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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기다립니다” 설 명절 앞두고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상담사들

화성시, 2018년 12월31일 일방적 계약종료...해고된 인원만 40명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2-03 11:01:45
수정 2019-02-03 11: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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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계약종료로 해고된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이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일방적인 계약종료로 해고된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이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김화민 제공
 

설 명절을 앞두고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 40명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일방적인 계약 종료로 해고된 청소년 상담사들은 학교 밖으로 쫓겨났다. 이들은 설 연휴 첫날인 3일에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3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중학교에서 청소년 상담업무를 맡아 근무했던 김화민 씨는 졸지에 해고자가 됐다. 그는 많게는 5~6년, 짧게는 3년 가까이 일하던 상담사 가운데에서 막내다. 화성시에 있는 초·중·고에 있는 40개 학교의 청소년 상담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상담교사 또는 전문상담사가 배치되지 않은 중학교에서 학생 심리상담업무를 진행해 왔다. 상담은 보통 한 시간 정도로 진행되며 하루 평균 5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학생들이 상담을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 담임교사와 학생부에서 학생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작년에 상담 건수가 500건 나왔다"며 "많은 선생님 중엔 1000건 넘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상담실에 문을 열고 들어와 자해를 하는 아이도 있고,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존재하지 않는 친구를 만드는 망상 장애 학생도 있어요."  

김 씨는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교실 안 사각지대에 학생들이 존재한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상담실"이라며 상담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해고됐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며, "인터넷에서 기사 보고 알게 된 친구들이 '선생님 관두면 자기는 비뚤어질 거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너 비뚤어진다고 걱정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라고 농담삼아 말했죠. 마음이 아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상담사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상담가들이 학교 두곳을 맡아 순회 상담을 하는 곳이 많아 실질적으로 상담이 어려운 상태"라며 "자해와 자살, 우울과 불안, 학교폭력 등과 관련해 상담을 필요로 하지만, 상담사들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빈 교실의 모습. 사진과 내용은 무관합니다.
빈 교실의 모습. 사진과 내용은 무관합니다.ⓒ제공 : 뉴시스

경기도 교육청과 화성시는 2012년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상담사를 직접 선발해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5년 사업 2기를 진행하며, 근속 기간 2년 초과자들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2년 미만, 만 2년 근무자들은 계약이 종료되며 대량 해고됐다.

이후 경기도교육청이 학교장 고용을 금지했고, 화성시는 학생 보호와 상담사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위탁 형식으로 해당 사업을 지속했다. 2016년엔 YMCA를 위탁기관으로 선정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상담사들은 상시지속업무를 하면서도 1년에 한 번씩 계약 해지와 재계약을 반복해야 했다.  

또한 그는 2016년 3월 28일부터 2017년12월 31일까지 1년 9개월 '쪼개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시측이 2016년 1월1일부터 계약하는 경우 정규직 전환 조건이 되는 '만 2년'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2016년 1월1일부터 3월28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강제적 실직 상태에 놓여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화성시가 2017년 말 위탁기관을 청소년불씨운동으로 바꾸면서, 상담사들은 기간을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계약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학교에 보내온 공문
화성시에서 학교에 보내온 공문ⓒ민중의소리

김 씨는 이같은 '쪼개기'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 측이) 2019년부터는 1년 계약이 아닌 10개월 계약을 주장하자 상담사들이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2년 근무 연장 대신 각서를 쓰라'고 요구해 상담사들이 항의했더니, 결국 12월 31일 사업종료 시켰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12일, 화성시에서 보낸 사업 종료 공문이 학교에 내려왔다. 날벼락 같은 해고 통지였다. 그는 "당시 상황이 믿기질 않았다"며 "아이들이 지금 정신적으로 (상담이) 너무 필요한데 이게 말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천만원 이상을 들여서 상담실을 만들어 놓고, 상담실엔 사람이 없고 학생들이 상담을 못 받는 현실이 말이 되나. 학교가 필요로 하는데 그걸 없앨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했다"면서 "교육청이나 시청 하는 거 보면 노동자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계약종료로 해고된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
계약종료로 해고된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김화민 제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상담사들은 학교 밖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항의 행동에 돌입했다. 상담사들은 1월 11일과 24일 두 차례 차가운 아스팔트에 온 몸을 누이고 행진하는 오체투지를 벌였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는 사태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화성시 측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업종료가 됐다"면서 "다른 방향을 저희가 모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분들이 저희 근로자가 아니지 않냐"면서 "시에서 채용해서 학교로 보낸 분들인데 저희가 관리하고 그랬던 분들이 아니다. 지금 거기 담당자가 누구다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설 연휴에도 청소년 상담사들의 농성은 이어진다. 김화민 씨는 "일을 쉬는 것도 정말 지옥 같다"며 "가족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설이 오히려 불안하고 피하고 싶다. 어디라도 도망가고 싶다"라며 편치않은 심정을 털어놨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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