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5/18 13:37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지난 1월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보건관리 대행 업무가 정지를 먹었다. 이유는 책임의사가 산업의학 전문의이거나 4년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산업의학전문의도 아니고 4년의 실무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책임의사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웃긴건 1월에 정지를 먹고 두달후인 3월부터는 내가 4년차가 되는지라 4년의 경력이 인정되어 합법화(?) 되었다는 것이다.

 

암튼 그리하여 본의아니게 4월 중순까지 대행업무를 하지 못했고, 4월 중순 다시 시작한지 한달이다.

 

50여개가 넘던 사업장 중에 다시 우리와 재계약을 한 사업장은 30개가 안된다. 우리의 잔소리를 귀찮아 하고 보건관리대행을 법적인 서류절차로만 생각했던 많은 사업장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사업장이 있어 기록을 남긴다.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스프링 회사다. 아주 커다란 스프링부터 너무 가늘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자세히 들여다봐도 얇은 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스프링들이다.

 

이 사업장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사장님'이다.

 

아침 7시면 사장님의 조회가 시작되는데, 내가 사장과 이야기해본바에 의하면 이 사장... 거의 전제 군주같은 사람이다.

 

어찌나 보수적이고 생각이 꽉 막힌데다가 철저하게 자본가 적인지 이야기 하다보면 울화통이 치밀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 연구소에서 활동하다 만났다면(활동중에 사장을 만나는 일은 없겠지만) 큰 소리 오가다가 멱살이라두 잡을 만한 사람이다.

 

여기 노동자들은 아침 7시 조회전에 나와서 작업준비를 다 마쳐야 하기때문에 대중교통수단이 다니는 시간이 되면 바로 출근들을 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챙겨먹지도 못하고 회사로 출근을 하게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장님 조회를 듣다보면 다들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장님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의 혈압이 다르다. 사장이 없어서 조회를 안한날은 대부분이 정상혈압이다. 조회가 끝나구 혈압을 재면 다들 고혈압 환자들이다. 사장 말한마디에 고혈압 환자가 됬다가 정상이 되기도 하는거다.

 

"뭐가 젤루 힘드세요?", "뭘 바꾸는게 제일 도움이 될까요?"라는 내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사장님 좀 어떻게 해주세요"한다. 조직되어 있지도 않은 중소규모사업장의 노동자들과 그저 가끔씩와서 현장 순회하구 건강상담하는 나인지라... 할 수 있는게 없다. 무기력하다.

 

과로사로 출근하던 사람이 사망한 적도 있는 사업장인데, 바뀐게 없다. 의견을 쓰면서 출근시간을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건만 계속 이야기해도 반응이 없다.

 

사장은 조회 끝내고 나서 아침을 먹는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중간관리자들 역시 죽을 지경이다. 계속 '모시고' 다녀야 되는데다가, 점심에 밥을 같이 먹는것두 곤욕이다. 20분도 안되는 시간에 대화도 없이 후딱먹고 들어와야되는 사장과의 점심식사는 밥이 아니라 돌을 씹는 기분일게다.

 

내가 가진 힘은 없지만 조금씩이라두 사장님과 얘기를 해봐야 겠다. 아침에 넘 일찍 나오는 문제도 그렇고, 너무 더운 현장도 그렇고(제품에 문제 생긴다고 열처리과정이 여름에 50도가 넘는데 에어컨도 안 사준다고 한다) 해결해야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이 사업장과 인연을 맺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이야기해봐야겠다. 글구 대행이라두 여유롭게 하면서 노동자들이 하소연이라두 하구 스트레스라도 풀게 해 줘야겠다.

 

많이 부족하지만, 어쩌겠는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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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3:37 2005/05/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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