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6/08 19:02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교안 편집해서 자료집으로 만들어 달라는 형에게 짜증을 부렸다. 짜증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그 형이랑 조직안에서 좀더 친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짜증에 형도 전화를 끊어 버렸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사실 요즈음 정신이 없었다. 빈곤팀에서 옥쇄세미나를 2박 3일을 하든, 연달아 노운사 세미나를 하든 체력적으로 좀 힘들기는 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내 스트레스의 근원은 직장일이었지만 아랫년차들 투덜거리는 소리두, 직원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도 전부 듣기 싫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라는 말을 듣다보면 차곡차곡 짜증이 쌓인다. 사직서를 내겠다는 일년차에 대해 고민하기도 쉽지 않다. 다들 나만 쳐다보며 자신의 의견을 넌지시 던지기만 할 뿐 그저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면 되요.'라고 이야기 하는데 환장 하겠다.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기에 신중하게 충분한 조언을 해줄 의무가 윗년차인 나한테는 있는것 같았다. 본인이 좋아하는 밴드일을 병원 그만 두고 군대 갈때까지 하겠다는 그 친구의 뜻을 들으니 말릴 수가 없었다. 병원 그만두고 활동만 하면서 살거라구 생각했던 나의, 그리고 오늘 싸운 형의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이런 결정에 이르기까지... 교수님두, 아랫년차들도 다들 나의 얘기만을 기다렸다. 매일 몇번씩 불러서 물어보고 경과를 듣고 싶어하고, 앞으로에 대한 내 생각을 물으신다. 거기다가 의국 이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의국 공간과 간호사들의 탈의실 등등의 컴플레인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거기다가 연구소 잡지를 만들기 위한 섭외두 글을 부탁하는 것도 취재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잘 안되는것 투성인 인데... 상의할 사람두 없다.

 

오늘... 내년이라두 미국으로 유학가서 공부에만 몇년 전념해보는게 어떻겠냐는 한 교수님의 충고에 정말 떠나고 싶어졌다. 이런 이중의 스테레스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조용히 혼자 앉아서 일들도 정리하고 책도 읽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담달에갈 미국 연수가 최근 직장스트레스에 대한 희망이었던거 같다. 앞으로 두세달만 버티면되... 라는 심정이 있었던거 같다.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기가 나의 장기였는데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대해 도망갈 생각만 했던거 같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 짜증나는 마음 남에게 던지지 말아야 겠다. 쿨해지던지 버리고 가던지... 대신 땅에는 발을 꼭 딛고 있어야 겠다. 안 그러다간 진짜루 날라서 도망가구 싶어질거 같다. 물론... 이런 스트레스에 대한 급성반응 역시 일시적인 것이고 좀 지나면 다시 즐겁고 유쾌하게 지낼 나라는 것을 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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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8 19:02 2005/06/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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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ngsili 2005/06/09 0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여 와~~~ 스트레스 만빵 폭발하게 해줄께 (^^)

  2. 해미 2005/06/12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실이/ 폭발하면 미국에서 바루 도주하는 수가 생길지도 몰라요. 우리 교수님 말마따나 너 한달안에는 돌아오는거지? 라는..ㅎㅎ

  3. 그냥 2005/06/18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만 먹으면 갈곳이 있어서 너는 좋겠구나...

  4. 해미 2005/06/19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형.. 정말 어려운 일(?)일지는 모르지만 미국가기전에 술 한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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