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 김씨는 이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씨는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김씨는 "교제 초반에는 이씨가 때려도 신고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김씨가 지난 4월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답변)"고 했다.
112 신고 이력 조치에 따르면 첫 신고는 2019년 7월 29일이었다. 이후 2023년 5월까지 이어진 신고 기록에는 한 달에 많게는 다섯 차례 신고한 적도 있었다. 신고가 멈춘 시기는 이씨가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때였다.
김씨의 신고기록과 의무기록에는 이씨의 폭력 행위가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때렸다. 그 다음에는 맥주병을 들었다. 이씨의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담뱃불로 배를 지졌고, 목을 졸랐다. 부엌칼 옆면으로 머리를 때리다 김씨의 오른팔을 긁은 날도 있었다.
"살려주세요(2022년 6월 11일, 10월 23일)", "와주세요 제발(2023년 5월 6일)" 김씨의 신고 문자에는 이런 문장이 남아 있었다. 그는 전화를 걸어 "남친한테 맞아서 도망 나와 있다", "만나는 사람에게 좀 전에 맞았다", "같이 있던 남자한테 맞았다"고 말했다.
전화를 걸고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2023년 4월 25일, 2023년 5월 8일). 대신 통화를 끊지 않았다. "이씨와의 대화 소리를 듣고", "신고를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경찰이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다시 전화할게요"라며 전화를 끊은 날도 있었다(2022년 7월 10일).
폭력은 후유증을 남겼다. 오른손잡이인 이씨에게 맞아 왼쪽 눈은 안와골절로 시력이 감퇴(외상성 시신경병증)했고, 왼쪽 귀는 청력이 저하됐다.
<오마이뉴스>가 신고 이력(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공), 재판 기록, 병원 의무기록, 사건 증거 기록, 이씨의 전과 기록 등을 종합했다. 그는 2019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최소 31번의 경찰 신고, 2번의 병원 입원으로 피해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폭력의 관계는 끊기지 않았다.
"맞을 거면서 왜 또 갔어요?"
주변 사람들은 김씨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래요. 그렇게 처맞고도 왜 만나냐고(2024년 5월 11일 경찰 진술조서)." 경찰도 비슷했다. "맞을 거면서 이 집을 왜 또 왔냐"고 했다는 게 김씨의 기억이다(2025년 2월 김씨가 변호인 접견 중 한 말).
김씨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이한선 법무법인 와이앤비 대표 변호사는 지난 7월 28일 열린 '31번 신고해도 막지 못하는 교제폭력,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외부에서는 '왜 헤어지지 않냐'고 묻지만, 장기간의 학대는 피해자에게 학습된 무기력과 정서적 종속을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과 화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김씨가 관계를 끊지 못한 것은 피해자의 비합리성이 아닌 학대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씨가 때릴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다. "저를 때릴 때 눈빛이 기억나요. 사람 죽일 거 같은 눈빛이 너무 무서웠어요. 때리면서 '여자니까 맞아야지. 네가 무슨 힘이 있어서 나를 막겠냐. 너는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2025년 2월 김씨가 변호인 접견 중 한 말)."
출소하고 또 찾아온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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