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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구요?] 22대 기후국회를 위한 10대 ‘자원’

기후유권자가 기후시민으로 ‘정치’하는 법

 

필자주

한국사회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22대 총선은 어떤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을까? 정권심판론이 우세했던 선거에서 그나마 ‘기후정치’는 의제로 떠올랐다. 기후유권자 운동을 중심으로 기후총선의 성과와 과제, 기후유권자 운동의 전망을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기후총선을 위한 시민들의 모든 활동은 22대 기후국회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① 22대 총선 ‘기후유권자’의 등장

지난 1월 22일,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결성한 은 ‘2024 기후총선 집담회’에서 기후유권자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시민 17,000명(17개 광역별 1,000명씩 조사)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분석을 토대로 “기후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의제에 투표를 고려하는 유권자가 33.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전라남도가 38.1%로 기후유권자 비중이 제일 높았고, 서울 36.3%, 대전 34.3% 순이었다.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기후정치바람’의 주최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정책과 표심’ 집담회가 열렸다. ⓒ기후정치바람


② ‘기후위기 당사자’를 찾아 나선 언론

언론은 당장 기후유권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MBC뉴스는 기후유권자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2022년 서울 동작구의 침수 피해 상인과 전라남도 곡성과 화순의 농부를 찾아 인터뷰했다. 한겨레신문은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어부와 영흥화력발전소 노동자를 찾아갔다. 경향신문은 공동기획으로 기후정치 대담을 이어갔고,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에서도 기후유권자 현상을 다뤘다. 지역 기독교방송 기후유권자 분석 결과를 인터뷰했으며, 대구경북의 뉴스민은 [기후로운 투표생활]을 시리즈로 다뤘다. 인천 지역의 한 기자는 전국 조사결과만이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보도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③ 2024년을 ‘기후정치’ 원년으로!

시민사회의 기후정치 대응도 폭넓게 펼쳐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정치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1.5%의 기후시민을 조직하는 운동을 펼쳤고, 선거기간 316 에너지전환대회, 기후시민열린마당을 개최했다. 기후정치시민물결은 ‘기후정치 원년 시민 선언’을 시작으로 기후총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했다. [2024 기후총선프로젝트]는 12대 기후에너지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정당과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시민사회의 기후정치 활동 ⓒ필자 제공


기후유권자들은 “기후위기에 투표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 곳곳에서 워크숍, 토론회, 선언대회를 열고, 표를 조직했다. 경기도 포천, 서울의 동작구와 성북구, 경상남도 남해군 같이 기초지자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벌어졌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기후의제가 지역 선거의제로 등장했고, 동작구는 후보자 초청 사전 간담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후공약을 약속했다. 성북구는 출마한 후보 다섯 명 중 네 명이 공보물에 기후공약을 명시하고, 기후보좌관 채용을 약속하는 성과를 얻었다.

④ 원내 모든 정당 ‘기후위기 대응’을 10대 공약으로 발표
 

2024년 총선에서 기후의제의 위상은 정당 공약에서 드러났다. 모든 원내 정당이 기후공약을 10대 공약으로 발표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두차례에 걸쳐 기후공약과 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기후공약을 산업과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접근했고, CF100과 RE100을 두고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녹색정의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의제로 제시하면서, 공항 건설과 원전 대신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에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공식선거 운동기간에는 기후에 관한 관심이 줄었고, 정당이 내세운 기후공약의 장단점과 차이에 대한 깊은 토론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의제는 딱 밥상위에 밥과 반찬을 차린 상태였다. 맛은 어떤지, 먹으면 독이 되는지 힘이 되는지 구분하는 데까지 가지는 못했다.

 

6개 정당 주요 공약 중 기후공약 순위 및 구호 ⓒ단비뉴스 전나경기자

⑤ 지역구 후보자 기후공약 전수조사 – 기후유권자가 투표할 기후 후보는?

기후정치바람 등 국내 16개 단체가 선거공보를 기준으로 전국 254개 선거구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696명의 기후공약을 전수 조사했다.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168명으로 24.1%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대비 비율로 보면, 제주 42.8%, 경남 40.5%, 인천 38.5%, 충남 35.5%, 광주 31.8% 순으로 높았다. 정당을 기준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의 비율은 녹색정의당(100%) 진보당(48%), 더불어민주당(39%), 국민의 힘(15%), 새로운미래(14%) 순이었다.

기후유권자는 준비되었는데, 기후 후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기후공약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개발 공약이었다. 후보 181명이 철도/도로 지하화, 342명이 주차장 확대, 196명이 그린벨트/상수원/고밀도 개발 등의 규제 완화 공약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공약이 지역 현안에 치중되어 있어서 공보물만 보면 지자체장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후정치바람이 당선자들의 기후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254명 중 64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53명(33%),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10명(11%), 진보당 1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하였다. 국민의힘은 당차원에서 기후공약을 10대 정책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당선자의 기후공약 제시 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경상북도는 기후 위기 공약을 제시한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⑥ 기후 위기를 다룰 22대 국회의원은 누구?

