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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끈풀 ‘갯벌 사막화’ 불러, 조개·게·낙지 사라진다

갯끈풀 ‘갯벌 사막화’ 불러, 조개·게·낙지 사라진다

육근형 2018. 08. 09
조회수 1791 추천수 1
 
연 50% 성장, 퇴치 어려워 세계적인 골칫거리
문제는 시간 싸움, 미국에선 제초제 살포 결단
 
g0.jpg»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7일 충남 서천군 송림갯벌에서 갯끈풀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갯끈풀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시급한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우리의 경제발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던 만큼 환경관 또한 급변했다. 여기에는 굵직한 환경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 초반 새만금 간척사업이, 후반에는 4대강 사업이 논란을 불렀다. 갯벌과 강이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우리 사회가 자연자원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새만금 간척 이후 우리나라에서 갯벌은 더는 매립이나 간척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2003년 갯벌 면적이 2550㎢, 2008년 2489㎢였고, 가장 최근인 2013년 조사에서 2487㎢로 지난 10년 사이 불과 2.5%만 줄었다. 더욱이 최근 두 번의 조사에서 나타난 면적 변화는 2㎢로 매우 미미하다. 
 
2001년 무안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처음 지정한 이후, 올 초 기준으로 총 14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연평균 1개소꼴로 지정해 왔고 습지보호지역의 총면적은 235.81㎢에 달한다. 우리나라 갯벌 전체 면적의 약 9.4% 수준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낙동강하구 습지(34㎢)나 갯벌이 대부분인 가로림만에 지정된 해양생물보호구역(91㎢)까지 합하면 이미 갯벌의 10% 이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서남해안의 갯벌 1200㎢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고, 세계자연유산 지정까지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갯벌의 40% 이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셈이다. 
 
대서양 원산 갯끈풀, 애초 해안 침식 방지용 도입
 
갯벌에서 간척이 줄어들고 보호구역이 늘어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최근 갯벌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나타났다. 그 손님은 아쉽게도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외래생물 100종’에 이름을 올린 종이다. 바로 갯끈풀이다. 이미 작년부터 우리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던 이 생물은 영국갯끈풀(Spartina anglica)과 갯줄풀(Spartina alterniflora) 두 종인 것으로 확인된다. 본래 대서양 연안에 자생하던 종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한다. 뿌리가 깊고 기수 지역에 밀집해 분포하는 특성 덕분에 영국이나 중국에서는 해안 침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g2.jpg» 원산지인 영국의 갯끈풀. 다른 나라에서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는 침입종이 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g3.jpg» 갯줄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갯끈풀이 들어서면 단순히 새로운 종이 하나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갯끈풀은 워낙 생장력이 왕성한 데다 뿌리와 잎이 매우 밀집해서 자란다. 이른바 갯벌을 ‘녹색 사막’으로 황폐화시키는 수준이다. 녹색으로 된 경관을 제공하지만 갯벌의 1차 생산과 먹이망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갯벌에는 육상의 산림처럼 나무와 풀이 없다. 갯벌에도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1차 생산은 갯벌 표면에 있는 미세 규조류가 담당한다. 작은 미세조류가 뜨거운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조개나 게는 이를 먹이로 삼으면서 먹이그물이 형성된다. 문제는 갯끈풀이 자라면 이 먹이망이 처음부터 단절되고 만다. 조개나 게, 갯지렁이가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낙지나 바닷새 역시 갯벌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하물며 조개와 낙지를 채취하는 어민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갯벌의 생태계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꼴이다. 우리나라에서 갯끈풀이 아직 어업면허가 있는 양식장까지 본격적으로 침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놀라운 확산속도를 보면 수산업에 미칠 영향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하급수적인 확산속도와 끈질긴 생명력
 
