찮은 자리였다. 그렇지만 산업의학전문의가 나 하나밖에 없고 통화해본 결과 지금 과장을 맡고계신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나랑은 절대 코드가 맞기 어려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저런 사정들을 고려하면서 갈등과 고민이 많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밥벌이의 비루함'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활동이든 연구든)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건 현실 불가능하다. 빚도 있고 챙겨야할 가족들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성격이 워낙 유별나서 왠만한 직장상사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건 어디가나 마찬가지 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왕 6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쓴 김이 눌러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지금 추진중인 일이 병원에서 잘 진행이 되면 일은 더 많아지겠지만 내 중심으로 세팅을 하면서 가면 될 일이고 일이 잘 진행이 안 되면 8월 말 계약이 끝날시점에 병원을 그만두면 될 일이다.
뭐, 그때 적절한 자리가 없으면 놀으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마이너스통장의 마이너스를 늘려가면서 백수로 지내도 되겠다 싶다. 조금씩 알바를 하면서 지내도 되고 말이다. 기왕 비루한 밥벌이를 해야할 거면 지역에서 해야겠다 싶었다.
이 얘기를 들은 선배가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 선배가 그렇게 좋아하는걸 별루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얼굴이 화사해진다.
밥벌이는 언제나 비루할 수 있는 거고 벗어나기 쉬운 것도 아니니 지역의 좋은 인연들이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서 다행이다싶다. 비루함도 나누면 즐거워질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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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 2009/03/06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 일단 나도 좋네요~~ 비루함도 나누면 즐거워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나누고요..ㅎㅎ
산오리 2009/03/06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밥벌이는 어디서나 '비루'하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