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경호처 비화폰 기록 확보가 적법하다고 인정된 점 역시 윤석열씨의 패배다. 백 부장판사는 비화폰과 그 기록 자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고, 특히 대통령이 사용한 비화폰은 대통령기록물인데 경호처가 경찰에 임의로 이를 제출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사기밀보호법과 대통령기록물법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및 검증 자체를 제한하진 않으며 경찰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영장에 근거해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받은 것이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 세 가지 쟁점은 내란 수사의 뿌리이자 내란우두머리 혐의 인정 여부로 나아가는 길목에 해당한다. 공수처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고, 불법 영장에 의한 불법 구금이 이뤄졌다면 윤씨의 신병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화폰 기록은 그가 12.3 계엄 당시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는 '네 명이서 한 명씩 들쳐업고 나와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작전 실패 확인된 판결, 내란사건이라고 다를까
결국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전 단계부터 틀어막고, 각종 범행사실을 구성하는 '벽돌'들을 무너뜨리려 했던 윤씨와 변호인단의 작전은 명백히 실패했다. 참여연대는 "아직까지도 윤석열 측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트집잡으며 내란죄 수사로 시작된 모든 수사와 증거가 위법이라는 억지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 주장을 단호하게 배척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도 "이로써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 '수사권이 없다'는 취지의 변호인단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성명을 냈다.
하나 더, 윤씨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 있다. 그는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국가비상사태라서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며 계엄 선포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16일 재판부는 계엄 선포 과정을 두고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 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헌법과 관련 법령에서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규정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사실 내란우두머리 재판이라고 다르지 않았던 모습이다. 그렇다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라고 평가가 다를 수 있을까. 결론은 2월 19일 오후 3시, '반란·내란우두머리' 전두환씨가 30년 전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 법정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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