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3/11 16:40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모 기관지에 쓴 정세글이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지금 시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인것 같다. 맨날 결론이 똑같이 모호한 글을 쓰는 느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기획은 어떻게 해야 낼 수 있을까?

 

요즈음, 나의 화두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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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5년 정세 전망

연초답게 1-2월을 경과하며 2005년의 정세·전망에 대한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분석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주의의 전면적이고 입체적인 수준의 적용과 확산일 것이다. 이는 다보스 포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본은 전 지구적 자본질서의 구축과 함께 신자유주의 인해 야기된 위기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체제내화 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겠다고 하였다.

한국 자본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에 대해 희망의 여운을 남긴 비관적 전망을 내어 놓고 소비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경기 부양을 위한 자본의 자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대자본 중심의 사회공헌기금 확대라는 포섭 정책과 구조조정과 해외이전 전략을 통한 분열 정책을 동시에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본의 흐름은 신자유주의 투자 법안들과 맞물리면서 공공기반에 대한 자본의 침투를 확대하고, 연기금의 주식시장 투기 확대를 통해 공적 영역의 자본 사유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자본의 이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빈곤의 양극화,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통합론에 힘을 실으려 하고 있다. 이는 노사정위 재가동을 통해 힘의 우위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이다. 비정규 개악안의 통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을 추진하고 임금피크제의 도입, 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 사회 공헌 기금,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통해 전선을 유실시키고 투쟁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시도를 지속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보수-개혁의 완만한 대립은 다양한 신자유주의 법안의 통과를 통해 자본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미 IMF 경제위기시의 충격적인 구조조정의 시기를 벗어난 한국 자본은 일상적 구조조정의 시기로 안착하고 있으며 이는 비정규직의 전면적 도입과 현장통제의 강화를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다. 노사협조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노동자들을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분열시키고, 경쟁적 작업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상시적 위기감을 조성하여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현장의 정서를 확산시키고 물량이데올로기로 노동자들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이러한 정세적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회적 합의주의의 분위기에 파열구를 내고 일상적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는 현장의 전선을 복원하고 실천 주체들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전망 속에서 노동보건운동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2. 04년 노동보건운동 정세 약평




04년 노동보건 운동은 근골격계 투쟁의 태동기였던 02년과 대중적 확산의 시기였던 03년을 거치면서 급속한 제도화와 관리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대공장을 중심으로 근골격계 문제의 관리를 통해 노동강도와 현장 통제를 둘러싼 전선의 약화와 교란이 시도되었다. 즉, 노사 합동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 관리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시도되면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기반해 치료 중심으로 문제의 성격이 제한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이는 근골격계 인정기준이라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로 ‘집단요양투쟁’이라는 전술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더욱 촉진되었다.

물론 노동보건의 영역은 그 다양성을 확장하며 노동강도 강화의 기제와 결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야간노동 철폐 및 교대제, 직무스트레스의 문제, 정신질환의 문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전략의 핵심인 불안정 노동에 대한 파열구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들은 미흡하였으며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자본의 관리 전략 및 노동계 내부 분열 전략에 대한 대응과 기획 역시 부족하였다.

정책적으로 산재보험 민영화와 근골격계 인정기준 개악등 일부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었으나 힘 있는 투쟁으로 전개되지는 못했다. 반면 자본과 정부는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관리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적정요양기간 선정과 산재보험 민영화에 대한 시도를 다양한 수준에서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기업도시법, 경제자유구역법, 건강보험 당연가입폐지 등을 통한 보건의료 전반의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노동보건 영역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원화 정책을 이용하여 하향 평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노사참여 프로그램 확산을 통해 사회적 합의주의를 기반으로 한 노동보건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3. 05년 노동보건 정세 전망

04년과 마찬가지로 노동보건 정세는 자본의 적극적 체제내화의 흐름속에서 진행될 것이다.경총이 발표한 ‘2005년 노사관계 전망조사 보고서’에서는 기업들의 향후 중점 노무 관리 사항으로 인사·임금체계 개편 문제,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한 노무관리, 비정규직 및 도급업체 운용,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조정 문제를 포함하여 근골격계 등 산업안전 문제를 언급하였다. 이는 현재 자본이 노동보건의 영역을 주요 노무관리의 한 분야로 상정하고 적극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일 뿐이다.
노동보건에 대한 자본의 의지는 2004년 5월17일 개최된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위원장 申明善, 현대중공업 부사장) 2003년 5월 근골계질환 등과 관련하여 노동계의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기업이 이에 대해 공동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자동차, 조선 업종 중심으로 12개 기업이 참여하여 설립의 정기총회에서 이미 밝힌 바 있는 것이다.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산재 추가 보상금의 합리적 조정,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 촉구, 산재예방 및 산재근로자의 체계적인 지원방안 강구'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조응한 노동부는 2004년 말 산재 예방정책 5개년 계획을 통해 ‘사업장의 자율적인 산재예방 활동 촉진’을 강조하고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예방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동부산하의 산업안전공단 역시 17주년 기념식을 통해 노사를 포함하는 ‘산업안전선진화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천명하는 한편 ‘뉴 코사(NEW KOSHA 2010)’ 선포식을 통해 ‘노·사 친화형 안전보건서비스 전개’ 하는 한편, 노사 참여형 위험개선 프로그램 개발·보급에도 앞장설 방침임을 천명하였다.

