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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삽니까”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졌다

전세사기대책위 “피해자 호소에도 정부·국회 무응답, 지금이라도 피해 구제 적극 나서야”

지난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최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4.18 ⓒ민중의소리


“저는 국민도, 사람도 아닙니까. 너무 억울하고 비참합니다.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고, 저는 어느 나라에서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저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 도와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지난 1일,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 A(38)가 세상을 등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고통과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정부를 향한 울분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로 세상을 떠난 사례는 이번이 8번째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대책위)·전세사기 대구 피해자모임은 7일 A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대책위 활동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전세금 8,400만원에 2019년 입주해 다가구 후순위인데다 소액 임차인에도 해당되지 않아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을 수 없었던 고인은 전세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와 가족들은 지난 2019년 전세금 8,400만원에 대구시의 한 다가구 주택에 입주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뒤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했고,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한 뒤 대책위 활동을 시작하며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근까지도 현행 특별법이 규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일부 요건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닌 지원책이 제한적인 ‘피해자 등’으로 분류되자, 이에 대한 이의 신청도 진행했다. 애석하게도 고인이 숨진 지난 1일 피해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운 대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가장 크게 힘들어하셨던 것은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한들 (현행 특별법은) 전세금을 구제해 주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현행법에는 ‘선구제 후회수’가 전혀 없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은 최소한 (보증금의 대략) 30% 정도는 구제해 주자는 것인데,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대출을 안고 있기 때문에 30%도 부족한 피해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선구제 후회수’ 등 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담긴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준비 중이다. 다만, 정부·여당은 “사적자치 영역의 피해를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직접 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태운 위원장도 “피해자들이 더 이상 죽어 나가지 않도록 진짜 힘든 사람들, 시민들을 살릴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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