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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대상자 120명 가석방, 피해자들은 두렵다"

[현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판결 규탄 집회

18.08.25 20:29l최종 업데이트 18.08.25 20:50l

 

큰사진보기 25일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5차 성폭력, 성차별 끝장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  25일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5차 성폭력, 성차별 끝장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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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많은 죄수들이 가석방됐습니다. 120명의 전자발찌 대상자도 포함됐습니다. 그 피해자들은 충분히 안전할까요?"

25일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5차 성폭력, 성차별 끝장집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소속 탁수정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그들(가해자)이 감옥에 가기까지 피해자들이 했을 노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씨는 "최소 120명의 피해자들이 광복절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그들에게는 그날이 광복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헌법에 있다"며 "국민의 절반인 줄 알았던 우리는 예외인 것 같다, 조국의 법이 상식적으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지지발언에 나선 김지예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측근으로부터 변호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겪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아래는 김 변호사의 말이다.

김지예 변호사 "안희정 사건 후 손해배상 전제로 변호 맡겠다 했더니 배제돼"

"이제와 고백해보자면 저는 사실 안희정 지지자였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김지은씨의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가 있고 난 뒤 (안 전 지사의) 사퇴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 지지자들의 모임에 있던 여러 변호사들과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러던 중 안희정 측근이 '김지예 변호사가 변호를 맡아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기꺼이 맡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안 전 지사가) 자백하고, 반성하고 김지은씨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합의를 시도한다는 전제 아래 변호인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다른 변호사들이 정말 무슨 미친X 보듯 (저를) 바라봤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논의에서 배제됐고, 이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선배 변호사에게) 이 사건은 유죄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더니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이번 안희정 사건의 1심 판결을 보며 여전히 법이 여성에게는 지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법원이 법에 없어 판결을 못하겠다는 비겁한 변명을 하지 말고, 법 조항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항소심에선 인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 미투 관련 신고센터 예산 줄여... 여성들 목소리 좌시해선 안될 것"
 
큰사진보기 25일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5차 성폭력, 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사회자들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방조와 편파 수사에 항의하는 의미로 폴리스라인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25일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5차 성폭력, 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사회자들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방조와 편파 수사에 항의하는 의미로 폴리스라인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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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연대발언에 나섰다. 신 위원장은 "불법 촬영물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소수 몇 명이 촬영물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웹하드 산업이 피해 촬영물을 기반으로 공고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웹하드 업체가) 한 달에 9억 원을 벌고, 헤비업로더(대량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는 한 달에 500만 원씩 벌어들이는 산업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정부가 대책을 낸다고 했지만 오히려 약속과 달리 미투 관련 신고센터 예산을 감축했다"고 덧붙였다.

또 신 위원장은 "사법기관과 정치권, 행정부의 권력을 갖고 있는 50~60대 기득권 남성층은 여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여성 피해를 방임하는 데 앞장섰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부 등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판결, 불평등 길 터줘... 미투 입법 추진돼야"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지지의 뜻을 전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에서 "그동안 가해자 시각에서 성폭력 문제가 다뤄져 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사법부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도록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수히 많은 누리집에 여자대학교 몰래카메라 영상이 수도 없이 올라왔을 때 과연 경찰은 무엇을 했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 의원은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했나, 우리가 분노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 의원은 "이번 (안희정) 판결로 미투 운동이 위축돼선 안 된다"며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피해 사실을 폭로한 모든 분들과 집회에 나온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편파 판결 항의하는 사람들 있다 보여주고 싶어 참석"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미투 운동으로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는 이때 (안희정) 판결은 성폭력 불평등의 길을 터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아직도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치고 있다"며 "잘못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미투 관련 입법은 강력히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최근 성폭력 사건 판결을 계기로 직접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아무개(30)씨는 "안희정 사건이나 최근 기사를 보면 데이트폭력 등 비슷한 사건에도 가해자가 여성이면 징역 10개월로 (처벌이) 세게 나오고, 남성이면 집행유예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만 하다가 직접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아무개(28, 여)씨도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당연한 말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이런 집회에 참석해 사법부와 경찰의 편파성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동일범죄 동일수사 그게 그리 어렵더냐", "성범죄자 무죄판결 사법부도 공범이다", "피해자를 재판 말고 가해자를 재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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