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전광훈 목사와 태극기 집회 주최 측 등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대회 사전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날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간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은 간첩인 신영복을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때 월남 패망하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고 자서전에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이런 주장은 지난 대선 토론회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주장했던 발언과 유사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수.우익 커뮤니티와 카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월남 패망에 희열을 느꼈다는 합성 이미지나 이야기가 계속 돌아다닙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은 2011년 발간된 ‘문재인의 운명’입니다. 보수, 우익이 주장하는 내용은 2부 인생 중 대학, 그리고 저항이라는 부분에 나옵니다.
그런데,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희열을 느꼈다는 부분이 홍준표, 전광훈 목사의 주장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글의 원문을 보면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국 패전이나 공산주의의 승리에 대한 희열이 아니라 리영희 선생의 글에 희열을 느낀 것입니다.
나는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간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베트남 전쟁’ 논문을 ‘창작과 비평’ 잡지에서 먼저 읽었다. 대학교 1, 2학년 무렵 잡지에 먼저 논문 1, 2부가 연재되고, 3학년 때 책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접한 리영희 선생 논문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성격, 미국 내 반전운동 등을 다뤘다. 결국은 초강대국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끼리 하숙집에서 은밀히 주고받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제시돼 있었고 명쾌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논문과 책을 통해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추상같은 자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두려운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것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억누르는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나중에 월남패망 후 ‘창작과 비평’ 잡지에 베트남전쟁을 마무리하는 논문 3부를 실었다. 그러니 월남패망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사이에 두고 논문 1, 2부와 3부가 쓰여진 셈이었다. 그 논리의 전개나 흐름이 그렇게 수미일관 할 수 없었다. 1, 2부는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다. 3부는 그 예고가 그대로 실현된 것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면서 결산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재인의 운명 중에서)
‘문해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조갑제 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한국인의 고급 문서해독력은 OECD 평균 이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전문직이나 지도층 역할을 하려면 4.5급의 문해력을 갖춰야 하는데 한국인은 8.1%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였거나 보수, 우익 집회를 이끄는 목사라면 최소한 책을 읽고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월남 패망에 희열을 느꼈다고 주장합니다.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이 말하기 전에 본인들의 문해력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유튜브에서 보기: [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월남 패망하는 모습 보고 희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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