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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

[전교조 창립 30주년 기획]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④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5-08 20:58:07
수정 2019-05-08 20: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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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자료사진

5월 28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민중의소리는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교조 3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총론격으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전교조 30년을 맞는 이들을 만나 전교조 30년 전과 후를 살펴봅니다. 이번 기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전교조 30년, 한국 교육이 변했다
2) 학교 현장이 바뀐다 ‘딥 체인지’
3)‘구의역 김군’도, ‘악질사장’도 없으려면..반드시 필요한 노동인권교육
4) 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
5) 싸움만 한다구요? 국민과 함께 하는 전교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6년 학업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살 중학생 오 모 양이 남긴 유서의 마지막 문구다. 학생이 남긴 뼈아픈 말은 우리 사회 입시 중심 교육의 문제를 꼬집었다.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과잉학습에 내몰린다. 학생들은 시험 점수에 따라 좌절과 포기를 느끼며, 상위에 있는 학생조차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도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출구를 보며, 입시지옥을 통과의례처럼 버텨내고 있다.

 

"쌤 우리 예서 서울대 의대 꼭 보내야 해요!", 2019년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 엄마가 입시 코디에게 하는 말이다. 교육은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되며, 대학의 이름은 또 하나의 계급 사회를 형성한다. 학생들은 교육의 과정을 통한 자신의 행복과 삶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입시전쟁터에서는 남을 이겨야 살아남는 잔혹한 경쟁을 먼저 배운다.

1989년 12월 21일 전교조 주최로 열린 자살학생 추모제
1989년 12월 21일 전교조 주최로 열린 자살학생 추모제ⓒ전교조 제공

도를 넘어선 경쟁구조와 공고해진 서열화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피로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전교조는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학생들의 삶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경쟁과 효율의 논리로만 강조했던 교육현장에서 협력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공동체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늘날 전교조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경쟁과 부담을 덜어내는 '행복한 학교'를 위해, 학교혁신 운동을 전개하고 확산하고 있다. 학교혁신 운동 중 하나는 '혁신학교'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혁신학교는 이른바 '진보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처음 시작한 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의 시발점이 됐던 것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다. 전교조는 경기도 등 전국에 폐교의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 살리기 등을 시도하면서 참교육 실천 활동을 해왔다. 또한 젊은 전교조 교사들을 중심으로 핀란드 등 교육복지 선진국에 연수를 다녀오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교육모델을 모색해온 노력이 바탕이 됐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혁신학교'
1등만을 위한 학교는 없다..."아이들 모두 주인공"

민중의소리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은빛초등학교를 방문해 이희숙 교장을 만났다. 서울 은빛초등학교는 2011년 3월 개교해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현재 213개교로 전체 학교의 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빛초 1층에는 교장실이 있었다.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교장실은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기존에 넓었던 교장실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 공간은 회의실로 만들었다.

전교조 출신의 이희숙 교장은 평교사 교장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됐다. 그는 혁신학교인 서울 강명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한 바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학교 개혁'의 사례로,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상향식 방식) 학교를 바꿔내는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소리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소리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희숙 교장은 수업하는 선생님이다. 이 교장은 이날 1~2학년 각 한 반씩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장은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있어야, 관리자의 경직성을 벗어날 수가 있다"며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1등을 만들기 위한 학교가 아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은빛초에는 회장, 부회장 등 임원을 뽑지 않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은 주로 토론형 수업으로 진행돼,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발표를 한다고 한다.

또한 학교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대회 상장을 폐지했다. 이 교장은 "수업시간에 수업을 침해해가면서 대회를 했을 때, 원래 잘하는 아이 몇 명에게 만족감을 주고, 그것도 며칠 못 가는데, 그 아이들의 상장을 주기 위해 나머지 아이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이라며 "그 시간에 오히려 수업을 하는 게 아이들의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티커나 보상제도도 없앴다. 이 교장은 "스티커나 보상제도는 아이들에게 계속 경쟁하고 통제하기 좋은 방식"이라며 "(교사가)뭘 하자고 하면 뭐 줄 건데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오히려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이는 '밥'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학교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특히 은빛초는 기존의 40분 수업과 10분 쉬는 시간에서 벗어난 80분 블록 수업을 한다. 수업 시간 중 30분은 놀이 수업이다. 이 교장은 "40분 수업 시간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하는 말하는 주입식 교육에는 맞을 수 있다"며, "80분 블록 수업을 통해서 기다려주고, 아이들이 천천히 배우게 되고,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라는 얘기가 있다. 30분간의 놀이시간이 아이들한테 소중하다"며 "아이들이 놀면서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지고 놀이를 충분히 하면, 규칙도 정하게 되고 사회성도 길러지게 되고, 내가 볼 때는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교과서 밖의 생태계와 지역사회를 느끼게 만든다. 은빛초는 4학기제로 운영한다. 여름·겨울 방학 이외에도 5일간의 봄·가을 방학이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체험학습 많이 가는, 많이 놀아주는 것으로 오해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전통적 학력관을 새로운 학력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학력관은 문제지 풀어서 사지선다형 맞추는 것이지만, 새로운 학력관은 협업능력, 창의적 사고"라며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도전 속에서 주어진다. 혁신학교는 수업과 일상 속에서 경험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주체로 나서서 학교의 자치를 구현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교 행사에 동원되는 성격이 강했다면 학부모가 주체가 돼 학부모총회를 개최하고 진행한다.

