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017년 시작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한 것으로 확인되자 미국내 민간단체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해제를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지자 그해 9월 1일부로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취했고 1년 단위로 연장해 오고 있다.

미국의소리방송(VOA)는 2일 “국무부가 1일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내용의 공고문을 연방 관보 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고문은 2일 오전에 발간되는 연방 관보에 실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국무부가 만료일을 넘겨 연장 조치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연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북한 여행금지 연장 조치이자, 역대 4번째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한을 드나들거나 통과하는 모든 미국 여권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며, 언론인의 취재 목적과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는 여행 등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북한 방문에 대해만 특별승인 절차를 밟아 허용된다.

2015년 5월 24일 여성평화단체인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 참가단이 JSA(공동관리구역) 북측지역 판문각에서 조각보를 펼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판문각을 거쳐 경의선 육로를 통해 도라산 CIQ에 도착했다. 이제는 북한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해 민간단체들의 남북을 오가는 평화활동도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5년 5월 24일 여성평화단체인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 참가단이 JSA(공동관리구역) 북측지역 판문각에서 조각보를 펼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판문각을 거쳐 경의선 육로를 통해 도라산 CIQ에 도착했다. 이제는 북한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해 민간단체들의 남북을 오가는 평화활동도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여행금지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미 전국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리프트(Let Individuals Freely Travel, LIFT)’는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행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기본적으로 미국인과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는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민간인 교류 및 평화 구축 노력을 계속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바이든 미 행정부에게 즉각적인 전면 해제를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여행금지 조치는 인도적 지원 활동가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특별승인여권 (Special Validation Passport) 을 신청할 수 있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 절차가 힘들고 시간 소모적이며 잦은 신청 거부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청하는 것 조차 포기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리프트’는 한반도평화네트워크(Korea Peace Network, KPN), 코리아피스나우 풀뿌리네트워크 (Korea Peace Now Grassroots Network, KPNGN),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Peace Treaty Now, PTN)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미 전국 연대체들(코리아 피스 파트너십)이 벌이는 공동 캠페인이다.

‘리프트’ 관계자들은 지난 8월 2일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에게 서한을 보냈고, 8월 중순에는 바이든 미 행정부 관리들과 만나 여행금지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리프트’는 “최근 미국 국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경유하는 경우, 미국 여권의 효력이 상실된다”며 “북한에 가족이 있는 재미동포들의 북한 가족 방문은 모두 차단됐고,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활동이 상당히 제한됐으며, 미국내 시민사회 단체들의 평화와 이해를 증진하는 민간인 교류도 모두 차단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역사학교수이자 LIFT 캠페인의 공동 코디네이터인 여지연 박사는 “매우 실망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해가 되는 트럼프시대 정책을 유지하기로 선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리프트(LIFT)캠페인과 여성평화단체인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의 정책 담당자인 이현정씨는 “바이든 행정부는 재미동포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6.25 전쟁으로 인해 70년 동안 헤어져 있던 수 많은 재미동포들과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들이 계속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은 비극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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