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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록 공개 배후에 대한 정황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6/27 14:08
  • 수정일
    2013/06/27 14: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남북 대화록 공개 배후에 대한 정황들
 
‘역풍’ 거셀 듯, 청와대 배후 맞다면 박 대통령 책임져야
 
육근성 | 2013-06-27 09:26: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 된 이후 파장이 만만찮다. 누가 공개를 결정했는지 그 배후에 대한 의혹 또한 증폭되고 있다. 배후가 어디일까? 누가 공개하라고 지시한 걸까?

 

정작 누구의 소행? 가능성은 세 가지인데

 

가능성은 세 가지다. ①국정원장 단독행동이거나 ②국정원과 새누리당, 청와대의 공조에 의한 것일 수 있으며 ③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단독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세 가지 중 가장 가능성이 낮은 건 첫 번째 가정이다. 대화록 공개 등 중대 사안을 대통령의 재가 없이 국정원장이 단독 결정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제17조)은 국정원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제17조 (국가정보원)

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

 

두 번째 가정은 어떨까. 세 기관 가운데 청와대의 위상이 가장 높아 청와대가 최종 결정권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세 번째 가정이다. 이래서 청와대 배후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록 공개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예 이번 사건의 배후가 청와대라는 점을 전제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 정황들을 살펴보자.

<동아일보> ‘청와대가 공개 결정’ ‘청와대가 공개 힘 실어줘’

 

동아일보는 26일자 5면 <박 대통령 “NLL은 피로 지킨 곳...10.4선언 이행 철회하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청와대 지시에 의해 대화록이 공개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기사 내용 가운데 주요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록 공개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우리가 자신감이 없었다면공개했겠느냐’라고 말했다.”

 

 

 

 

 

 

 

“회의록 공개가 박 대통령의 ‘세번째 승부수’라는 말도 나온다... 당장 북한의 반발을 사더라도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저자세 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첫번째 승부수는 ‘개성공단 철수’, 두 번째 승부수는 ‘남북회담 대표의 격 문제 제기’를 말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회의록을 국민께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정원과) 같았다...국군통수권자(노 전 대통령을 지칭)가 북한 정상에게 NLL에 대해 그런 발언(포기)을 한 것을 동의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회의록 공개에 힘을 실어 준 것.”

“청와대 내에서는 회의록 공개에 신중론을 펴는 참모들이 더 많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게 아니라 국민에게 정확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화록 전문 공개를 지시했거나 승인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사실 확인을 위해 이 기사를 쓴 동아일보 동정민 기자와 통화를 했다. “청와대 개입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냐”고 묻자 기자는 “기사에 나온 그대로를 보면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공개의 최종 배후라는 얘기다.

 

대화록 사전 유출, 대선 때 선거에 이용된 의혹

 

지난 대선 직전 대화록이 불법 유출돼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전략적 카드’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어제(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입수해서 읽어 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새누리당 인사가 확인해 준 것이라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다.

 

대화록 내용 일부가 그대로 인용돼 선거유세에 사용됐다는 증거도 있다. 대선 5일 전 부산유세에서 김무성 의원이 연단에 오른다. 그의 연설에는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 내용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일치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가 한 유세 연설의 한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앞에서 '북핵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 남측에서 군부가 뭘 자꾸 안하려고 해서 이번에 군부가 개편돼 평화 협력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NLL 문제는 국제법적 증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이다. 나도 오늘날 (미국이)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2012.12.14 부산 유세)

 

자신의 말로 연설을 한 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낭독한 것처럼 들린다. 어쩜 대화록과 내용이 꼭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유세가 있을 즈음 서울에서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으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대화록을) 우리가 까고” 권영세를 고리로 한 의혹들

 

‘김용판-박원동’ 라인을 통해 댓글사건 축소수사와 허위 수사결과 발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와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이 제기 됐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권 대사가 지인들과 대화한 내용”이라며 권 대사 음성이 담긴 파일과 이를 풀어낸 자막을 공개했다. 파일 입수 경위는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NLL 가지고 해야 하는데...대화록 있지 않습니까... 구하는 건 문제 아닌데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고, 보안이고 뭐고 깔 때 아니면 못 까지...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는 권 대사의 말이 등장한다.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대선 비상전략으로 활용하려 했거나 활용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 “집권하면 까고”라는 표현으로 미뤄볼 때 이번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만행은 이미 예정돼 있던 것으로, 권 대사의 위치나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감안한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충분한 교감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 문외한인 그를 주중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보낸 이유가 뭘까?

 

박 의원은 녹음파일이 더 있다며 미공개 파일은 3개 단락으로 된 긴 문장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대화 중에 한 얘기가 아닐 수 있다. 원고를 앞에 두고 읽어 내려간 것 아닐까. 그 원고가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의 일부란 말인가. 대화록이 이미 MB정권 때 불법 유출돼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역풍’ 거셀 듯, 청와대 배후 맞다면 박 대통령 책임져야

 

대화록 공개로 역풍이 불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청와대·외교부·통일부 담당 출입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대화록 공개는 부적절한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절하다’라고 답한 경우는 10%에 그쳤다.

<출처: 미디어오늘>

이번 대화록 공개와 관련이 있는 부처 출입기자들이라면 공개 이후 파장에 대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여론의 향배를 추적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미 상당한 ‘역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차례에 걸쳐 ‘NLL 대화록 공개’를 주장하고, 또 ‘NLL을 포기하라는 북한의 주장에 참여정부가 동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더니 결국 청와대의 안주인이 되자마자 대화록 공개의 배후를 자처한 것인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건이 된다. 최고권력자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정보기관으로 하여금 불법행위를 하게 만들고, 법을 어겨가며 비밀문건을 일반문서로 둔갑시켰으니 말이다. 맞다면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와야 정상이다.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민주국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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