또한 학부모들이 녹색장터 등을 통해 각자 자기 집에서 안 쓰는 물건 다 가지고 와서 돗자리 깔고 팔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환경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주변 개천에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들은 학생들과 함께 2박 3일 캠프를 통해 소백산 등 여러 곳의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특히 은빛초에서는 촘촘한 학부모 대의체계를 통해 학교에 관한 결정사항에 학부모들의 의사를 반영한다. 이 교장은 "학급에서 수렴된 의견을 학급 대의원이 학년대표에게 전달이 되고, 학년 대표는 임원회의에서 전달한다"며 "학부모들의 제안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이를 학교에서 반영하려고 한다. 소통의 접촉면을 다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다모임', '공개수업' 등...교사도 함께 성장하는 학교 
학교의 토론 소통의 문화...'민주시민 교육' 내제화

그는 혁신학교의 특징으로 교사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손꼽았다. 이 교장은 그 밑바탕에는 '교사 다모임' 등 민주적 토의와 소통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교사 다모임(총회)이 교사들에게 민주시민의 경험을 주면서, 이런 사고나 생각이 자신의 교실 속에서 구현이 된다"며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바꾸는 기회를 통해서 그럼 우리 교실에서 내가 아이들하고 소통할 때 과연 나는 어땠나.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을 대하거나, 학급 운영을 할 때도 그런 경험들이 녹아난다"며 "끊임없이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학급 운영에도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다모임을 통해 길러진 선생님들의 경험이나 역량이 결국에 학교를 움직이고, 교육활동의 질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혁신학교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함께 성장한다. 교사들은 칸막이를 거두고 열린 교실을 추구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실 문을 열어서 동료 교사와 수업도 같이 나누고, 교육활동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과 가치관이 부딪치고 배우며 교사들도 함께 성장해간다.

이 교장은 "신규교사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게, 저희가 교육과정 평가 회의를 같이 모여서 하고, 그다음에 교사회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데, 이게 어떤 연수보다도 자기를 성장시키는 연수의 기회였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교육지원팀'이라는,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전담해주는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선생님들은 행정업무가 줄면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많이 한다. 교사가 학생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옛날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저는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교육의 질은 교사 공동체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 집단 지성이 모은 결과, 수업방식과 교육과정을 변화했고, 교육의 질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논쟁과 관련해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같이 경험을 나누고 성장해가며 교사들의 역량이 높아지는데, 그 수업의 질이 낮아질 수 없다"며 "수업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하게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실제 혁신학교의 입시 성적도 좋다"면서도 "하지만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가치가 입시교육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소위 '벌떡 교사'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교장은 "(교무회의 시간에) '왜 그렇게 하느냐'고 일어나서 문제제기하면 오히려 동료 선생님들이 퇴근시간 늦어지는데, 왜 저렇게 일을 만들지 하면서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었다"며 "교사들 스스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과거 학교에서 교무회의 시간이 있었어도 이미 소수 관리자 중심으로 결정을 해서 안내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최고의 가치가 민주시민 교육을 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민주시민의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교과서의 내용도 얼마나 사회적 가치나 시대정신을 담아서 수업으로 풀어내는가가 민주시민 교육"이라며 "교사가 그런 소양이 없거나 가치관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박제된 지식을 전달하는 정도에 머무른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다양한 경로로 시대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고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일반 학교에서 '나 홀로 조합원'으로도 살아봤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시스템이 공고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선생님들이 당연하게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1~2명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흔히 하는 이야기가 개방적이고 마인드 좋은 교장과 거기에 열정 있는 교사 3명만 있으면 학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모델학교라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교육청은 교장이 민주적인 리더십과 혁신 마인드를 갖게 하고, 혁신학교를 사원학교처럼 혁신리더를 끊임없이 양산해내고 확산해야 한다"면서 "혁신학교를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교가 나아갈 바를 선도하는 학교다, 이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권과 차별 용인되는 '특권학교 폐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계 개편...공교육의 정상화

26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주최로 진행된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연내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6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주최로 진행된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연내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전교조는 '특권'과 '차별'이 용인되는 교육을 거부하고, '평등'과 '협력', '정의'가 작동하는 교육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차별 없는 교육, 고교평준화에 힘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300' 정책에 따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생겨났다. 하지만 특목고, 자사고 등 특권학교 정책은 서열화를 조장하고 일반고 슬럼화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전교조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하겠다며 도입된 자사고가 사실상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도입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학생들을 싹쓸이하여 일반고 붕괴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는 "한국의 교육은 과잉 경쟁이 지배하면서, 부모의 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교육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비 지출 격차를 벌리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중, 자사고 등 특권 학교를 설립함으로써 교육 양극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여기에 현행의 복잡한 입시제도는 특권 학교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이러한 교육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고 비판했다.