갯끈풀은 얼마나 빠르게 번질까? 갯끈풀이 처음 보고된 진도에서 진행된 박정원 외(2015)의 연구1)를 보면, 2008년 처음 나타난 갯끈풀의 면적은 11.5㎡였는데, 2009년 21.85㎡, 2011년 239㎡이다가 2015년에는 약 6400㎡로 늘어났다. 강화 화도면 동막리 앞 갯벌에서도 2015년 400여㎡가 발견되었는데, 이후 2년 사이 1만9791㎡로 늘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다.2)
 
갯끈풀은 씨앗을 바람에 날려 먼 지역까지 퍼트리기도 하고, 제자리에서는 대나무처럼 뿌리를 옆으로 뻗어 개체를 늘려 간다. 때문에 갯끈풀의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고 잎만 잘라내면 곧 살아남은 뿌리에서 잎이 올라온다. 갯끈풀을 뽑아내더라도 이를 태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하지 않고 해안가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밀물에 휩쓸려 더 먼 곳에 정착하기에 십상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돈을 들여 일일이 제거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막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캘리포니아, 2000년대 이후 갯끈풀 제거에 총력 
 
갯끈풀이 우리에게는 최근에 유입한 외래종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갯끈풀이 비록 미국에 접해 있는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이지만, 북미 대륙 반대편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갯끈풀이 외래 침입종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연안에 본래 있던 생물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0년 주 내의 관련된 정부 및 비정부 기구들이 모여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Invasive Spartina Project, ISP)’를 시작했다. 종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 내 전 지역에서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재원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만과 삼각지 프로그램(CALFED Bay-Delta Program)’이나 미 연방 해양대기국(NOAA) 산하의 ‘어류 및 야생 생물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oastal Program)’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연안보전 단체(California State Coastal Conservancy)’ 등 여러 기관에서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업무를 위임받아 갯끈풀의 확산범위를 모니터링하거나, 제거 방식별로 환경 영향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연간 방제 계획을 수립해 갯끈풀을 제거하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주로 해역별로 어떤 종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해 이를 지도에 표시하는 모니터링 활동에 주력했다. 아래 그림처럼 샌프란시스코만을 대상으로 출현하는 종과 서식밀도까지 포함된 상세한 모니터링 결과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 결과 갯끈풀 모니터링을 처음으로 완료한 2005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만 안에는 132개 사이트, 1200에이커(약 4.9㎢)에서 갯끈풀 군락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만에서 갯끈풀 분포를 모니터링하는데 약 3년간 160만 달러, 한화 약 2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3)
 
g4.jpg» <그림> 2004 샌프란시스코 하구 갯끈풀류 분포 지도. 붉은 부분이 갯끈풀 분포 지역. 침입 갯끈풀 프로젝트 제공.
 
모니터링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만에서 갯끈풀의 확산범위를 확인했지만 정작 문제는 어떤 방법을 쓰고 어디부터 제거하느냐다. 갯끈풀을 제거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삽이나 트랙터, 굴착기와 같은 장비를 동원해 갯끈풀을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다. 또는 햇빛을 막을 수 있는 덮개로 갯끈풀 군락을 덮어 고사시키거나, 꽃이나 씨가 퍼지기 전에 태우거나 베어 버리는 방법도 있다. 이런 물리적인 제거방법은 제거율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일일이 사람이 하다 보니 제거 작업의 속도가 매우 더디고, 특히 인력과 장비를 사용해야 해서 비용도 매우 많이 든다. 
 
뜻밖의 평가 결과, 제초제 사용이 환경 영향 더 적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물리적인 제거방법과 함께 화학적인 방법도 고려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물론 캘리포니아 살충제 규제부서(California Department of Pesticide Regulation, CDPR)에서는 갯끈풀 방제용으로 국내에서도 사용 중인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를 허가했다(우리나라에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4) 
 
