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의원들의 이른바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을 허용했다. 다만 당론으로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2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 탄핵 대상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보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동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함께 거론됐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제외하기로 했다. 두 판사 모두 오는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29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범여 111명 법관 탄핵 촉구…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선긋기)은 “법관 탄핵에 소극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법관 탄핵 추진을 허용한 것은 당 안팎의 거센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다만 당론 불가 결정을 내린 배경은 “향후 민생 입법 추진의 부담과 정치적 역풍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경향신문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피로감이 생긴 사법 이슈가 재부상하면 2월 임시국회 주요 과제인 ‘방역·민생·경제’ 입법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여권에 부정적인 판결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부 때리기’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현재 법관 탄핵 추진 제안서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무소속 등 111명이 동의해 발의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민주당 등에서 40여명이 추가로 합류하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서울신문(174석 슈퍼여당 파워 첫 법관 탄핵 가시권)은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탄핵에 동의하는 기류여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법관탄핵이 이뤄지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서울신문은 “역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적은 없다. 12대 국회가 1985년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를 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의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됐다”고 전했다.
대부분 신문이 이번 법관탄핵 취지 등을 건조하게 전한 데 반해 일부 신문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각각 1면에 “일반 판사 탄핵 與 초유의 시도”, “與, 법관 탄핵 추진…‘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나서자 법조계에서는 ‘착잡하고,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며 일부 판사들의 의견을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미 법원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끝내 판사 탄핵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임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KBS 수신료 1340원 인상 추진…조선·중앙 ‘결사반대’
한편 이날 신문들 가운데 조선·중앙일보는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사설을 내어 비판했다. KBS는 27일 정기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했다. 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고 EBS 수신료 배분율을 현행 3%에서 5%로 늘리는 방안이다. KBS 수신료는 지난 1981년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방만경영·공정성 논란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은 “KBS는 2019년 759억원, 2018년 5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라는 급변해 온 방송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며 “KBS는 광고수입 감소를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혁하려는 자구노력이 미흡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KBS의 또 다른 중대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홍보기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이란 비판마저 받았다. KBS의 친여 성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단히 지적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사설(정권 나팔수 KBS, 방만 경영하며 국민에 ‘수신료 더 내라’니)은 “공영 방송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정권의 노골적인 응원단 노릇을 해온 편파 방송이 국민을 향해 ‘돈을 더 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신료는 인상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KBS가 정권 나팔수로 나선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이른바 조국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보도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직원 4700명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2급 이상 고위직 비율도 56%나 된다. 놀면서 월급 받는 직원이 얼마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는 내부 고발이 있다. 정권 나팔수 역할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런 비효율을 모두 걷어낸 다음에 수신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MBC, 한겨레 등에 대해서도 화살을 쏘았다. 먼저 또 다른 사설(온통 거짓 조작인 ‘채널A 사건’, 정권·사기꾼·어용방송 엄벌해야)에서는 KBS와 MBC를 “어용방송”이라 칭했다. 일부 검사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다. 4면(한겨레 오보, 秋라인 검사가 준 이용구 자료 보고 썼다)에선 최근 한겨레가 이용구 차관 음주폭행 의혹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두고 ‘법무부 대변인실이 준 자료를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모 부장이 해당 자료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한겨레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일부 언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법무부 입장을 전하면서 “해당 부장이 자료를 준 것까진 부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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