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진을 정리했다. 히말라야에서 찍어 온 필름을 맡기면서 몇 달만에 필름을 찾아온 것이다. 작년 5월의 평창과 여름의 덕유산, 가을 엄마 칠순잔치 삼아 다녀온 속초까지가 담겨 있었다. 사진은 별로 맘에 안 들지만 그 때의 기록이 새록새록났다.
아마도 이게 필름 카메라의 단점이자 장점이리니.
#. 5월의 평창
지나가는 길에 살짝 들렀던 양떼 목장. 생각만큼 깨끗한 하얀색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 했더랬다. 5월의 따스함이 어울리던 그날의 기억.
#. 여름의 덕유산 종주
생각만으로는 여러번 갔었던 산인 덕유산을 드디어 종주했다. 첫날은 엄청 비가 와서 구름속을 걷는 듯한 우중 산행이었고 둘째날 가파른 남덕유산은 아슬아슬한 스릴과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치를 주더라. 겨울에 눈오면 한번 더 와야겠다던 다짐이 히말라야로 대체되어 살짝 아쉽긴 한데, 언젠가 눈이 펑펑 오면 곡 가봐야겠다.
#3. 가을의 속초
엄마의 칠순잔치를 겸해 동생, 올케와 함께 속초로 여행을 갔다. 엄마는 수십년만에 와본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좋아하셨다. 그중 가장 좋아하신 것은 백담사였는데 필름이 부족해서 못 찍은게 아쉬울 뿐이라는. 울산바위에 처음 올라가봤는데 만만하게 보고 캔버스화 신고 그냥 갔다가 발바닥에서 불나는 줄 알았다. 아... 눈 엄청 많이 쌓이 설악산가구 싶다. 특히 백담사는 겨울에 완전 멋질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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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기 2010/02/03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무(僧舞)-조지훈
얇은사(紗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머리
박사(薄紗) 꼬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창인 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사(紗)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아마추어에게
고등학교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승무... 이 시 읽을 때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