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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쥔 채 불탄 캥거루, 기후위기를 경고하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호주 산불, 기후위기 인식 대전환에 불 댕겨
 
2020.01.20 09:09:34
 
 
 
지구는 지금 지구온난화라는 암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암을 일으킨 발암물질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이다. 그리고 이 온실가스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인간이 대량 사용하면서 나온 것이다. 급격한 인구증가와 산업화가 가져다준 재앙이 바로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생명의 위기다. 종의 위기다. 인간과 동식물의 생존위기다. 지난해 가을부터 지속돼온 호주 산불은 코알라를 비롯한 많은 동식물의 멸종 위기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호주라는 국가에게 치명적 재난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 따른 건조한 날씨를 꼽고 있다. 여기에 호주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산불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철조망 쥔 채 불타 숨진 어린 캥거루, 비통에 빠트려 
 
호주 산불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전하는 외신과 관련 사진을 보면 정말 끔찍하다. 천지가 불바다로 붉게 변한 사진을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화마를 피해 달아나다 철조망 때문에 더는 달아날 곳이 없는 어린 캥거루가 철조망을 손에 부여잡고 선채로 불에 타 죽어 있는 모습은 비록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를 비통에 젖게 만든다. 불이 나면 급히 달아나야 하는데도 느릿느릿 걸어가는 습성의 디엔에이를 지닌 코알라 또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호주 언론은 호주 산불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대산호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Great Barrier Reef)가 죽어 가고 있다. 세계 자연유산 우림(雨林)이 불타고 있다. 거대한 갈색조류(藻類) 숲이 크게 사라지고, 수많은 도시에 물이 떨어지거나 고갈되어 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약 50 억 마리의 토착 동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일부 동식물의 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인간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에 야간 노출될 경우에는 이를 견뎌낸다. 적응력과 면역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생명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정 농도 이상의 유해물질에 계속 노출되면 질병이 나타나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특히 발암물질에 저농도일지라도 꾸준히 노출되면 10~50년이 지나 암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구 또한 마찬가지다. 지구는 살아 있는 유기체나 마찬가지다. 일찍이 40여 년 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유기체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이아(Gaia) 이론을 제창했다. 지구가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서 생명체를 지탱해주는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 것이다. 
 
'생명체' 지구 가이아, 온실가스에 존립 위기  
 
이 이론에 따르면 급격한 종의 멸종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파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는 지구가 더 이상 생명체를 지탱해주는 구실을 할 수 없게끔 만든다. 지구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를 보듬을 수 있으려면 지구를 둘러싼 대기 성분의 조성이 일정 비율로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화석연료 과다 사용은 필연적으로 지구 가이아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아무런 개념 없이 온실가스를 내보내왔다. 그리고 이제 지구온난화, 즉 기후위기라는 위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후위기의 징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에 따른 가뭄으로 인한 흉작과 산불, 폭염, 예측할 수 없는 기록적 폭우와 홍수 등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6대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기후난민과 기아도 더욱 심각한 국제 문제가 되고 있다. 
 
뜨거워지는 한반도, 기상관측으로 증명돼 
 
우리 사회는 호주 산불이나 베네치아 홍수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재난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미 여러 이상 징후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최근 사흘간 계속된 기록적인 겨울비, 실종된 겨울 추위, 잦은 폭염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는 역사상 두 번째로 뜨거웠다. 전 세계 평균기온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 평균기온이 지난해 섭씨 13.5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1.0도 높은 수치이자 2016년 13.6도에 이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기후위기가 이처럼 현실로 다가오자 세계는 두 유형으로 나뉘었다. 탈석탄을 외치는 기업·국가와 여전히 머뭇거리며 석탄화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국가로 말이다. 기업들 가운데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겠다는 이른바 'RE100(Renewable Energy)' 기업은 현재 애플, 구글, 지엠 등 200개 가까이 된다. 여기에 한국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우리 기업 가운데도 RE100을 선언하는 곳이 조만간 나오겠지만 너무나 굼뜨다. 선도는커녕 '얼리 어답터' 기업도 없다. 
 
기후위기에 선도적인 자세와 행동을 보이는 기업과 국가는 앞에서 언급한 세계적 명성을 지닌 기업들과 서구유럽 국가들이다. 최근 굴리는 돈만 8천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가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 조만간 기후위기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돼 기업의 존폐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유럽연합도 지난 15일 기후변화 대응기금으로 1300조 원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유럽과 세계적 기업과는 반대 모습
 
이런 세계적인 선진 흐름과 정반대의 모습을 국내 기업·금융기관들은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들이 인도네시아에 사업성이 나쁜 것으로 평가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의 문제로 국내에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이 어려운 형편에 놓인 기업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리면서 불거진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전환기에 놓여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이미 계획된 것 외에 더 이상 추가로 짓지 않기로 했다. 대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탈원전·탈석탄을 한다고 해서 조만간 이들 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길게는 60년이 더 지나야 완전한 탈원전·탈석탄이 이루어진다. 
 
전환기에는 당장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이는 기업과 종사자들이 반발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정치가 보태질 경우 사회적 논란이 커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4월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 폐기를 내세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계속해서 원전 건설을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세계 선진적 흐름과는 다른 잘못된 방향이다.  
 
탈원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어떤 것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느냐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경제성도 있지만 생명, 즉 안전의 문제도 있다. 기후위기는 안보의 문제이자 안전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최근 기후위기에 비상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왜 내기 시작했는지, 가수 폴킴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시민운동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1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난해 말 기부했는지를 곱씹으며 성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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