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상도 5동 철대위가 울 학교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게...
어느날부터인가 너무나도 익숙한 철의 철거민, 연대투쟁가 등등의 쟁가들이 울려퍼지고 팔자구호가 이어지고 어느날 부터인가는 곡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상복투쟁을 하는 모양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유인물 나눠주시는 것 한장 받아 학교로 들어오곤 했었는데, 상황이 더욱 안 좋아 지는지 학교앞에서 계속 집회를 하시게 된거다.
답답하고 정신없고 스트레스 만땅인 직장에서 투쟁가 들으면서 일하는게 나름 환기도 되고 좋았다. 왠지 익숙한 환경에 대한 반가움이 있었고, 처음 운동을 배웠다고 생각하는 철거민들의 투쟁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기 때문이기도 했다.
눈도 오고 비도 오지만 계속 이어지는 투쟁가와 구호가 다른 전공의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은것 같았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학교 앞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부르고 구호외치는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들을 하면서도 'OOO를 처단하자!'나 'OOO를 박살내자!'라는 구호가 무섭다고들 이야기 한다. 병원에 앉아 일을 하면서 듣는 그런 구호가 그 전공의들한테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전공의들의 이런 느낌에 대한 툭툭 던져지는 말들을 들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왜 저 사람들이 저럴까?'를 궁금해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들이 누구인지 뭐 때메 매일 저 고생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슬쩍 슬쩍 내가 아는 사실을 하나 둘씩 흘리고 있다. 진지하게 붙들고 이야기하기에는 공동의 소재로 채택되지 않는다. 좀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못하는 나의 비겁함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조금씩 '왜'인지를 기회가 있을때마다 얘기해 볼까 한다.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몇일전 점심때의 일이다. 병원 직원식당 입구에 한 남자분이 서 있었다. 샌드위치맨처럼 앞뒤로 이런저런 구호 비스무레한 것들이 쓰여진 판을 매고 서 있었다.
몇 번이가 재수술을 한 모양이다. 환자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안 적혀 있었다.
전공의들과 식당으로 지나치듯 들어가면서 깨달았다.
나도 그 보호자한테 '왜?'냐고 묻지 않았음을...
그냥 주변의 정황과 상황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같이 있던 인턴선생님이 '선생님은 의료사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건 어떤 상황일까요?'라고 묻지 않았다면 아마도 '환자가 참 안 됐다', '주치의하던 전공의 고생하고 있겠군'이라는 느낌정도만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일상의 많은 것에 의문을 품어보는 것, 스스로 고민하는 것 여전히 부족하고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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