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방문은 여러모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시 주석은 5월 14~15일 베이징에서 전략적 경쟁관계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면전에서 핵심이익인 대만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미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발신하며 회담을 주도했다.

나흘 뒤인 5월 19~20일 역시 베이징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한 시 주석은 미국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공동대응하고 공정한 다극화 세계질서 구축과 경제·에너지 분야 밀착 등 중·러의 전략적 협력을 선언했다.

이란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한 채 한 차례 방중을 연기한 끝에 베이징을 찾은 트럼프는 회담 직후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판매를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래적 태도를 취해, 중국에 회담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푸틴은 시 주석과의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함께 중국의 숙원사업인 두만강 출해 문제에 관한 3자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의 평양 국빈 방문은 베이징에서 트럼프와 푸틴을 잇따라 만난 후 그가 올해 처음으로 일정을 잡은 해외순방이어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6월 이후 7년만에 이루어진 평양방문에는 차이치(채기, 蔡奇) 당 서기처 서기, 왕이(왕의, 王毅) 외교부장, 류하이싱(류해성, 刘海星) 당 대외연락부장, 당방유(당방우, 党方友) 당 정책연구실 주임, 동쥔(동군, 董軍) 국방부장, 정산제(정목결, 郑栅洁)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왕문도, 王文濤) 상무부장 등 당·정·군 고위 인사가 망라되어, 양국 협력의 수준과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후 북·중은 우호조약 65주년(7.11)을 전후해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왕후닝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각각 당정대표단을 이끌고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통일뉴스]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북중정상회담 평가와 한반도 정세전망'이라는 주제로 7월 월례강좌를 개최한 배경이다.

박종철 교수가 14일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 평가와 한반도 정세전망' 주제의 [통일뉴스] 7월 월례강좌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조천현]
박종철 교수가 14일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 평가와 한반도 정세전망' 주제의 [통일뉴스] 7월 월례강좌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조천현]

강연자로 나선 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과거의 대북 제재 악순환을 넘어 전략적 협력과 철저한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로 전환했다"고 총평했다.

국제질서의 대전환기 미·중의 전략 경쟁과 코로나19 이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급격한 중국 내부의 변화, 북중 경제협력의 현황 등에 대해 각 분야별로 정리한 뒤 이번 시 주석의 평양방문은 "북·중·러 3국 연대라기보다는 미·중 경쟁 속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한편,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술 이전을 비롯한 독점적 대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반패권주의(대미)와 반제국주의(대일)에 대한 북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한반도내에서 트럼프식 선제타격 등 군사적 돌발행동을 억제하는 판을 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변국 중에서도 가장 진지하게 북 비핵화를 접근했던 중국이었지만 "북 비핵화 또는 최소한 핵 동결 관련해서도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중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상대로는 힘을 발휘하지만 정작 이웃한 남북에 대해서는 영향력 발휘에 제한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북한은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기보다는 방북 전 김정은 위원장의 핵물질 생산확대 발표(6.3), 김여정 당 부장의 비핵화논의 거부 담화(6.7) 등을 통해 철저히 국익중심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강렬한 의지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는 핵 동결을 위한 노력도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고 앞으로는 비핵화 접근을 크게 바꿀 것"으로 짐작했다.

이미 북중 당정 지도부 사이의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 민간 엘리트들사이에서는 "'아마도 북과의 접촉면을 늘려가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높이려는 것이 아닐까'라며, 전략적 인내로 간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강연 내내 중국은 민관 사이의 정보교류가 이뤄지는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정부와 학자들간의 정보교류가 차단돼 있는 구조여서 지도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2022년 2월 24일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4년 6월 북러 동맹 체결 이후 유엔안보리 5개국의 대북제재 공조가 와해되면서 제재 무력화와 더불어 러시아로부터 원유 및 밀가루 등을 여유있게 공급받고 있으며, 2026년 2월 28일 이란전쟁 발발 이후에는 북핵고도화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의 없는 가운데 중국의 구애를 받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북 비핵화를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용인하는 기조를 취하고, 중국 역시 제재의 한계를 인정하며 장기적인 해법으로 선회했다고 박 교수는 판단했다.

중국 역시 미소 양극 냉전이 붕괴된 후 미·중·러 전략경쟁 및 다극체제에 접어든 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 듯 했으나, 러-우 전쟁과 이란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압박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다.

