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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파격적 의전에 깍듯한 예우 ‘솔직 리더십’

김 위원장, 파격적 의전에 깍듯한 예우 ‘솔직 리더십’

등록 :2018-09-21 05:00수정 :2018-09-21 09:00

 

 

2박3일 ‘최고의 의전’ 환대

공항 트랩까지 나와 영접하고
차량 오른쪽 뒷좌석 상석 배려
마지막날은 삼지연 공항서 배웅

15만 평양시민 앞 연설 기회 주고
백두산행 소원 화답 천지 동행
“사진 찍어드릴까요?” 친화력 발휘 
솔직·당당…자신만의 ‘리더십’ 알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기간 ‘파격 리더십’을 통해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협상의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신뢰와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드러내면서 향후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첫날 평양 순안공항에 문 대통령 부부를 마중 나온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날 백두산 삼지연공항에서 배웅할 때까지 2박3일간 대부분 일정에 동행하면서 극진히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 수반 방문 때 공항에 나가 영접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공항에서 문 대통령의 숙소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길에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평양 시내를 지나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차량 오른쪽 뒷좌석인 상석에 앉도록 배려했다.

 

둘째 날 저녁 문 대통령의 만찬에까지 깜짝방문하는 등 일곱 차례 식사 가운데 네 끼를 함께하며 문 대통령을 대우했다. 또 문 대통령에게 평양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직접 문 대통령을 소개하며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열광적인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내줍시다”라며 시민들의 환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질 것이다”(18일 만찬), “문재인 대통령과 흉금을 터놓고 진지하게 논의했다”(19일 공동선언문 발표) 등의 발언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교착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중재자로 인정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통 협상이 안 풀릴 땐 중재자를 이용한다. 김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솔직한 심정과 진정성을 보여주며 문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및 북-미 협상 재개를 성사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한다. 김 위원장이 그 전에 ‘문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표시를 나타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문 대통령의 설명을 신뢰를 갖고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답방 약속’은 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확약’이라는 표현에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만의 ‘리더십’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백화원영빈관 내부를 직접 안내하면서 “발전된 나라에 비하면 초라하다. 최대한 성의를 다했으니 마음을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카퍼레이드에서 평양의 ‘부촌’인 여명거리를 지나면서 북한의 발전상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2박3일간 여러 이벤트를 만들면서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서 지존한 자리에 있는데,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현실적인 정치 지도자로서 평양 시민과 세계에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남쪽 수행원들에게 친근한 모습도 보였다. 20일 백두산에서 남쪽 수행원들에게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고 사진 촬영을 제안한 뒤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며 친화력을 발휘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남으로 돌아가는 길에 북한산 송이버섯 2톤을 선물로 보내며 ‘통 큰 대접’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적대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돼야 체제 유지 및 외부 원조를 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여러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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