2017년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 동시 실시 ▲평가를 통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유도 ▲국가교육회의 논의 통해 고교 체제 개편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의 동시 선발,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대한 판결에 동시 선발은 합헌,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자사고 이중지원 보장은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특혜이며, 자사고를 지원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이번 판결은 특권학교로 변질된 자사고의 특혜를 인정 해주어 고교체제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한걸음 멀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전경원 제공

전교조는 제2의 고교평준화인 특권학교의 폐지를 통한 일반고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 등과 정책협의회를 통해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운동을 전개해 '특목고와 자사고 관련 조항 삭제'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들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이 갖는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며 "다양한 계층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
"함께 사는 법 가르치는 학교로 나아가야"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최종결정했다. (사진) 자사고 지정취소가 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미림여자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를 확정해 오늘 학교에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08.17.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최종결정했다. (사진) 자사고 지정취소가 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미림여자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를 확정해 오늘 학교에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08.17.ⓒ뉴시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 학교의 교육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미림여고의 사례를 들어보기로 했다.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하던 미림여고는 2016년 일반고로 전환됐다. 자사고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등록금 등 수업료로 학교를 운영해,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학교 운영에 타격을 입는다. 미림여고는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일반고를 비롯해 외고와 자사고의 아이들을 가르쳤던 주석훈 선생님은 2016년 3월 1일 자로 미림여고 초빙 교장이 됐다.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었고, 학생 약 100여명이 전출되면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일반고의 전환은 교육의 전환점이 됐다.

주 교장은 일반고 전환 초기, 주변에서 '특별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 교장은 직원회의를 통해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반을 만들고, 독서실에 좋은 자리를 배정하고, 상을 몰아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 교장은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27일 오후 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27일 오후 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민중의소리

미림여고는 학생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주 교장은 학생들의 복장을 단속하는 등교 지도를 없앴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복 바지도 도입했다. 전체조회 사회는 주로 학생이 맡고, 훈화 역시 대부분 학생이 한다. 주 교장은 훈화는 통틀어 1~2번 정도 했다고 말했다.

미림여고는 '오픈북' 방식으로 경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주 교장은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 친구들과 협업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이런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본다"며 "이런 교육이 가능한 수업방법, 평가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교는 시험과 수행평가 등 모든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검증하는 기관인 공정성심의위원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차별방지위원회)를 설치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평가하는 시험의 공간이 아니라, 행복과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꿈터로 변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대학 교수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림여고의 사례처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뜻을 함께 모으면 일반고 내부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다.

주 교장은 학교에서는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사회로 가려면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강자가 약자를 더 배운 자가 더 못 배운 자를 품을 수 있는 리더십을 키워줘야 한다"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협업하고 도와주고 이런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분리주의 교육으로 가면 사회가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분리주의 교육의 생태계는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장의 말처럼, 학교는 분리 또는 경쟁이 아닌 통합과 융화의 장소가 돼야 한다.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계개편을 시행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는 크게 '수월성 교육'과 '자사고 일반고의 성적 수준 차이'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기존의 영재학교나 과학고가 근본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문제는 아니다"며 "선발 시기와 관련해 위탁교육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사고의 경우 "이미 입학할 당시부터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우수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대학진학도 일반고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며 "그것을 단위학교의 교육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절대평가'..."'경쟁'보다 '협력'과 '배려' 가치" 추구
대입제도 개편...대학서열체제 해소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수험장에서 수험생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수험장에서 수험생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교육은 변화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진보한다. 학교는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될 고교학점제로 또다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전공과 선택 과목으로 강의를 나누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방식으로,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전에 해결돼야 하는 선행과제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전환', '교육과정 개정'으로 판단했다. 전 소장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가 선결되지 않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 교육의 질은 평가의 방법과 직결돼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객관식 시험 문제 위주의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배움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주 교장은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이 오지선다형의 시험문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답없는 문제에 대해서 아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상대평가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요구한다"며 "경쟁보다는 협력과 배려의 가치가 작동할 수 있는 '절대평가'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입시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입시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적인 대학서열화와 학벌 차별 등이다. 전교조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한 대학서열체제 해소하고, 대입자격고사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대 통합, 공영형 사립대 양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대입제도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를 최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과도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을 위해,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역량을 쌓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육 전문가'로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법외노조라는 이름 앞에 교육 개혁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권정오 위원장은 "정말 바꾸고 싶다"며 "법외노조라는 모래주머니를 떨쳐내지 않고서는 달릴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20일 오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유 장관은 "교육부 정책은 교육부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없다"며 "전교조 역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다.

올해 30세가 된 전교조는 학교 개혁과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다. 법외노조라는 모레주머니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전교조는 '숨을 쉬는 공간',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해 걸음을 떼고 있다.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자료사진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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