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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 정당’ 제안으로 술렁이는 민주당-진보정당-시민사회

민주당은 검토, 정의당은 반대...‘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진보정당’ 전략투표 주장도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3-01 19:54:06
수정 2020-03-01 21: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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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진보진영의 ‘선거연합 비례정당’ 창당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1일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민중당, 그리고 원외정당인 녹색당, 미래당이 제안을 받은 상태다.  

이들은 정치개혁에 동의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모은 ‘선거연합 비례정당’을 별도로 창당해 총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연합 비례정당’에 ‘파견’됐다가 당선된 비례대표들을 각 정당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된다는 것이다.  

‘선거연합 정당’이란 각각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정당들이 선거 시기에 연합하고 선거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정책적으로 협력하는 형태로, 선거 이후 사실상 본체 정당에 ‘흡수’되는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는 다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의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논란 속에서도 결국 창당해 진보진영이 중심인 군소정당의 몫 비례의석까지 가로챌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 섰던 하승수 변호사는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준연동형 30석 중 21석을 미래한국당이 가져갈 수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미래한국당이 40%도 안 되는 득표율로도 준연동형 30석 중에 70%인 21석을 차지하게 된다. 전체 47석의 비례의석중에서 60%에 가까운 28석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받은 표만큼 의석을 가져가도록) 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해 개혁했는데 오히려 미래한국당 꼼수로 비례성이 더 깨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될 경우 미래통합당이 총선 후 미래한국당과 합당하게 되면 원내 제1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민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안에서는 미래한국당처럼 민주당의 비례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논의가 비공식적인 여러 테이블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강한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했던 민주당이 이를 역행하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에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도 공식적으로는 ‘위성정당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시민사회에서 제안된 ‘선거연합 비례정당’의 경우 민주당이 직접 위성정당을 만드는 부담도 덜 수 있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중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미래한국당에 맞설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당초 비례대표 확보 가능 의석이라고 여긴 ‘병립형 6석+연동형 α’를 제외하고는 군소정당들에 몫을 모두 돌리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 대변인은 “아직 논의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개혁을 무력화시키는 '비례용 정당'에 대한 정의당의 대책과 입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제안 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3.01.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개혁을 무력화시키는 '비례용 정당'에 대한 정의당의 대책과 입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제안 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3.01.ⓒ뉴시스

민생당·민중당 “논의해보겠다” 
정의당 “비례민주당도, 선거연합 비례정당도 반대”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했던 또 다른 정당들이 모두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당원을 비롯한 지지층의 동의를 완전히 얻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신설합당인 민생당은 일단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인데, 내부에선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다당제 합의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지·찬성하는 세력들이 개혁국회를 만들기 위해 연합비례정당 창당 등의 모든 방안을 ‘4+1’연대의 정신으로 적극 추진하자”며 동조했다.  

원내 진보정당인 민중당은 “내일 논의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창현 대변인은 “현재로선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의당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미래한국당뿐만 아니라 비례민주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뒤, ‘선거연합 비례정당도 반대하냐’는 질문에 “이것은 선택지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비례민주당이든 비례연합정당이든 모두 ‘꼼수 정당’이고, 또 창당하는 과정에서 ‘의원 꿔주기’ 등 꼼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진보세력 간의 균열과 중도층의 이탈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꼼수에 꼼수’로 대응할 경우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했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심 대표는 또 “(민주당과 함께 ‘선거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의 대표성이 강화돼서 결국은 진영 간의 대결로 고착화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권 심판론의 영향력이 확대돼서 당연히 중도세력을 보수 쪽으로 밀어내는 효과가 나올 것이고, 진보개혁세력의 의석수는 최소화 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12월 27일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서 선거법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작년 12월 27일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서 선거법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진보정당” 주장도 봇물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에 맞게 비례대표 의석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거연합 비례정당’도 결국은 민주당이 군소정당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의석(α)까지 챙겨가는 위성정당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거제도 개혁을 역행하는 보수진영에 맞서는 이들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전략으로도 꼽힌다.  

서울교육감을 지낸 헌법학자인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대표는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기하고 비례의석은 진보정당들에게 전적으로 양보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진보정당들은 여야 격전지인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최대화하는 데 협력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 ‘선거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수 있는데, 거기서도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의석을 챙겨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동시에 정치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대표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개정 선거법상 연동형 비례의석을 가질 수 없다. 금단의 열매”라며 “이게 위성정당이냐, 또는 탈법행위냐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군소정당 몫인 연동형 비례의석을 1석이라도 가져가면 탈법행위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탈법행위를 하지 않으려면 (최대 병립형 비례의석인) 6석을 가지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진보정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은 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시민사회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비례민주당 창당론’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제기한 ‘선거연합 비례정당론’ 모두를 비판하면서 지역구 선거와 정당 투표의 ‘전략적 분할투표’를 제안했다. 

백 교수는 “(선거연합 비례정당은) ‘꼼수 정당’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물리적으로) 현실성이 별로 없는 제안”이라며 “냉정을 되찾아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과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우호세력의 약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비례꼼수 전략에 매달리는 대신, 촛불개혁을 완수할 진보개혁의 승리 전략을 마련하고 바람직한 협력정치 구상에 매진하기를 당부드린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심 대표는 “어떻게든 미래한국당의 의석수 줄이고 큰 틀에서 진보개혁 의석수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유권자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진보개혁 유권자의 뜻에 따라서 선거 전략을 운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물리적 시간의 한계도 있는 만큼 앞으로 일주일이 선거연합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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