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현장]“서울시 미래유산을 살려달라”며 시청서 밤 지샌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11/14 07:58
  • 수정일
    2018/11/14 07: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전·단수 9일째, 구시장 상인 20여 명 12일부터 시청서 연좌농성 돌입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8-11-13 20:08:02
수정 2018-11-13 20:08:0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13일 오후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이 구시장의 단전·단수 문제 해결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하고 있는 모습.
13일 오후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이 구시장의 단전·단수 문제 해결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수협의 단전·단수로 구 노량진 수산시장이 암흑천지로 변한 지 9일째인 13일, 서울시청사 1층 로비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상인들은 차가운 맨바닥에 앉아있거나, 신문지를 깔고 잠시 눈을 붙였다.

상인들이 있는 곳에 놓인 피켓 한 장엔 "(구)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수협 측의 불법적 인권침해와 단전/단수의 즉각 해제를 요구하며 박원순 시장님께 면담을 요청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신 시장으로의 이전을 반대하며 구 시장을 지키고 있는 20여명의 상인은 전날인 12일 오전 10시 15분쯤부터 서울시청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생존권'을 호소하며 노량진수산시장 단전·단수 문제 해결에 서울시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밤샘농성을 한 상인들은 시청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한 끼니를 때우고, 새우잠을 청했다. 이들은 교대로 농성에 돌입하기로 해 13일부터는 1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는 발전기를 이용한 전기와 촛불로 시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12.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는 발전기를 이용한 전기와 촛불로 시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12.ⓒ뉴시스 제공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수협측의 4차례 명도집행이 진행되면서 수협과 구 시장 상인들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지난 5일 구 시장에 대한 수협의 단전·단수 조치와 퇴거 통보 이후, 수협과 구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의 골은 더욱 더 깊어졌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으로 지난 2004년부터 현대화가 추진됐다. 수협이 국고보조금 1500여억 원을 받아 건설한 신 시장은 2016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구 시장 상인들은 협소한 공간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 등을 이유로 3년째 입주를 거부하며 투쟁해 왔다. 수협은 지난 9일까지 신 시장 이전 신청을 받았다. 수협은 이후 남은 공간은 일반 시민에게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신 시장으로 이전 신청을 하지 않고, 구 시장을 지키는 상인은 131명이다. 수협 측은 구 시장의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새 시장 입주가 끝나는 날인 17일 이후 구 시장에 대한 폐쇄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결국 구 시장 상인들은 박원순 시장과 만나기 위해 12일 서울시청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쯤 서울시청 관계자와 약 5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권한이 없다"는 내용의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구 시장 상인인 조 모(51)씨는 "신시장 설계변경 과정에서 수차례 면적이 줄어 들었고, 당시에 상인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서, 우리가 너무 몰랐다"면서, "신 시장 건물이 상인들이 장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건물이기에 구시장을 존치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대를 이어 15년 넘게 장사를 해오고 있는 박 모(54)씨는 "서울시는 개설권자로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며 "단전·단수 이후 사후에라도 시정조치를 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 해결을 나서야 하지만 개선이나 보안 방안에 대해 전혀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농성을 하다 "생활이 안 돼서, 알바 좀 하고 오겠다"고 말하며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러 자리를 잠시 떴다. 이에 옆에 있던 상인은 "나도 알바 자리 알아봐달라"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20년 넘게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고기가 다 죽어가고, 상인들이 장사를 못해서 생활을 못하고 있다"면서, "사람의 기본권과 마찬가지인 단전·단수가 이뤄지고 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박원순 시장님을 찾았고, 단 1분이라도 만나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지금 서울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서울시가) 알면서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전·단수 4일째인 7일 오전,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단전·단수 4일째인 7일 오전,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민중의소리

노량진수산시장은 1971년 문을 열었다. 2013년 서울시는 보존가치가 있다며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농성하는 상인들은 "48년간 지켜온 전통 시장을 보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아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가격 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설한 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이다. 하지만 2002년 수산업협동조합이 시장을 인수했고, 현재는 수협중앙회 산하 노량진수산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의 자산이기 때문에 시가 강제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협의로서 진행해야 하는데, 단전 단수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어 수협에 공문을 보냈지만, 시가 수협에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의 박 시장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어제 시장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