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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소유 집착 트럼프의 '대국주의 분할지배'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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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1.18 08:55

  • 수정 2026.01.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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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수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 부과

2월부터 10%, 그래도 반대하면 6월부턴 25%

매수 이유 “중·러로부터 그린란드 지키기 위해”

문제는 중·러 아닌 트럼프의 그린란드 소유집착

중국 러시아 들먹이는 건 핑계일 뿐

트럼프의 대국주의 세계 분할지배 구상

그린란드의 주거지 모습. 이코노미스트 1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자신의 그린란드 매수 계획에 반대하는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 국에 대해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소유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린란드 미국 매수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영유)에 반대해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한 유럽 8개 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는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면서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매수(complete and total purchase)에 관한 거래(deal)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를 의무적으로 내게 하겠다(tariff will be due and payable)”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8개 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주권을 지니고 있는 덴마크 외에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미국의 그린란드 매수에 반대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린란드와 주변 지도. 중앙의 분홍색이 그린란드. 그린란드와 북극해를 중심으로 왼쪽에 미국 캐나다, 오른쪽에 러시아 중국이 포진해 있다. 가디언 1월 17일

매수 이유 “중국 러시아로부터 그린란드 지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에서 이들 나라에 대한 자신의 관세부과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노리고 있는데, 덴마크는 거기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유럽 8개 국이 “위험한 게임에 빠져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세계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불가결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 2029년 1월부터 운용하려 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시스템 ‘골든 돔’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이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이 최대한의 능력과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땅(그린란드)이 시스템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중국 러시아가 아니라 트럼프의 소유집착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초치일관 그린란드의 미국 소유를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노리고 있는데, 그린란드에 대한 주권 소유국인 덴마크는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덴마크를 두둔하면서 그린란드를 중국과 러시아의 야욕에 속수무책인 상태로 방치하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둘 수 없으니 미국이 나서서 그린란드 매수하고 소유해야 세계의 안전과 평화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덴마크와 유럽에 맡겨 두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빼앗아 갈 것이니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거짓말에 가까운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그린란드를 미국 소유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소유집착이다.

왜냐하면, 그린란드는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덴마크의 영토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방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덴마크와의 협약을 통해 그린란드 피투픽(Pituffik)에 미국 우주군 기지를 두고 실질적으로 군사적 방어를 맡아 왔다. 덴마크는 미국과의 양국간 협약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충실하게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아침 여명 속의 그린란드의 수도누크 모습. 가디언 1월 17일

중국 러시아 들먹이는 건 핑계일 뿐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설사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린란드 소유권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고도 그린란드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유럽은 트럼프의 고집을 무마하기 위해 나토를 통한 미국 유럽의 그린란드 공동관리 방안까지 제안했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정말로 그린란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야욕’을 물리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된다. 미국이 단독으로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상도 지금 관리체제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유럽과 공동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굳이 그린란드을 미국 단독으로 소유하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를 들먹이는 것은 그것을 위한 핑계일 뿐이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모형, 유럽연합(EU) 국기와 그린란드 국기, 그리고 '관세(Tariffs)'라는 단어가 나타나 있다. 1월 17일 촬영된 이미지. 2026.1.17.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대국주의 세계 분할지배 구상

트럼프는 내심 유럽이 반대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하고 주민 동의를 받아내 사실상 그 땅을 빼앗고 금전적으로 일정하게 보상해 주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럴 경우,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 주민들이 주장하듯 나토 주도국인 미국이 나토 헌장을 부인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자칫 나토 자체를 붕괴시키고 유럽과의 대결을 차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선의 방책으로 트럼프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이를 이간시키고, 아예 덴마크를 배제한 채 그린란드 주민에게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하면서 주민투표 등을 통해 미국에 주권을 넘기도록 하는 자발적인 주권양도 모양새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수했듯이 그린란드를 매수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번 SNS 글에서 그린란드를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1867년 당시 720만 달러로 172만km²의 알래스카를 샀듯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216만km²의 그린란드를 돈 주고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인구 5만 6천~5만 7천 명인 그린란드 주민에게 한 사람당 10만 달러(약 1억 4730만 원)씩 지불해도 56억~57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알래스카 매수 때 미국이 지불한 720만 달러가 지금 환율로 한산하면 약 17억 달러 정도 된다는 계산도 있다. 트럼프는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이미 "국가는 소유권을 가져야 하며, 소유한 영토를 방어하는 것이지 임대지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다"는 얘기도 했다. 임대지나 공동관리 방식은 고려해야 하는 많은 법률적 문제나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중앙통제식 결정과 행동을 어럽게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직접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의 사고방식은 알래스카 매수가 가능했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매수, 1845년에 텍사스 병합, 1846-48년 멕시코와의 전쟁 뒤 캘리코니아 병합 등 미국의 역사 자체가 끝없는 영토 확장으로 점철돼 있다. 국가주의자인 트럼프는 미국이 끝없이 힘을 키워간 19세기의 그 제국주의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철저한 부동산식 ‘거래주의’도 공동관리나 임대가 아니라 완벽한 소유를 추구한다. ‘제로섬’적 세계관의 소유자인 트럼프에게 진정한 힘은 소유에서 나온다.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기려면 확실한 단독 소유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몇 개의 대국들이 세계를 각자의 세력권으로 분할해 경쟁하면서 공동관리하는 그의 ‘대국주의’ 세계관에도 부합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최근 협상과 ‘거래’를 보면 트럼프는 미국, 중국, 러시아 3대국이 세계를 분할 지배하는 21세기판 ‘얄타 체제’를 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에 대한 미국지배를 강조한 것에서도 그런 맥락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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