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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용성 공방, 1차 접종 앞두고 끝날까

영국 보건당국·에든버러대, 스코틀랜드 시민 1차 접종 효과 발표...“AZ, 최대 94% 입원 위험 감소”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2-24 17:23:17
수정 2021-02-24 17: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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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뉴시스
 
 “문재인 정부를 융단 폭격한다. (…)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서 고령층 접종 금지를 권고했다. 스위스는 아예 모든 연령층에서 접종 승인을 보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까지 나온 백신 중 평가가 가장 좋지 않다. 물백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한 극우 성향의 유튜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올린 영상의 한 대목이다. 이달 6일 ‘식약처, 文정부에 반기? 물백신을 노인에게 접종하다니...’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영상의 조회수는 금세 27만 건을 훌쩍 넘었다. 1천 건이 넘는 댓글에서도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와 정부에 대한 욕설이 난무한다.

여기에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불안·불신을 극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서 기피하는 상황이 되고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먼저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효능·안전성을 믿지 못하겠으니 “대통령부터 접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백신 불신을 부추겼고, 이에 대한 반박이 나오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다수의 언론은 이 같은 공방을 집중 보도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집단면역 형성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공방이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효과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쟁점화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와 관련한 중요한 근거 자료가 발표됐다. 영국 보건당국과 에든버러대학이 스코틀랜드 시민 중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을 1회 접종한 이들을 대상으로 백신 효능을 조사한 결과다.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는 다른 백신보다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실제로 주를 이루었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이루어진 조사결과는 이전의 평가와 달랐다.

 
SSRN에 공개된 논문 본문
SSRN에 공개된 논문 본문ⓒ기타

4주후…AZ 94%, 화이자 85% 효과
두 백신, 80세 이상 노인 81% 효과
“스코틀랜드 접종자 연구서 확인돼”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랜싯’의 온라인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SSRN에는 ‘스코틀랜드 입원 위험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 효과:540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가 미래 코호트 연구’(Effectiveness of First Dose of COVID-19 Vaccines Against Hospital Admissions in Scotland:National Prospective Cohort Study of 5.4 Million People)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 연구 결과가 의미 있는 지점은 실제 접종단계에서 확인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540만 명의 스코틀랜드 시민 중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 두 종류의 백신을 1차 접종한 114만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114만명의 1차 접종자 중 65만 명은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49만 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하고 28일~34일이 지난 뒤 입원 위험이 85% 줄었다. 화이자 백신 1회 접종 후 42일이 경과한 뒤에는 입원 위험이 64% 줄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1차 접종하고 28~34일 후 입원 위험이 94% 줄었다. 같은 기간 화이자보다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후 효과에 대해서는 관찰 기간 부족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논란의 핵심이었던 고연령층에 대한 효과도 나왔다. 두 백신 중 하나를 1차 접종한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 뒤 4주 후 입원 위험이 8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세 이상 인구집단은 1회 접종 후 42일이 지난 뒤로도 80%의 효과를 유지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65~79세 백신 1차 접종에 두 백신이 비슷한 비율로 사용됐고, 80세 이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를 공동으로 주도한 에딘버러대학 어셔연구소의 아이즈 셰이크 교수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 연구 결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자료사진.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자료사진.ⓒ뉴시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4일 페이스북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실제 접종 상황에서 확인된 데이터여서 3상 임상연구보다 더 가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나 화이자 백신이나 예방효과, 중증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가 스코틀랜드 접종자 대상 연구에서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 관련 논란을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무의미한 싸움 하지 말고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또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연령층의 효과에 대한 논란에 매우 중요한 근거가 제공됐다”고 짚었다. 또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도 최대 80%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다”라며 “2회 접종 데이터까지 나올 경우 그 효과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1차 접종 결과라는 점을 경계했다.

정 교수는 “두 백신 모두 28~34일에 좋은 효과를 보였지만, 그 뒤로 갈수록 효과가 감소했다”며 “2회 접종이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또 중요한 것은 백신 1회 접종 7~13일 후, 18~64세 인구집단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라며 “백신의 보호 효과는 접종 2주 후부터 나타난다. 더 확실하게는 4주가 필요하다. 접종 후 바로 마스크를 벗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 지켜도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논란에도 전문가들은 답했다.

이날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에 관해 묻는 국민소통단 질문에,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백신이 보여주는 효과와 이상반응 발생률 등은 같진 않지만 일정한 기준을 충족했다면 안전하고 유효한 백신이라며 “다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유효성과 안전성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날 이천물류센터로 이송됐다. 오는 25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전국 보건소,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백신 접종은 오는 26일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천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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