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계의 시선은 전북으로 향하고 있다. 전주는 이미 한옥마을을 통해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새만금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산과 평야가 공존하는 지형은 스포츠, 생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어우러지는 융합 공간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전통 음식까지 더해지면, 전북은 세계인의 감각과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의 ‘규격화’를 상징한다면, 전북은 기술 시대 속 자연과 농업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특이점 도시(Singularity City)’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간 협업이다. 전북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올림픽 유치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이어질 유산이 만들어진다. 특히 문체부-체육회-전북으로 구성되는 삼각축의 협업은 결정적이다.
성공적인 스포츠 협업 행정을 위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1. 공통 목표에 대한 명확한 합의
“올림픽 유치”라는 구호는 누구나 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비전과 가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협업의 범위, 참여 주체,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야 진짜 목표가 설정된다. 모든 기관이 ‘왜 전북인가’라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2.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
임시조직은 위계보다 신뢰가 실행력을 좌우한다. 정기적인 교차회의, 공동 워크숍, 비공식 소통 채널은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된다. 자원과 권력을 앞세우기보다 상호 존중과 연대를 우선시해야 한다.
3. 역할 분담과 경계 조정
부처 간, 중앙-지방 간, 공공-민간 간 역할이 겹치기 쉬운 만큼, 누가 무엇을 맡고, 누가 중재자인지 명확히 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경계 관리자(boundary spanner)’의 역할이 핵심이며, 총리실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4. 공유 플랫폼과 통합 소통 체계 마련
예산, 일정, 설계, 커뮤니케이션이 단일한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디지털 협업 플랫폼과 표준화된 의사결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5. 주민 참여와 투명성 확보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이다. 파리 2024는 시민 참여 협약을 통해 지역사회 목소리를 제도화했다. 전북 역시 시민 중심의 올림픽 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 과정에서는 일의 속도, 양과 질의 차이로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상비약’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는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다. 올림픽의 진짜 주인이 시민과 선수들임을 잊지 않는다면, 공직자는 절제력과 화합력으로 회복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부 갈등으로 행정력을 소모하는 일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 특히 문체부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리더십, 전문성, 외교 역량을 보여야 한다. 올림픽 행정은 단지 평상시의 일이 아니라, 위기(emergency)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특수 임무다.
2036 전북 올림픽은 단순한 국제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다양성과 전북의 미래 비전을 세계에 증명할 기회다. 그러나 이 꿈은 혼자 꾸는 것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조직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실현할 때—전북은 진정한 ‘대한민국 두 번째 올림픽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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