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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치고받는 오세훈·안철수...보수 단일화 앞길 ‘깜깜’

만남·협상·파기 반복, 표정 굳은 오세훈 “국민의당 때문” vs 한숨 쉰 안철수 “이해하기 어려워”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3-19 17:42:31
수정 2021-03-19 18: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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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를 약속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오 후보는 해당 기자회견 내용이 ‘모호하다’며 국민의당이 협상의 걸림돌을 만든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오전 협상이 결렬된 뒤 멈춰있던 단일화 논의를 다시 띄운 건 안 후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만 있다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번 주말부터 여론조사에 착수하면 22일까지는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곧바로 오 후보도 오후 1시 국회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화답’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오 후보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안 후보가) 모든 것을 수용한다고 해서 설명을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 부분에 대해 소회를 밝힌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당) 실무협상팀장인 이태규 사무총장의 백브리핑 내용을 듣고 제가 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 내용과 백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새롭게 협상의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며 “안 후보가 저희 안을 다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안을 100%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오히려 더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무총장이 그동안 그런 행태를 여러 번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이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이 사무총장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서 “경쟁력 조사에 유선 번호 (조사)를 포함시켜달라는 것이 국민의힘 요구였기 때문에 저희가 이틀 전에 드린 두 개의 절충안은 모두 철회하고 그 방식을 저희가 받는 것”이라고 안 후보의 입장에 부연해 설명했다. 다만 고려하고 있는 유선전화 방식 포함 비율에 대해선 “실무협상단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오 후보가 ‘최종’ 제안한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은 2개의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응답자에게 각각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결과를 단순 합산하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오 후보가 전날 출연한 라디오 발언 중 나왔다. 이때 유선전화를 이용한 조사방식 비중이 10%는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요구였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 노령층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유선전화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방식으로 꼽힌다.

오 후보는 “그쪽 당 협상팀장 백브리핑 내용 때문에 내용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며 “경쟁력은 받겠다는데 적합도 (문항은) 사라졌다. 유·무선 비율은 ‘협상하겠다’는 표현을 썼다”고 못마땅해했다. 이어 “그건 (국민의힘 안을) 받은 게 아니다. 그래서 안 후보 측 수용 정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불투명한 상태”라며 “어떤 안을 받는단 건지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실무협상 대표인 정양석 사무총장도 “안 후보와 이 사무총장이 다른 말을 한 것이 과연 단일화를 앞두고 국민의당 안에서 의도된 역할분담인지 아니면 사무총장이 두 후보 간의 신뢰를 깨고 국민들이 소망하는 단일화에 대해서 나쁜 의도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2021.03.19.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2021.03.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반복되는 약속 파기에 높아지는 유권자 피로도
안철수·오세훈 일단 각각 후보등록...협상은 난망

양측에 따르면 두 후보는 전날 저녁 문자를 주고받고 이날 이른 아침 통화를 했다. 이후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간 회동했는데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25일) 전, 늦어도 24일까지는 단일화를 타결하자’는 안 후보와의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측 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며 실무협상 재개 시점,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오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 안 후보는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사무총장이 설명한 사항과 오늘 아침 제 뜻은 조금도 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17일 양측협상단이 모인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경쟁력 조사에 유선전화 10%를 포함하는 안”을 공개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그것을 ‘국민의힘 당론’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수용하겠단 취지로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참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결심한 듯 안 후보는 “그것(유선전화 10% 포함, 각각 다른 기관에서 적합도·경쟁력 여론조사)도 수용하겠다”며 “이제 만족하시나. 다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 저는 마음을 비웠다”며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한 실무협상단이 즉시 가동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 후보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는 또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협상이 실무진 간에는 결국 어렵게 됐다”며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서로 양보를 한 것처럼 읽히지만, 또다시 입장이 갈린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가 됐다. 때문에 이조차도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일화를 둔 대립이 지속하는 상황 속에 결과를 떠나 두 사람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협상파기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유권자의 피로도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두 후보는 일단 이날 각각 후보 등록을 진행했다. 오후 2시 반 안 후보가 먼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고, 이후 오 후보가 방문했다. 만약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오 후보는 기호 2번, 안 후보는 기호 4번을 달고 각각 선거에 나서게 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국회사진취재단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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