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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추진중인 ‘네이버·카카오 공정화법’ 어떤 내용 담았나

핵심 정보 담은 계약서도 없는 플랫폼 업계
표준계약서 만들고, 규제 강화…입점업체 단결권 보장까지

홍민철 기자 
발행2021-09-13 18:33:38 수정2021-09-13 18:33:38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와 여당에서 플랫폼 규제 관련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오후 3시 현재, 시가 총액 3위는 66조6천억원의 네이버다. 카카오는 6위로 55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7위), 현대자동차(9위), 포스코(12위) 등 대기업 앞에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도 다르지 않다.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6곳에 달한다. 플랫폼 시대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가 심각하다. 소비자 접근 길목을 장악한 플랫폼들은 각종 산업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에는 불이익을, 자신들의 점포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부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래의 많은 과정에 관여하면서도 자신들은 ‘중개업자’라는 식으로 소비자 피해에는 소극적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플랫폼 산업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핵심 정보 담은 계약서도 없는 플랫폼 업계
표준계약서 만들고, 규제 강화…입점업체 단결권 보장까지

 

국회에는 모두 8개의 ‘플랫폼 공정화’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중심이 되는 법안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재 플랫폼사와 입점업체 사이에는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 체계가 없다. 수수료 부과 기준과 상품 노출 순서 등은 플랫폼사 마음대로다. 법안은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플랫폼 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과 그에 따른 수수료, 서비스 개시·제한·중지·변경에 따른 구체적인 항목, 상품 노출 및 손해 분담 기준 등을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으로 지정했다. 계약을 변경하려면 플랫폼사가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 상식적인 수준의 규제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것이다.

그동안 안개 속에 가려져 본인들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던 검색 결과 노출 로직 공개 의무도 부과한다.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사업자는 검색·배열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원칙 등을 공개해야 하고, 해당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입점업체간 차별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사와 관계된 업체(자회사, 계열사 등)와 나머지 업체 간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 수준이 대폭 강화된다.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피해 구제, △소비자 정보 보호 및 자기 결정, △광고 규제 등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와 환불 등을 이용약관에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피해 예방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의무화했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는 자신의 영업활동에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여기에 더해, 생성된 데이터를 소비자 본인이나 제3자에게 전송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대한 검증 의무도 일부 부여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광고가 광고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고, 광고 내용에 허위·과장·기만이 포함돼 소비자에게 오인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갑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을인 입점 업체의 협상력을 키우는 방안도 나왔다. 민형배 의원, 배진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입점 업체들 사이에 단체 구성권을 부여하고, 구성된 단체가 플랫폼사에 거래조건 협의 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민형배 의원의 법안에는 규제 당국에 공정위뿐 아니라 시·도지사에도 부여하는 방안, 플랫폼사가 입점 업체에 판매대금 지급 시한을 40일 이내로 못 박은 점도 눈에 띈다.

야당도 플랫폼 규제에 적극적이다. 내용은 상당 부분 여당·정부 안과 대동소이하지만, 일부에선 더욱 적극적인 입점 업체 피해 구제 방안도 담았다.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플랫폼사가 입점 업체에 손해를 끼친 경우 배상 책임을 지도록 의무화했다. 법안은 손해액 산정을 위한 자료제출 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물론,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손해 증명이나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 손해배상의 실효성을 높였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대부분 과징금을 통한 규제를 선택하고 있다. 규제 주체가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위로 할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사업자를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역할론에 이견이 있는 상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당국과 산업당국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배척과 충돌이 아닌 상호 보완하는 방약으로 타당성 있는 규제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은 뽑으면서 거두면서 책임은 없는 플랫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강화된다

소비자 피해 구제 강화는 ‘플랫폼 공정화법’과 함께 전자상거래법에서 보다 구체화 된다. 공정위는 올해 초부터 관련법 전면 개정을 통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추진했다.

플랫폼은 사실상 거래 조건 전반에 관여한다. 소비자가 어디서 무슨 옷을 쇼핑하고, 저녁에 어떤 치킨을 시켜 먹는지 아는 것은 플랫폼이다. 소비 패턴에 따라 적절한 제안을 하고 이것이 재구매율을 높인다.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무기로 입점 업체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다. 검색 결과 노출을 광고비에 따라 조절하며 더 높은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았다.

모바일쇼핑, 배달앱, SNS 등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여기서 진짜 돈을 벌어들이는 플랫폼은 ‘나는 광고대행사일 뿐’이라며 발뺌했다. 2년 전 한국법제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피해 구제가 가장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쇼핑몰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51.3%)은 네이버와 같은 ‘중개 쇼핑몰’이라고 답했다.

공정위가 추진중인 법안은 소비자가 자신이 거래하는 당사자가 입점 업체가 아니라 플랫폼사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경우 발생한 피해에 대해 플랫폼의 연대책임을 의무화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예약 접수, 결제, 대금 수령·환급 등 중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 실제 거래가 소비자-입점업체라고 하더라도 플랫폼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사는 피해구제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신들이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업무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외에도 이용후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확보 의무를 부과했다. 플랫폼사는 스스로 수립한 이용후기 수집·처리 방침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의 연령, 기호, 습관 등을 반영한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가 인기상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맞춤형 광고 여부를 별도 표시해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반 광고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나 시도지사가 리콜명령을 발동할 경우 플랫폼 기업이 신속하게 협조하도록 의무화 한다. 확산이 빠른 온라인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계류되는 상황을 감안해 내부 정보통신기술 전담팀에 디지털 광고 분과를 신설하고, 결제 조사팀을 확충해 플랫폼 분야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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