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4.04. ⓒ뉴시스
헌법재판소(헌재)의 판단은 단호했다. 12.3 비상계엄은 요건과 절차, 내용 모두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게 헌법재판관 8명이 내린 만장일치 결론이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각종 법 논리를 동원해 주장해 온 절차상 문제 제기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변론 내내 국민을 우롱하듯 쏟아냈던 윤 전 대통령의 궤변도 콕 집어 바로잡았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통령의 책무를 위반”하고,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남게 됐다.
탄핵심판 5가지 쟁점 모두 ‘위헌·위법’ 판단
윤석열 극구 부인하던 ‘의원 끌어내라’ 지시도 인정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참석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을 듣고 있다. 2025.04.04. ⓒ뉴시스
헌재는 4일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은 크게 ▲비상계엄 선포 행위 ▲국회 봉쇄 및 침입 행위 ▲포고령 1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행위 ▲법관 체포, 구금 지시 등 5가지였다.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 위법 판단이 나오면 탄핵이 인용되지만, 헌재는 5가지 쟁점을 모두 위헌, 위법 행위로 인정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횡포,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주장해 왔는데, 헌재는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건 계엄 선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무회의 등 절차 역시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점도 인정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그 외에도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했고, 그 시행 일시, 시행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빛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극구 부인해 온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나 ‘주요 정치인 및 법조인’에 대한 체포 명단의 실체도 인정했다. 변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증언을 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지만, 헌재는 윤 전 대통령보다 이들의 증언을 신뢰했다. 군·경의 국회 투입은 질서유지 목적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인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며 “또한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포고령에 대해서도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적시했다.
선관위 압수·수색 역시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행위에 대해서도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민주·독단적’ 윤석열 향한 질타로 빼곡한 결정문
“야당 지지한 국민 의사 배제하려 해선 안 돼
사회공동체 통합해야 할 대통령 책무 위반”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진보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2025.4.4 ⓒ뉴스1
헌법재판관들은 이러한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들이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라며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돼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나아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며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됐다”고 질타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직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전까지 비상계엄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변론 과정에서는 비상계엄이 짧은 시간 해제됐다는 점을 들어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이라는 말장난식 주장도 이어갔다. 하지만 헌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업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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