몇 가지 사항들을 간략하게만 살펴보더라도 2005년 자본과 정부의 노동보건영역에서의 최대 핵심이 ‘노사협조주의’에 기반한 현장 통제 강화와 노동보건 영역의 적극적 ‘관리’임이 명백하다. 이는 근골격계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 중심으로 노동보건문제를 관리하는 한편, 노동유연화를 기반으로 불안정 노동으로 불건강을 이전하고 전체적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본의 결의에 적극 조응한 정부는 근골격계 인정기준과 요양처리지침을 도입하여 집단적 전선 형성을 막고, 요양기간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적정요양기간 설정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단사가 아닌 노동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고,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대규모의 프로젝트 역시 노동부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노사참여적 안전보건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인정기준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심사 일원화와 산재보험의 민영화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본이 노리는 것은 근골격계나 노동보건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노동보건 영역 역시 정규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의 분리, 노사협조주의 공고화를 위한 투쟁요구의 개별화와 현장활동 주체들의 분열 그리고 선진활동가들의 고립화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미 기간의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통해 경험했듯이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직접적 결과물인 건강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순간 전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적 교육의 효과와 함께 전선을 형성하게 되고 일상적 작업장 정치로의 발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별 작업장 수준의 문제로 국한하고 문제의 초점을 질병에 국한하여, 노동유연화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다.



4. 05년 노동보건진영의 투쟁 과제

2005년 노동보건진영의 최대 과제는 자본과 정부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파열구를 노동보건 영역에서 찾아내고 끊임없는 대중 실천을 기획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인정투쟁의 한계를 벗어난 실천적 예방투쟁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인정투쟁은 때때로 비계획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전국적 방향을 일으키고 싸움 양상에 있어 격렬하기도 하다. 예방투쟁은 모범 사업장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고, 정책적이고 계획적인 경우가 많고, 싸움의 양상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이는 노동보건 문제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전선이 은폐되거나, 확대되지 못한 것이며, 현장의 일상적 폭로와 선전 선동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런 전형을 깨고 인정투쟁 만큼 격렬한 예방투쟁을 전개하며 변증법적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

이의 고리로서는 기존의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직무스트레스를 매개로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문제와 함께 원인으로써의 교대제·야간노동에 대한 투쟁이 있을 수 있다.
비금속, 비제조업으로 근골격계 투쟁을 확산하고, 교대제를 중심 구조조정 투쟁과의 관련 고리를 만들고, 직무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 질환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는 대자본 투쟁과 대중 직접 행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투쟁은 선언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현장 실천력의 조직과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상적 구조조정은 일상적 현장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노동환경은 곧 자본의 경영전략이요, 이윤율 향상의 방식이다. 이것에 대한 일상적 문제 제기와 저항을 현장 노동자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장단기적 대중 실천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기획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언급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투쟁의 모범들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활동의 단초를 마련해야 하고 업종별, 지역별 진지구축을 통해 전국적 전선을 도모해야 한다.

한편, 근골격계 인정기준, 산재보험 민영화, 요양처리지침, 심사평가일원화 등에 대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고 정책적 대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노사 협조주의적 정책에 대한 선전·선동 및 전선의 복구가 필요하다.

2005년 노동보건운동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자본과 정부의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속에서 실천을 조직하고 활동가를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더욱더 반자본의 지향을 명확히 하면서 주체들의 이해에 기반한 다양한 수준의 대중 직접 행동으로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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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1 16:40 2005/03/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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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정세전망을 보면서 드는 현상들...

    Tracked from / 2005/03/14 13:59  삭제

    * 이 글은 해미님의 [05년 노동보건운동의 전망과 과제] 에 관련된 글입니다. 글을 보고 생각나는데로 글을 써본다. 1. 정세전망을 보면서 드는 느낌 조직노선과 정치노선이 명확하게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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