21대 국회에서 기후 의제를 다뤘던 의원 중에서 이번에 당선된 의원은 이소영(의왕시과천시), 우원식(노원구갑), 김성환(노원구을), 김영배(성북구갑), 이해식(강동구), 민형배(광산구을), 어기구(당진시), 김용민(남양주시병), 김정호(김해시을), 위성곤(서귀포시), 이수진(성남을) 의원이 있다. 이소영 의원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 공공기관·건물·철도 RE100,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법 제정, 기후재난 시스템 전반 재설계를 약속했다. 우원식 의원은 탄소세법과 재생에너지 배당형 기본소득을, 김용민 의원은 기후위기 헌법 명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기구 의원은 석탄화력발전 폐쇄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소형핵발전소(SMR) 원천 봉쇄, 탄소중립도시 선정 추진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목할 만한 기후공약을 낸 박주민(은평구갑)의원은 한국형 IRA법, 탄소세 도입, 기후환경에너지종합센터를 공약했으며, 이인영(구로구갑)의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개발 재건축 선도를 위해 도시정비법, 도시재생법 관련 법을 제·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한규(제주을)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로 도내 전력수요 충족과 분산 에너지 특구 지정을 약속하였다. 국민의 힘 최형두(마산합포구) 2040 넷제로시티 달성 특구 지정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22대 국회에 새로 입성해 기후의정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인 박지혜(의정부시갑), 기후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정헌(광진구갑), 그린뉴딜3.0 정책 추진을 위한 국회 포럼 구성과 활동, 산업단지 RE100 지원을 공약한 박정현(대덕구), 수원 당수2지구 제로에너지도시 추진 등을 제시한 백혜련(수원시을), 재생에너지청 신설 및 유치를 약속한 허성무(창원시성산구) 당선자가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동작을) 당선자가 극한 호우 등 기후변화형 재난에 대한 안전 강화와 친환경 마을버스 확대 도입을, 김용태(포천시가평군) 당선자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신성범(산청함양거창합천) 당선자가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확장을 약속했다. 진보당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자는 교통기본법 입법, 주민과 숙의 과정을 거쳐 해상풍력 발전 추진,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추진 공약을 제시했다. 비례당선자를 살펴보면 조국혁신당의 서왕진 당선자도 기후전문가이며,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당선자도 농촌현실을 대변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이다.

⑦ 기후총선이었나? 녹색정의당 원내진입 실패

기후의제가 총선에서 주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내건 녹색정의당은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보다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를 평가하는 선거였다. 정권심판론이 그랬고 녹색정의당 역시 기후공약 이전에 정치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 의제를 유일하게 내건 정당은 녹색당이었지만, 이제 모든 정당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상황이다 보니 정책집행 능력도 같이 살피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2022년 실시한 유권자 분석 결과를 보면 친환경·신성장 그룹이 전체 유권자의 20%로 나온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지한다. 한국사회에서 녹색도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깊이 인식하고, 무엇이 이 위기를 만드는지, 그래서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연합한 녹색정의당이 22대 국회에서 역할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후정치 차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녹색정의당 입당 환영 기자회견이 열린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과학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⑧ 22대 국회 앞에 놓여있는 숙제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2028년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시간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전 세계 기후위기가 ‘미지의 세계’로 접어들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유례없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지역소멸, 재원 부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22대 국회 임기 4년 동안이 기후위기 대응의 황금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국회의 대응도, 기후유권자들의 활동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몇몇 국회의원이 기후와 관련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를 막론하고 기후 의제를 다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마침내 ‘환경’ 의제라는 틀을 벗어나 ‘기후’와 산업, 에너지, 적응, 안전 문제를 포괄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여야 모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소 중단, 기후금융 활성화, 기후위기 대응을 다룰 정부 조직 재편과 같은 정책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갖춘 국회 기후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2대 국회가 기후 국회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우려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역에는 ‘공항 건설’이 수도권에는 ‘철도·도로 지하화’가 변수다. 서울특별시 당선자 48명 중 절반에 이르는 24명이 지하철과 도로 지하화 공약을 약속하였다.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과 개발 공약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꽃장식처럼 기후 문제를 다뤄서는 온실가스배출도 늘릴 뿐만 아니라 예산과 인력과 시간을 좌초 기반 시설에 낭비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⑨ 기후유권자 운동의 계획과 전망

기후유권자 33.5%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기후정치바람은 지역별, 연령대별로 기후유권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기후유권자의 지형을 알아볼 계획이다. 사회운동으로서 기후운동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데, 기후의정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후정치바람’이 올해 활동으로 얻은 교훈은 세 가지이다. 첫째. 기후유권자가 존재한다. 둘째, 경남, 인천, 충남과 같이 지역의 기후시민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기후정치가 확장될 수 있다. 셋째, 기후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유권자와 비교하면 기후정치인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정치인들이 기후 문제를 각성해서 기후유권자를 대변해 주기를 기다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2년 뒤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전략도 동시에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후정치바람은 지역별 활동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기후선거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지금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선거에서 기후정치는 더 구체적으로 지역민들의 일자리와 삶터, 안전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부터 2026년 지방선거 출마자를 위한 기후학교를 열어 기후위기 대응과 정책, 예산을 꼼꼼하게 학습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2024년 기후 총선에서 등장한 기후유권자들이 기후 시민으로 행동하면서 우리 지역의 기후정치를 만들자. 기후정치바람은 2026년 지선, 2027년 대선까지 매년 대규모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진행하면서 22대 총선에서 등장한 기후유권자가 일상에서 기후 시민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정치가 성장하도록 역할 할 것이다.

⑩ 2024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야 할 일

지난 4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위헌 여부를 다투는 핵심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의 중대한 위헌성이다. 국가가 기후위기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다투고 있다. 이 판결의 결과는 향후 한국 사회 기후위기 대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UN에 2030년 목표 이행여부를 담은 격년투명성보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2035년 감축목표를 설정해 UN에 보고해야 한다. 목표가 적절한가 여부와 더불어 이미 약속한 목표를 실행하고 있는가를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 당장 2025년 태안1.2호기 폐쇄와 2030년까지 18기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이제 국회의 진용이 꾸려졌다.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동시에 기후유권자가 기후시민으로 본격적인 ‘기후정치’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기후유권자를 포함해 다양한 기후사회운동이 국회안보다 국회 밖에서 더 큰 움직임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국사회 ‘기후정치’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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