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대법원 제공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과 교제폭력 사건의 항소심에서 여러 차례 감형 판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심에서 처음 피해자의 용서를 받는 등 사정이 달라진 게 아닌데도 피고인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형을 줄인 사례다.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성년자 성범죄 “합의했어도 중형 선고해야” 1심 깨고 “합의했으니 감형해야” 판결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후보자는 2023년 수원고법에서 근무하며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1심 징역 3년을 깨고,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13세 중학생을 속여 강간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알고 있었던 이상 그 죄책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은 수원고법 형사3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형했다. 1심이 유죄로 판단한 미성년자유인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서 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2022년에도 미성년자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B씨의 형을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1심 법원은 “일부 피해자가 합의서를 냈지만, 죄책이 매우 무거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후 김 후보자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했다.
보통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가 중요한 양형 요소로 꼽힌다. 처벌보다 합의를 통한 피해자의 회복을 우선한다는 취지다. 1심에선 용서받지 못한 피고인이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감형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1심 재판부가 ‘합의를 감안해도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형을 줄인 것이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 온 한 변호사는 “2심에서 사실관계나 양형인자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감형하는 것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후보자의 인식을 보여준다”며 “기계적인 양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 있어서’ ‘상해치사 후 119 불러서’…교제폭력 사건도 감형
교제폭력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사정을 주요하게 반영해 형을 줄인 사례가 있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에서 근무할 때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갔다 거절당하자 흉기로 복부를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했고 미성년자인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로 1심의 실형을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으로 줄였다.
이듬해에는 연인을 수차례 폭행해 사망하게 한 20대 남성의 형을 징역 6년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당시 김 후보자의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범행 직후 응급조치를 하며 119 신고를 요구한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며 한 여성에게 10달간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현역 군인에 대해서도 1심 벌금 300만원을 90만원으로 줄였다. 김 후보자는 “피고인은 변명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그동안 비교적 성실하게 복무를 해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무원은 성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직업을 잃는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소위 온정적 판결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선처를 구하는 이들에게 ‘피고인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법관이 아니라 오직 피해자뿐’이라는 말을 해왔고,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항소심에서의 사정 변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고형을 정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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