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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유착' 조중동은 그렇다 쳐도 MBC·한겨레까지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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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장남 기사 삭제·수정 점입가경

재벌 광고주에 쉽게 휘둘리는 언론 민낯 적나라

진보 성향 매체들까지…MBC 기사 복구, 사과문

한겨레는 편집국장 등 보직 줄사퇴, 사장도 사의

대기업 오너에 '입속의 혀'처럼 구는 조중동은?

중앙·동아, 관련 기사 '0'건…조선 홈피엔 제목만

클릭하면 '찾을 수 없습니다' '관리자가 검토 중'

노사 함께 반성하는 매체도…"중대 편집권 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개막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현대차그룹 부스를 둘러본 후 퀄컴 부스로 향하고 있다. 2026.1.7 [공동취재]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아들이 지난 2021년 7월 서울 도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추돌 사고를 냈다는 기사가 근래 무더기로 삭제되거나 수정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재벌 광고주의 입김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관련 기사 ☞ 언론 또…'현대차 회장 장남 만취 운전' 기사 무더기 삭제

정 회장의 장남 정창철 씨가 현대 모빌리티 재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지난해 9월 보도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해군 장교로 입대한 뉴스와 함께 정 씨의 행보도 부각되자 '흑역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현대차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측으로부터 기사 삭제 또는 제목 수정을 해달라는 '민원'을 받고 해당 기사에 손을 댄 언론사가 부지기수인데, 진보 성향이라는 한겨레와 MBC도 예외는 아니었다.

9일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MBC에서 2021년 10월 5일 게재했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에 '음주운전' 벌금 900만 원> 기사가 지난해 9월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현대차 측 홍보담당자가 취재기자에게 전화해 자신의 지병을 얘기하며 '회사에서 잘리게 생겼다'고 호소해서 기자가 데스크와 상의한 뒤 기사를 내렸다는 것이다. MBC는 9일 오후 해당 기사 복구와 동시에 사과문을 첨부해 "이 기사는 2021년 10월 5일 작성된 것으로, 2025년 9월 23일 부적절한 사유로 삭제됐던 사실이 확인돼 재게재한 것"이라며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앞서 한겨레에서는 '현대차 홍보 담당 최고위급 임원'의 연락을 받고 정 회장 장남에 관한 검찰 송치와 벌금형 선고를 다룬 기사 두 건의 제목에서 '정의선' 이름을 빼고 '장남'을 '자녀'로 수정해준 사실이 지난달 28일 밝혀졌다. '주요 광고주'인 현대차의 '광고비 삭감 상황'을 고려한 끝에 편집국장 결정으로 이뤄졌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 및 데스크와의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이 일로 이주현 뉴스룸국장, 김수헌 디지털부국장, 김영희 편집인 겸 미디어본부장, 안재승 광고·사업본부장이 줄줄이 보직 사퇴한 데 이어 최우성 사장(대표이사)도 "당장이라도 물러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며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내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진행 중이다.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각 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 각종 인터넷 매체들은 정 씨의 음주운전 추돌 사건 발생, 경찰 송치, 검찰 수사 및 기소, 법원의 벌금 부과 등 단계별로 상당량의 기사를 앞다퉈 낸 바 있다. 뉴스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차 측의 요청에 따라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한 언론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언론노조 소속 지부·본부를 통해 확인한 곳만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CBS, MBC, SBS, YTN 등 최소 11곳이다.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있거나 언론노조 지부가 없는 매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의선 장남(아들) 음주운전' 기사 검색 결과

동아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의선 장남(아들) 음주운전' 기사 검색 결과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의선 장남(아들) 음주운전' 기사를 검색할 경우 목록은 나오지만 실제 기사를 클릭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등의 문구만 나올 뿐 기사 본문은 읽을 수 없다.

유력 광고주들과 가장 끈끈한 유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에게 입속의 혀처럼 굴곤 하는 보수족벌 언론의 대명사 '조중동'은 어떨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9일 이들 신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의선 장남(아들) 음주운전'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0'건으로 나왔다. 처음부터 기사를 아예 안 썼는지, 부탁을 받고 나중에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 '만취 음주운전'으로 추돌사고> <현대차 정의선 장남 음주추돌사고, 혈중 알코올 농도 0.164 면허취소 수준> <아빠 차 GV80으로 음주운전 사고, 정의선 아들은 누구?> <'음주운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 벌금 900만원> 등 4건의 기사 목록이 검색되긴 하지만, 실제 기사를 클릭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등의 문구만 나올 뿐 기사 본문은 읽을 수 없다. 역시 사후 삭제가 의심된다.

다른 언론사들은 그래도 이번 사태가 공론화한 이후 해당 기사 원상복구 조치와 함께 독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하는 데 반해 조중동은 일언반구도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 적폐의 원조임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가령 민영통신사 뉴시스는 내부 조사를 통해 편집국장이 직접 편집부에 요청해 관련 기사 4건 중 3건을 삭제하고 나머지 1건은 '현대차'를 'A그룹'으로, '정의선 회장'을 'B회장'으로 수정한 사실을 파악한 뒤 노사가 '공정보도 편집위원회 공동보고서'를 채택해 "정의선 회장 장남 음주운전 기사 삭제 사태를 자본 권력에 의한 중대한 편집권 침해 사례로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7일 <자본에 휘둘린 언론의 민낯…공정보도 제도 강화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험난한 투쟁으로 얻어낸 언론의 편집권 독립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에 참담한 심정이다. 언론노조 각 지·본부의 문제 제기를 받은 사측 대부분이 사과와 함께 기사를 원래대로 복구했지만 그것으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삭제·수정된 기사를 아직도 복원하지 않은 언론사가 있다. 모든 언론사가 기사를 원래 승인됐던 대로 복구할 것을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로 언론사 내부 공정보도 제도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기사 무단 삭제·수정 경위를 파악하고 회사의 사과를 이끌어 낸 것은 편성위원회, 공정보도위원회 등 내부의 견제 장치였다. 언론의 독립을 지키는 주체는 경영진도 간부도 아닌 바로 현장의 언론 노동자"라며 "안 그래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기사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편집권 독립을 지키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공정보도 제도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 개정 방송법이 정한 편성위원회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 신문법의 편집권 독립 조항 복원, 노사 동수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 의무화 등 갖춰야 할 제도는 여전히 많다. 언론노조는 외압에 맞서 언론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견제 장치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싸울 것"이라며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언론사의 노조 또는 기자협회에 요청한다. 언론노조 지부가 없는 언론사 가운데에도 이번 기사 삭제·수정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이 있다. 기사 복원을 위해 싸워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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