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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남북관계를 뚫기엔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

막힌 남북관계를 뚫기엔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

 

백남주 | 기사입력 2020/02/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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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재단에서 월간 '민족과 통일' 2월호가 발간됐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막힌 남북관계를 뚫기엔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

 

새해 들어 남북관계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새해 메시지(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에 남북관계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던 데다, 문재인 정부 나름의 남북관계 개선 방향을 밝히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7일 신년사와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구상을 밝혔다. 그 핵심은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력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임을 피력했다. 금강산 개별 관광,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한 공동 등재, 도쿄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추진 스포츠 교류 등이 거론됐다. 

북미대화만 쳐다보던 이전의 입장에 비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 

 

하지만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한미군사훈련과 한반도 내 무기반입 등을 지목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는 이와 관련한 대북메시지가 없었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 검토’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50조1527억 원으로 확정됐다. 최초로 50조 원이 넘었다. 올해 국방예산에는 ‘F35-A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어 올해에도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반도로 들어오게 될 예정이다. 설령 남북 간 관광과 스포츠교류가 이뤄진다 해도 군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벤트성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의 틀 안에 남북협력 사업들을 고민하다 보니 구체적 실행방안들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1월 7일 논평을 통해 “공단 재개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고대했던 우리에게는 너무 막연한 것이기에 크게 실망스럽다”고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평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처에 상응한 제재완화’를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북한의 ‘선 비핵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편승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의 신년구상을 보면 정부가 지향하는 남북관계 발전 방향은 통일이 아닌 것으로 보여 진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통일’이라는 단어는 1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도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언급하는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통일보다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정부가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북미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남북관계의 독자적인 발전이 미국의 압박에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사업에 제동을 걸어왔고 문재인 정부도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문 대통령이 밝힌 남북교류사업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를 미 국무부도 두둔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은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겉으로는 건건이 승인을 하진 않더라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선을 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설훈 의원이 해리스 대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미국의 압박을 넘어서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가 군대를 보낼 아무런 이유가 없는 호르무즈해협에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파병을 결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최대 협력 필요’를 제기하고선 곧바로 “그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미국도 동의를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미국과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는 대북사업이 추진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해리스 대사의 행태에 비춰보면 최근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에 미국이 동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월 16일 ‘남북이 북미보다 먼저 나갈 수도 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하며, 우리는 모든 나라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통일뉴스, 2020년 1월 17일 보도).

 

결국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한계가 뚜렷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부정적 메시지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북한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해외를 경유하는 북한 개별관광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북한에서 비자(혹은 개별 관광사증)를 발급해 주지 않으면 북한 관광은 이뤄질 수 없다. 

 

SBS가 북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 남한 사람들의 북측 관광에 대해 문의한 결과 “북측은 남측 주민들에게 방북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아직 북측 개별관광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제안이 북측에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해외를 경유한 북측 관광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북한에서 지금껏 나온 메시지들은 아직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고 있진 않지만 부정적이다. 

 

조선중앙통신 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생일축하 편지를 남측이 전달하려 한 것에 대해 “저들(남측)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 “남조선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통일뉴스, 2020년 1월 11일 보도). 

 

북한 매체 ‘메아리’는 1월 7일 「실패한 ‘대북정책’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요즘 남조선당국이 너덜너덜해진 저들의 ‘대북정책’을 광고하기에 여념이 없다”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신년사 등을 언급했다(자주시보, 2020년 1월 8일 보도). 

나아가 ‘메아리’는 1월 1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검토 발언에 대해 “명백히 하건대 남조선군부에는 합동군사연습을 놓고 무엇을 결정할 만한 아무러한 권한도 없다”며 “미국의 51번째 주로서의 한국의 지위와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고 비난했다(자주시보, 2020년 1월 13일 보도).

 

남북 관계에서 정공법이 필요한 시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1월 13일(현지 시각) 열린 좌담회 자리에서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기간까지 한반도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 고조와 적대행위들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국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개인 자격으로 “미국은 더 유연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나는 언제까지 문 대통령이 그렇게 (미국과 계속 협력하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국의 입장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적어도 이 정도의 목소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야하지 않을까. 

 

미국이 용인해 줄만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북제재의 빈틈을 찾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대북행보가 필요한 때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에게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하고, 대북제재의 틈을 벌이려는 노력을 할 때 남북관계의 개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분단적폐 세력들을 대상으로 정공법을 펼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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