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전 사령관과 같은 수많은 군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군 통수권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2년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도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법정에서 일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법정에서 ‘국민들이 주무시기 전에 방송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밤 10시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일말의 반성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재판부에 엄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오늘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배려해 취침 전 (밤) 10시에 계엄을 선포했고 시간을 신중하게 골랐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심지어 계엄을 여러 번 했다면 더 완벽하게 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아쉬움까지 토로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어떤 궤변으로도 헌정질서를 파괴한 책임을 덮을 수 없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로 국민들의 분노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에 결코 관용이 없다는 사실을 판결로써 분명히 확인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은 12·3 내란이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4월 16일 위증 혐의 사건 1심 공판에서도 “계엄 선포가 너무 늦어지면 국회 해제 요구안도 늦어지고 국민들 주무시기 전 이걸 알 수 없기에 계엄 선포를 빨리하고 다시 올라올 테니 (국무위원들에게) 여기 대기하고 있어라고 해서 국무위원들이 대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 건의를 하기 전부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을 선포할 계획이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던 윤 전 대통령은 1심에 이어 지난 16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래는 한겨레신문 8월 3일자 <한겨레 프리즘>에 실린 이유진 오픈데스크 팀장의 글이다.
“피고인 곽종근입니다. 먼저, 국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달 24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군 고위 장성들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석에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해온 그도 사법적 단죄의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었다.
이날 징역 20년이 구형된 곽 전 사령관은 6분가량의 최후진술 대부분을 국민과 부하들에게 사죄하는 데 썼다. 혐의를 부인하며 “너무너무 억울하다”던 앞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과는 달랐다.
진술 초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때 재판부 쪽을 바라보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 할 이들은 재판정 밖의 국민이라는 점을 아는 듯해서다. ‘비상계엄’ 앞에는 꼬박꼬박 ‘위헌·위법한’이라는 말을 붙였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원의 잇따른 판결을 존중하려는 태도로 이해했다.
계엄 당시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도 시민의 공으로 돌렸다. “국회에 먼저 도착해서 온몸으로 저항하시는 시민분들을 보면서, (그 모습이)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부대원들의 양심을 일깨우기 시작했다”는 것.
곽 전 사령관의 최후진술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간 내란 재판 피고인 대부분이 최후진술 기회를 혐의 부인, 특검 비난에 썼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당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사형을 구형하자, 특검을 ‘이리 떼’로 비난하고 공소장은 ‘망상과 소설’이라고 강변한 윤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음에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후진술을 ‘윤 어게인’을 부르짖는 자리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 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의 직속 부하로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관에 침투한 혐의를 받는 김현태 전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장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1월 국방부에서 파면된 뒤부터 계엄을 옹호해온 그답다. 유튜브 생방송에서는 “오늘 법정 가서 윤 어게인을 한번 크게 외치고 나올까”라더니 차마 그것까진 못 한 모양이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에게 징역 18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이 “현장에서 직접 무력 폭동을 주도하고서도 일말의 자성도 없이, 사법기관과 동료를 비난하며 민주주의를 조롱한다”며 선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형이 구형됐지만 김 전 단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후진술 전문과 영상을 올리곤 ‘윤 어게인’ 결집의 불씨로 쓰고 있다. “본인의 감형보다 윤석열 대통령님을 생각한 김현태 단장님 존경합니다”, “유일하게 재판정에서 윤석열이 옳았다고 외쳐주신 분” 같은 댓글을 보니 그의 노림수가 통하긴 통한 것 같다.
이쯤에서 궁금해졌다. 김 전 단장은 한때 상관이었던 곽 전 사령관의 최후진술을 찾아 들었을까. 곽 전 사령관이 최후진술에서 남긴 당부를 김 전 단장도 꼭 들었으면 해서다. 곽 전 사령관은 “저를 포함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특히 최고 책임자였던 사람들이 개인의 양심과 역사,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1심 선고를 기다리면서 생각해본다. 죗값에 걸맞은 선고만큼 국민들이 바라 마지않는 건 내란 가담자들의 진정한 반성이 아닐까.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아빠”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곽 전 사령관의 당부가 그들의 양심에 닿기를, 어려운 줄 알면서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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