이 두 제초제는 모두 잎을 통해 뿌리까지 성분이 전달되고, 갯끈풀의 특정 효소와 단백질 합성을 막아 세포 성장을 방해한다. 갯끈풀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하지만 제초제가 잎에 잘 도달하는지에 따라 갯끈풀 제거율에 차이가 난다. 이마자피르는 차량에서 뿌리거나 헬기로 뿌려도 약 80%의 제거율을 보이지만, 글리포세이트는 헬기에서 뿌리면 제거율이 30%까지 크게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연간 50%까지 잡는 것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떤 제거방법을 쓸지 결정하기 전에 제거방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5) 특히 지역 대표 생물인 캘리포니아 뜸부기에 끼치는 영향을 제거방법별로 살펴보면서 갯끈풀 확산속도와 비교하여 제거방법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평가 결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아니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화학적인 방법이 물리적 방법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으나, 갯끈풀의 빠른 확산속도를 줄여 장기적인 영향을 제거하는 이득이 더 크다고 봤다. 또한 물리적 방법으로 갯끈풀을 제거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교란이 갯벌에 더 크고 오래 영향을 준다는 점, 그리고 물리적 방법으로는 제거 속도에 한계가 있어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환경이나 관리여건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 제거방법의 환경 영향을 검토하면서 지형과 수문학적 영향, 수질, 생물자원, 대기질, 소음, 인간 보건, 경관, 토지이용, 문화 자원, 사회경제학, 환경정의, 누적영향 등을 분야별로 고려하여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갯끈풀 제거의 기본전략은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전 영역에서 동시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갯끈풀은 연간 50% 이상 분포범위가 늘어나고 심지어 초기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확산속도에 주목해 갯끈풀을 ‘생물학적 오염’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어떤 방법이건 갯끈풀을 즉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갯끈풀의 공간분포, 그 영향을 고려한 제거 전략, 환경 영향을 고려한 제거방법을 확정하고 난 후 지역별로 상세한 제거 계획을 세워 실제 제거 작업을 시행했다. 특히 갯끈풀의 분포 외곽지역이나 갯끈풀이 다른 바다로 퍼져 나가는 병목 지점을 우선 고려했다. 또한 제거 계획에는 지역별로 어떤 방법을 쓸지도 고려했는데 제초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법이 전체의 90% 이상에서 적용되었고, 일부 보호 생물이나 민감한 환경에서만 물리적 제거방법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 침입한 갯끈풀, 확산경로와 공간 분포도 불분명
 
g5.jpg» 강화도 남단 동막리 갯벌에 갯끈풀이 번성한 모습. 지난해 7월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국내에서 갯끈풀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라남도 진도를 시작으로 북으로는 강화도 남서쪽 해안, 그리고 작년부터는 충남의 서천 앞바다에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서 처음 나타났고, 어떻게 전파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퍼져 나갈지를 짐작하기 매우 어렵다. 더욱이 어디까지 갯끈풀이 퍼져 있는지에 대한 분포 조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도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전문가들이 확인했고, 강화에서는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던 지역대학과 민간단체에서, 그리고 서천의 군락은 인근에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전문가들이 발견했다. 갯끈풀의 심각성을 아는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다면 더 많은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갯끈풀 통제 프로그램에서 처음 한 일은 갯끈풀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실 갯끈풀은 유사한 갈대나 지체와 같은 종을 구분하는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적어도 종 구분에 대한 지침이나 갯끈풀 확산의 심각성을 담은 자료를 연안의 지자체나 전국의 어촌계에 배포해 주변의 바닷가에서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곳은 전문가들이 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g1.jpg» 수작업으로 갯끈풀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갯끈풀의 확장 속도가 제거 속도를 앞지른다면 갯벌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정부는 작년부터 수작업과 장비를 동원해 갯끈풀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작업에 기초한 제거 작업으로 갯끈풀의 확산속도를 잡을 수 있는가이다. 개인적으로 강화의 제거 작업에 참여해 보니,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삽을 들어 땅을 파고 갯끈풀을 골라내기 쉽지 않았다. 요즘 같은 찌는 더위와 작렬하는 햇볕 아래에서 작업은 더욱 힘들 것이다. 굴삭기 같은 장비가 있으면 땅을 뒤집어 놓기는 조금 수월하지만, 결국 그 안에 있는 갯끈풀을 골라내고 해안가로 옮겨야 한다. 갯끈풀이 갯벌 아래쪽까지 퍼져 있고 땅이 무르다면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굴삭기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인력만으로 제거하려면 많은 인원이, 오랜 기간 작업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갯벌에는 워낙 어장이 많다. 어업면허를 내준 면적이 갯벌 면적의 40%에 달할 정도다. 갯골이거나 토질이 안 맞는 곳을 빼고 웬만한 곳은 바지락과 같은 패류의 양식장으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갯끈풀 제거방법에 화학물질 사용을 배제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갯끈풀의 확산속도다. 갯끈풀이 일단 들어온 곳은 양식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 갯끈풀이 들어서면 패류가 살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빽빽하게 자라는 갯끈풀의 생육 특성 때문에 퇴적물이 그 사이에 쌓이면서 땅의 높이도 올라가 육지화한다. 한번 들어왔을 때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이제 그곳은 더는 우리가 알던 갯벌이 아니다. 
 