중국 분위기는 올해 하반기 트럼프의 중간선거와 2028년 시 주석의 4연임 결정을 연관지어서 "트럼프가 계속 말썽을 피워주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추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기회이다. 트럼프는 우리 편이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러-우전쟁이 길어지면서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이후 북방영토 잠식과 동해진출 봉쇄, 소련시기 이념갈등과 국경분쟁 등 역사적으로 불신이 깊은 두 나라의 관계도 역전되어, 지금은 러시아가 중장비를 비롯한 이중용도 물자를 중국에 의존하며 매달리는 형세라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에 발복을 잡힌 사이에 중국과 북한은 '꽃놀이 패'를 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종철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에 발복을 잡힌 사이에 중국과 북한은 '꽃놀이 패'를 쥔 형국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종철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에 발복을 잡힌 사이에 중국과 북한은 '꽃놀이 패'를 쥔 형국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 표준 규범을 두고 9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는 첨단기술과 반도체, 우주탐사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또 2020년 초부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미국과 서방의 힘은 다소 위축된 반면, 중국을 비롯해 북한, 베트남 등은 철저한 통제를 기반으로 국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시켜 세계체재 변동의 토대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이 시기에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속도로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주요 도시에 전기차 도입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지금은 7~8년 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 환경을 만들어 냈으며, 강력한 반간첩법 시행과 내부 단속 강화를 통해 외국인이 중국 학자나 공무원을 접촉하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울만큼 사회 통제력을 구축했다.

그전에는 변방지역이나 소수민족 인구, 외국인 거주 실태 등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었는데, 코로나 이후 안면인식과 스마트폰 동선추적 등 첨단기술을 통해 아주 정확하게 인구센서스가 진행되었다. 

군 장성 숫자를 140명 정도로 간소화해 군대 지휘계통과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했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군인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일상화되어 마치 '미국식'에 '군사주의'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바이든, 트럼프를 막론하고 동맹에 안보와 무역이익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시대를 부정하고, 동맹에 투자와 기여를 요구하여 패권을 유지하는 거래주의 구조로 완전히 바뀌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국경에 철조망을 늘리고 출입금지구역과 감시카메라 설치를 확대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여 외부에서 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영역 자체가 크게 줄었고, 과거와 달리 세관 공무원 등을 통한 자료수집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중국에 체류하는 노동자가 20만 명에 달한 적도 있으나 2026년 3월 현재 대부분 귀국한 상태인데, 이때 단둥 지역 북한 노동자들은 월 3,500~4,000위안(한화 약70만~80만 원) 수준의 중국 노동자 최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파악했다.

북중 공식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약 2억~3억 달러모로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비공식 현금수입이 교역액의 수배에 달해 북한 경제 운용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뿐만 아니라 신의주나 혜산과 같은 곳에서도 전기자동차와 불도저, 트럭 등 개인소유 차량 등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경제력을 갖춘 계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코로나 당시 끊겼던 개인무역상을 통한 북한 제품 유입도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동해 출해를 위한 두만강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북중간에 논의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측에서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 다만 중국이 원하는 출해는 북중러가 국경을 접하는 두만강 하류의 중국 영토인 방천에 항구를 지어서 군함을 띄우려고 하는 것인데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출해를 막기 위해서 1950년대 두만강철교를 낮게 건설했고, 이번에 두만강자동차도로 역시 7m 높이를 맞추어서 지었다"라고 하면서, 그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조천현]
[사진-조천현]

박 교수는 중국 엘리트들은 한국 정부가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고 희토류의 대일 우회지원, 일부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북 등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한국의 사정을 감안하여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하지 않지만 최소한 다카이치에 대해서는 중립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중국의 관점에서 한국은 중일관계를 중립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고 한다. 

대통령이 나서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미국과 더불어 한일이 군사연습과 교류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갖고, 중국이 취하는 희토류 대일금수조치를 한국이 우회제공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쟁하는 나라에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원칙과 비교해 한국의 무기수출 원칙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들의 단골 레퍼토리라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 민간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체적으로 북과 대화하려는 노력없이 주변국에만 협조를 구한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보다는 '충돌방지' 수준의 소극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고 남북의 경계에 물리적 장벽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도래한 '단절의 시대'에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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