무엇보다 갯끈풀이 확산하는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락이 작고 둥근 조각일 때는 삽이건 장비를 가지고 제거하기 쉽다. 그런데 작은 조각이 커지고 다른 조각과 합쳐지면 접근로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갯벌이 넓어서 갯끈풀 군락이 작아 보일지는 몰라도 막상 갯끈풀 군락 앞에 서보면 엄청난 물량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단독주택의 작은 마당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큰 곤욕은 잔디밭 사이에 난 잡풀을 제거하는 일이다. 갯끈풀은 잔디밭 가꾸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쉽지 않은 제거방법, 갯벌을 갯끈풀에 내줄 것인가?
 
05798464_P_0.JPG» 강화도 갯벌에 점점이 분포하는 갯끈풀.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다. 해양수산부 제공.
 
제초제를 쓰면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것에 비하면 비용도 적게 들뿐더러 한두 사람이 드론과 같은 장비만 있으면 넓은 면적에서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갯벌에서 아무리 조심해서 제초제를 뿌린다고 해도 주변 양식장에 흘러들어 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을 선택할지에 관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갯끈풀이 퍼지더라도 이 역시 또 다른 생태계이니 그대로 둘 수도 있다. 과거 생태계와는 다르겠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갯끈풀을 경관적으로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만약 갯끈풀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제거할지 선택해야 한다. 제초제의 영향을 무릅쓰고라도 갯끈풀을 빠르게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갯벌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갯끈풀의 확산 우려를 안고 가더라도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비용 부담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결정이건 사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갯벌을 지금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갯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사람들 역시 간접적으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갯벌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입장이 중요하다. 또한 그 결정에 수반되는 인력과 경비와 같은 자원의 양에 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갯벌의 상당한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정작 지금 갯벌에서 중요한 사실은 갯끈풀 같은 종 하나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에 있다.
 
글·사진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박정원, 김하송, 장성건, 천숙진, 육관수, 2015, 지상라이다를 이용한 미기록 외래종 갯쥐꼬리풀(Spartina alterniflora)의 분포특성과 관리방안 연구, 한국도서연구, 27(3): 161-177. 

2) 해양수산부 바다생태정보나라(유해교란생물) (http://www.ecosea.go.kr/haanglica/marineharmful/marineharmful09.do)

3) https://nrm.dfg.ca.gov/FileHandler.ashx?DocumentID=5221

4) 글리포세이트와 이마자피르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상 ‘농약 잔류허용기준’과 ‘축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 등에 포함돼 있으며, 작물의 종류에 따라 글리포세이트는 0.05~20ppm까지, 이마자피르는 대두에 3.0ppm까지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5) http://www.spartina.org/Spartina_Final_EIR/Spartina_Final_EI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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